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의 아들 이시형 씨가 실소유 논란에 휩싸인 다스 자산을 빼돌려 자신이 최대주주인 자동차 시트부품업체 에스엠을 설립한 정황이 드러났다. 사진 왼쪽이 이시형, 오른쪽은 에스엠 안내표지판. 일요신문DB
이시형 씨가 지분 75%를 가진 에스엠은 2015년 4월 경북 경주 천북면에 설립됐다. 에스엠 대표는 이 전 대통령 매제이자 회사 지분 25%를 가진 김진 전 다스 총괄부사장이다. 김 전 부사장은 에스엠과 법인 주소지가 같은 세광공업(현재 법인명은 한양실업)의 최대주주(지분 35%)기도 하다. 세광공업은 에스엠 사업장이 위치한 경주 천북면 일대 토지와 건물을 갖고 있고, 에스엠과 또 다른 다스 하청업체인 에스비글로벌로지스에 공장을 임대하고 있다.
세광공업은 2001년 법인 해산 절차를 밟은 ‘서류상 회사’다. 표면적으로 에스엠 등에 공장을 임대하고 있지만 장부상 수익은 확인되지 않는다. 세광공업 소유의 공장 사용권은 실질적으로 에스비글로벌로지스에 넘어간 것으로 보인다. <일요신문>이 입수한 ‘부동산 임대차 계약서’ 등에 따르면 에스비글로벌로지스는 공장(7190㎡) 중 일부 구역(1650㎡)을 한 협력업체에 임대하면서 월 750만 원을 받았다. 반면 에스엠은 공장을 운영하면서 임대료 납부를 거부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에스엠 대표인 김 전 부사장이 공장 원소유자인 세광공업의 최대주주란 이유에서다.
에스엠과 에스비글로벌로지스는 모두 사업 초기 다스에서 일감을 몰아받고, 보유 부동산(공장 등) 없이 영업을 시작했다. 제조업체임에도 불구하고 제품 생산에 필요한 유형자산(기계 및 설비) 매입을 최소화했다. 지난해 에스엠은 2억 원의 유형자산으로 58억 원의 매출을, 에스비글로벌로지스는 7억 원의 유형자산으로 232억 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유형자산 대비 30배의 매출을 낸 것은 이례적이다.
에스엠 계열사이자 업종이 비슷한 자동차 부품업체 다온(옛 혜암)이 300억 원의 유형자산으로 지난해 2배가 채 안 되는 568억 원의 매출을 올린 것과 대비된다. 또 에스엠의 납품처로 등록돼 있는 이원컴포텍은 125억 원의 유형자산으로 373억 원의 매출을, 다스 역시 1172억 원의 유형자산으로 838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는 에스엠과 에스비글로벌로지스의 유형자산 대비 매출이 얼마나 눈에 띄는지 방증한다.
경북 경주 천북면 에스엠 본사 전경.
2016년 기준 총 자산 11억 원, 부채 11억 2000만 원으로 자본잠식에 빠진 에스엠은 자산 400억 원의 다온을 인수했다. 다스 안팎에선 에스엠이 다온 인수에 쓴 돈이 200억 원 이상이라는 말이 나온다. 자산 규모가 40배나 되는 회사를 인수한 일도 그렇거니와 인수 자금의 출처에 대해서도 여러 의혹이 제기된다. 다스 사정에 밝은 복수의 인사는 “다온 인수에 다스가 금전적인 도움을 줬다”고 주장했다. 에스엠은 최근 자산 500억 원, 매출 700억 원대 자동차 부품업체인 D 사를 인수하기 위해 물밑 접촉한 것으로도 전해진다. 더욱이 이 과정에서 다스가 개입했다는 주장도 있다. 에스엠 관계자는 “답변할 내용이 없다”고 잘라말했다.
에스엠 설립이 추진되던 2014년 10월 이시형 씨는 다스 기획실 상무이사 자격으로 회사 내 주요 경영사안을 결정했다.<일요신문>이 입수한 다스 내부 문건을 보면 당시 이 씨는 사촌형인 이동형 다스 경영부문 부사장, 자신의 최측근 정학용 당시 기획본부 전무이사와 함께 ‘합의결재’ 권한을 가졌다. 직책은 낮지만 김진 당시 부사장, 강경호 사장보다 의사결정 구조 상부에 자리했던 것이다.
에스엠 설립이 추진되던 2014년 10월 이시형 씨는 다스 기획실 상무이사 자격으로 회사 내 주요 경영사안을 결정했다. ‘일요신문’이 입수한 다스 내부 문건을 보면 당시 이 씨는 이동형 다스 경영부문 부사장과 함께 ‘합의결재’ 권한을 가졌다.
에스엠 설립을 앞두고 다스는 현대차 납품에 필요한 ‘SQ’ 인증 절차를 밟았다. 현대차가 발급하는 품질보증서인 SQ는 2차 협력사에 선별 부여되며, SQ를 획득한 업체만 현대차에 지속적인 납품이 가능하다. 심사 항목에는 제품 품질은 물론 회사 내 공장설비 유무, 재무구조 등이 포함된다.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신생 업체는 1차 협력사 지원 없이 SQ를 발급받을 수 없다.
다스는 1차 협력사로 SQ 발급 대상은 아니다. 당시 다스는 ‘2차 협력사 육성’ 명목으로 기존 협력사인 C 사와 신규 SQ 인증을 추진했다. C 사는 에스엠과 법인 주소지가 같고, 같은 사업장에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C 사는 2014년 11월 ‘SQ-마크 신규인증 추진안’을 다스에 보고했다. 다스는 C 사 기안에 대해 수차례 피드백을 보냈다. 2015년 3월과 4월 다스는 C 사와 모의 SQ 평가를 진행했다. 즉 C 사로서는 다스의 후원을 받고, 현대차라는 ‘확실한’ 거래처에 지속적으로 부품을 공급할 수 있는 SQ 인증을 목전에 뒀다.
하지만 2015년 4월 에스엠이 설립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SQ 인증 획득 기대에 부풀던 C 사는 돌연 에스엠과 인력 공급에 관한 도급계약을 맺고, 사업권을 양도했다. C 사가 준비해 온 SQ 인증은 이듬해인 2016년 ‘신생업체’인 에스엠이 발급받았다. 현재 C 사는 잠정 폐업한 것으로 전해진다. C 사와 교류했던 현대차 1차 협력사 관계자는 “C 사와 최근 거래가 끊긴 상황”이라고 말했다.
앞서 C 사는 SQ 인증을 준비하면서 다스의 요구로 다스 공장에 있던 수억 원대 설비들을 경주 천북면 공장에 옮긴 것으로 전해졌다. 다스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다스에서 기계를 떼어내 천북면 공장으로 옮겼고, 부족한 설비는 다스가 매입 후 천북면 공장에 보냈다”고 말했다.
에스엠이 다스 구매개발팀 앞으로 발송한 공문에 따르면 ‘귀사(다스)에서 이관된 설비 중 유압프레스에서 문제가 발생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실제 에스엠이 다스 구매개발팀 앞으로 발송한 공문에 따르면 ‘귀사(다스)에서 이관된 설비 중 유압프레스에서 문제가 발생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에스엠 설립 과정에 다스 자산이 빼돌려졌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검찰 특수부 출신의 사정기관 관계자는 “다스 자산이 에스엠을 위해 쓰이고, 에스엠이 다스에서 일감을 받아 실제 매출을 올렸다면 배임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에스엠은 지난 2년간 다스 납품으로 약 9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다른 관계자는 “만약 다스 자금이 일부라도 에스엠에 넘어가 다온 인수에 쓰였다면 횡령에 해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에스엠 대표인 김진 전 부사장은 전화와 문자를 통한 문의에 전혀 답변을 주지 않았다.
에스엠은 C 사와 2015년 5월~2016년 7월 모두 세 차례에 걸쳐 도급계약서를 작성했다. 다스가 에스엠에 일감을 주면 에스엠이 다시 C 사와 도급계약을 맺고, 하청을 주는 구조였다. 계약조건 가운데는 갑을간 조정이 없는 한 1년 단위로 계약이 자동연장되는 조항도 있었다. 하지만 C 사는 2016년 말 에스엠과 계약해지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SQ 발급을 앞두고 에스엠은 C 사에 납품단가 인하와 당초 계약서상 에스엠이 부담키로 했던 각종 부대비용(안전장구 구입, 통근버스 임차료)의 납입을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C 사는 기존 약속한 도급액의 60%밖에 받지 못했다. 에스엠에 SQ가 발급되자 C 사 직원들은 C 사의 전 대표 A 씨에게 퇴직금을 받고 에스엠에 흡수 고용됐다. 다스 전직 관계자는 “다스와 에스엠이 A 씨에게 ‘갑질’을 한 것”이라고 회고했다.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계약서상 ‘을’의 지위인 업체가 ‘갑’의 회사에 도급 인력을 제공할 시 현장 지시를 ‘갑’이 내리면 불법파견에 해당한다. 에스엠은 C 사에 제품 생산에 대한 지시를 내렸고, A 씨에게 현장대리인을 선임할 것을 요구해 대리인을 통해 업무 지침을 하달했다. 또 A 씨로부터 제품 생산에 대한 보고를 받고, 품질 향상을 명목으로 업무 지도를 내렸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도급 계약은 민법의 영역이지만 (에스엠이) 업무상 지시를 내린 것이 확인되면 파견법 위반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