2018 KBO 신인 드래프트. 연합뉴스
[일요신문] 지난 9월 11일에는 장차 프로야구를 빛낼 새싹들이 첫 선을 보이는 KBO 신인 드래프트가 열렸다. 964명의 지망생들이 지원해 1, 2차 지명에서 110명이 프로 자격을 얻었다. 지명이 예상되는 많은 선수들이 현장을 찾았고 이들 모두가 미소를 띠며 집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모두가 웃을 수는 없다. 실망감만 가득 안은 이들도 존재한다. 실제 한 지방 학교 야구부에서는 1명이 프로에 진출해 축제 분위기가 연출될 법도 했지만 지명이 유력했던 ‘에이스’가 선택을 받지 못해 어색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다. 해마다 100여 명의 선수가 프로팀에 입단하지만 약 800여 명의 선수가 고배를 마신다. 또한 각 구단은 선수단 규모를 마냥 늘려갈 수만은 없기에 선수를 방출하기도 한다. 평생을 야구만을 해오던 선수들이 하루아침에 야구를 할 곳을 잃은 것이다.
드래프트에서 고배를 마시거나 구단에서 방출된 선수들에게 또 다른 기회를 제공하는 독립야구단이 오는 11월 창단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성남 블루팬더스(가칭)’로 경기도 성남시(시장 이재명)와 ‘야구학교’가 손을 잡는다. 이상일 전 KBO 사무총장이 학교장을 맡고 있는 야구학교는 유소년, 사회인 선수 등에게 도움을 주는 트레이닝 센터다. 트레이닝 센터는 어떻게 독립야구단을 창단하기에 이르게 됐을까. <일요신문>은 지난 25일 구단 창단작업이 한창인 야구학교를 찾아 관계자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임호균 성남 독립야구단 감독. 최준필 기자
창단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관계자들은 가장 먼저 ‘선수들’을 입에 올렸다. 독립야구단 사령탑을 맡은 임호균 감독은 “드래프트에서 선택받지 못하는 800여 명의 선수 중 20~30%는 도전을 계속하려는 의지를 가지고 있다”며 “하지만 그 친구들이 어디에 가서 뭘 해야 하는지 제시해주는 곳이 없었다. 그들에게 도전할 기회를 주고 싶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시 한 번 절실함을 가지고 하는 친구들에게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창단을 앞두고 있는 블루팬더스는 야구 이외의 목표도 가지고 있다. 독립야구단에서의 노력으로도 프로 진출에 실패하는 선수들에게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다. 창단 업무에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김준수 기획운영실장은 “프로 입단을 원하는 선수들을 지원하는 게 우선이다. 하지만 다른 길을 찾는 이들에게 도움을 주려 한다”며 “다양한 미래를 설계할 수 있도록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했다.
성남 독립야구단 선수들의 훈련장으로도 사용될 ‘야구학교’ 훈련 시설. 최준필 기자
독립야구단 창단은 야구계 오랜 과제였다. 프로야구 10구단 유치 과정에서 kt wiz가 경기도 수원시로 유치되며 당시 도지사는 경기도내 독립야구리그 창설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실제 구체적인 이야기가 오갔고 경기도의 지원 금액까지도 가닥이 잡혔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벽에 부딪혔다. 임 감독은 “고양 원더스가 만들어지면서 오히려 어려움을 겪었다. 고양 원더스가 최초로 독립야구단을 표방하며 긍정적인 영향도 있었다. 하지만 운영비가 적정한 수준을 너무 벗어났다. 중소기업에서 독립야구단 운영을 생각하고 있다가도 그 팀을 보며 손을 들어버렸다”고 했다. 고양 원더스는 호화 코칭스태프와 다수의 외국인 선수로 구성돼 일부에서는 “약 40억 원의 운영비가 들었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이들의 창단에 앞서 독립야구리그가 소규모로 운영되기도 했다. 올해 초 한국독립야구연맹이 창설, 리그가 열렸고 연천 미라클, 저니맨 외인구단, 양주 레볼루션 3팀이 참가했다. 블루팬더스는 이들과는 다른 길을 걸을 계획을 갖고 있었다. 임 감독은 “연천, 저니맨 등 기존 팀들과 함께하면 좋겠지만 어려운 부분도 있다”며 “기존 구단들은 선수들이 상주해 있는 게 아니라 드나드는 경우가 많다. 팀 구성에 어려움이 있다. 당연히 리그를 함께 한다고 섣불리 말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임 감독은 별도의 리그 창설을 구상하고 있었다. 파주, 양주, 고양 등 경기도내 지자체에 독립 야구단 창단 움직임이 있는 곳들과 논의가 진행 중이다. 상당수가 블루팬더스와 함께하기로 뜻을 모았다. 다른 팀 창단과 리그 창설 진행이 더딜 경우, 이들은 학교 야구팀, 프로 2군 등과 친선전 위주의 운영도 고려하고 있었다.
독립야구단이라지만 스포츠단을 운영하는 데 있어서 비용이 큰 문제다. 이들도 이를 고민하고 있었다. 임 감독은 “기업의 스폰, 지자체와의 관계 등에서 고민이 많다”면서 “KBO나 프로야구선수협회와의 논의도 필요하다. 프로에 있다가 다시 이곳으로 들어올 선수도 있을 텐데 선수협과 이야기할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성남시와도 모든 사안에서 합의가 완료되지는 않았다. 성남시 관계자도 23일 전화통화에서 “큰 틀에서 구단을 성남에서 창단하기로 한 것은 맞다”면서 “구두로만 합의를 했을 뿐 공식적이고 구체적인 문서가 오간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임 감독은 “지자체와 관계에서 야구장 사용 문제가 크다. 성남시와 충분히 논의해 지역의 초중고, 사회인 야구단 등과 겹치는 부분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구단은 지자체에 팀이 안착하기 위해 지역 주민과의 관계도 고민하고 있었다. 자신들이 필요한 부분이라면 분야에 관계없이 자원 봉사 등으로 기여하겠다는 입장이었다.
고교 선수 물리치료를 돕고 있는 강흠덕 재활센터장. 최준필 기자
훈련 시설만큼은 준비가 잘 돼있었다. 야구학교 시설 이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분당구 야탑동에 위치한 야구학교는 지상 3층의 실내 훈련장이 갖춰져 있었다. 코칭스태프는 야구 명문학교와 청소년 대표 감독을 지낸 최주현 감독을 비롯해 마해영, 박명환 코치 등 스타 출신으로 구성돼 있다.
임 감독은 구단의 트레이닝 파트를 특히 자랑하기도 했다. 이날도 고교선수 재활을 돕던 강흠덕 재활센터장은 “30년간 프로 구단에서 일하다 이곳으로 왔다. 프로 입단을 꿈꾸는 선수들을 도울 수 있어 설렌다”고 말했다. 코칭스태프 사무실에서 만난 마해영 코치도 “의욕 충만할 선수들을 만날 생각에 기대가 된다”면서 “선수들의 문제점을 정확히 파악해 부족한 부분을 보강해 줄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