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별세한 이수영 OCI 회장. 연합뉴스
LG는 구자경 명예회장의 장남인 구본무 회장이 LG그룹을, 넷째인 구본식 부회장은 희성그룹을 맡고 있다. 둘째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은 친아들인 구광모 씨가 구본무 회장의 양자로 들어가면서 사실상 LG그룹을 물려받는 셈이 된다. 셋째인 구본준 부회장만 독립된 회사를 소유하지 않고 ㈜LG에서 일을 하고 있다.
GS는 창업자인 허만정 회장의 손자인 ‘수’자 돌림 사촌들간 사실상 계열분리가 이뤄졌다. 큰집 격인 허준구 회장 계열이 삼양통상그룹, 작은 집인 허정구 회장 계열이 GS그룹이다. GS는 허창수 회장의 ‘형제’들이 나눠서 소유하고 있다. OCI는 GS와 닮았지만 지주회사 체제가 아닌 점에서 차이가 크다.
이회림 명예회장은 이수영 회장에게 일찌감치 1대 주주 지위를 넘겼다. 이 회장 동생들에 대한 지분 증여는 작고하기 2년 전인 2005년에야 이뤄졌다. 2007년 이 회장이 그룹 총수에 오를 당시에는 지분율에서도 이미 최대주주였던 셈이다.
이우현 사장으로서는 지분 확보가 가장 시급한 과제인 셈이다. 이 사장이 상속받을 이 회장의 OCI 지분 10.92%의 시가는 약 3000억 원이다. 상속세로만 1500억 원 이상을 내야 한다. 상당한 규모의 현금 또는 다른 자산을 물려받지 않았다면 지분을 늘릴 여지가 별로 없다.
OCI는 현금배당을 많이 하는 회사가 아니다. 지난해 총배당액은 100억 원가량이다. 이 회장과 이 사장의 연간 보수는 8억 원, 6억 원 미만이다. 그동안 현금을 모았더라도 의미 있는 규모의 지분을 사기에는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이 사장이 자금 투입을 최소화하면서 지배력을 높일 방법으로는 지주사 전환이 가장 효과적이다”라고 내다봤다.
OCI그룹은 OCI가 주요 계열사를 지배한다. OCI가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인적분할하고, 이우현 사장이 보유한 사업회사 지분을 투자회사에 현물출자하면 지분율을 배 이상으로 늘릴 수 있다.
OCI가 분할 전 자사주 매입 형태로 친인척 보유 지분을 매입할 가능성이 크다. OCI는 그동안 배당에 인색했다. 이사회를 장악하고 있는 이 사장으로서는 주주들의 지지를 끌어내기 위해 주주환원을 늘릴 필요도 있다. 돈도 충분하다. OCI의 이익잉여금은 2조 원이 넘는다. 인적분할이 이뤄지면 자사주를 지주회사로 넘겨 의결권을 되살릴 수 있다.
분할 시 투자회사로 4000억 원에 달하는 현금성자산을 이전한다면 자금으로 친인척 보유 OCI 지분 매입도 가능하다. 다만 지주사 덩치가 커져 이 사장이 사업회사 지분 현물출자로 확보할 수 있는 지분율이 줄어들 수 있어 최선의 선택은 아닐 수 있다.
이미 형제경영이 오랜 기간 자리잡아온 만큼 당장 OCI에서 친족간 지분 경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작다는 게 재계의 일반적인 관측이다. 하지만 어떤 형태로든 지배구조 정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고 이수영 회장의 동생 이건영 회장이 이끄는 유니온은 최근 시간외매매로 OCI 주식 30만 주를 매각했다. 매각 시점은 10월 19일로 이 회장 작고 전이다. 시멘트제조업체인 유니온은 이 거래로 약 300억 원의 현금을 확보했다. 연매출 1000억 원에 지난해 적자가 난 유니온의 재무상황을 감안하면 상당히 요긴한 자금이다.
OCI 지분을 매각하던 날 시가총액 600억 원이 안 되는 유니온 주식은 반짝 급등하기도 했다. 이 회장 형제가 맡은 계열사들 상당수가 내부거래 비중이 높다.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피할 필요성도 크다.
유리병과 캔을 만드는 삼광글라스는 시가총액 2400억 원대다. 자산 8000억 원대에 3000억 원대 매출을 거두고 있다. 2015년에는 150억 원대 영업이익을 냈지만 지난해에는 영업이익이 급감해 15억 원 흑자에 그쳤다. 올 반기 영업수지는 적자다. 이복영 삼광글라스 회장 지분율이 22.04%에 달하지만 두 자녀인 원준·우성 씨의 지분율은 8.84%, 5.54%다. 아직 후계구도가 미완인 셈이다. 1300억 원대의 OCI 지분은 후계준비 자금이 될 수도 있다.
화학제품과 보드를 만드는 유니드는 자산 1조 원에 매출 7000억 원대 기업이다. 시가총액 4200여억 원으로 연간 600억 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내고 있다. 최대주주는 OCI상사다. OCI상사는 이화영 회장이 64.29%, 아들인 우일 씨가 35.71%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후계가 상당 부분 진행됐지만 아직 완성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역시 1300억 원 규모의 OCI 지분이 요긴하게 쓰일 수 있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