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일본의 대형 쌀 가공식품회사에서 중국산 공업용 쌀을 대량으로 사들여 식용으로 판매해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지난해에도 비위생 과자 사건, 가짜 쇠고기 사건 등이 이어진 바 있다. “중국산 식품만 피하면 된다” “비싸더라도 일본 식품은 안전하다”고 믿어오던 일본 소비자들에게 지난해와 올해는 공포, 충격, 시련의 연속이었다.
지난 9월 5일 일본 농림수산성이 쌀 가공식품회사인 ‘미카사 푸드’에서 농약이나 곰팡이 등에 오염된 비식용 쌀을 식용으로 바꾸어 판매해왔다는 충격적인 발표를 했다. ‘사고미’라고 불리는 이 쌀은 국가가 사서 보관, 판매하는 정부미(외국산 쌀도 포함) 중에 물에 젖어 곰팡이가 나거나 잔류농약의 양이 기준치를 넘어 식용으로 판매할 수 없는 쌀을 가리킨다. 이 쌀은 공업용 풀로 만드는 등 용도를 한정해서 판매하도록 되어 있으며, 일반적인 식용 쌀에 비해 가격이 5분의 1 정도로 아주 싼 것이 특징이다.
그런데 ‘미카사 푸드’가 이 ‘사고미’를 공업용으로 사들여 가공한 후 일본산이나 미국산으로 속여 술이나 과자 제조업체 등에 판매해왔다는 사실이 알려지게 된 것이다. 더구나 조사가 진행되면서 이 쌀이 학교급식이나 병원, 편의점 주먹밥 등 90군데가 넘는 곳에 유통됐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일본인들의 분노가 커지고 있다.
일본 식탁이 뿌리째 흔들린 건 지난해부터다. 한 사건의 여파가 채 가시기도 전에 잇달아 대형 사건이 불거졌던 것. 스스로 농사를 짓고 가축을 키우고 자급자족을 하지 않는 이상 100% 안전한 식품이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2007년의 새해가 밝자마자 유명 제과업체인 ‘후지야’가 유통기한이 지난 우유 달걀 과일 등을 제품에 사용했다는 사실과 함께 공장의 위생관리가 엉망이라는 사실이 내부 고발자에 의해 밝혀졌다. 실제로 후지야의 과자나 케이크 등을 먹고 복통과 구토를 호소하는 소비자들이 다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은폐해왔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후지야는 결국 모든 제품의 제조와 판매를 중단하게 됐다. 그러나 제과류는 어디까지나 간식일 뿐 주식이 아니었다. 일본을 대표하는 유명 제과업체가 일으킨 사건이기 때문에 충격은 컸지만 피해는 한정된 소비자들에 그쳤다.
그러다가 6월 가짜 쇠고기 사건이 불거졌다. 일본의 정육가공업체 ‘미트호프’에서 동물 내장을 비롯하여 부패 직전의 고기 등을 섞어 다진 고기를 쇠고기로 속여 판매했고, 이 가짜 쇠고기가 가공되어 유명 마트나 학교 급식으로 유통됐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크로켓이나 햄버그 등 일본인들이 즐겨 먹는 가공식품으로 둔갑하여 팔리고 있었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아무것도 모르고 당할 수밖에 없었다. “값싼 고기를 찾는 소비자들에게 문제가 있다”는 무개념 발언으로 일관하던 ‘미트호프’의 사장은 형사 입건됐고 회사는 폐업했다.
11월 말에는 햄버거 체인점인 ‘맥도날드’ 사건이 일어났다. 유통기한이 지난 샐러드의 날짜를 위조하거나 상태가 좋지 않은 채소를 햄버거에 사용한 것. 언론의 취재와 종업원들의 증언이 이어지면서 맥도날드 매장의 위생 불감증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대장균이 득실거리는 밀크셰이크를 팔고 바퀴벌레가 빠진 튀김기름까지 사용했다는 사실이 불거졌다. 세계 최대 햄버거 체인인 ‘맥도날드’의 위상과 함께 정직하고 안전하다는 일본 식품의 이미지 역시 큰 타격을 입게 됐다.
박영경 해외정보작가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