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8일 서울에서 촛불집회 1주년 기념행사가 열렸다. 퇴진행동 주최로 광화문에서 열린 ‘촛불 1주년 대회. 임준선 기자
한 네티즌의 제안으로 여의도 국회의사당역 앞에서 열린 ‘촛불파티’. 박정훈 기자
촛불집회 1주년을 기념하는 행사가 10월 28일 저녁 6시 서울 광화문과 여의도에서 각각 열렸다. 광화문에서는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 기록기념위원회(퇴진행동)이 주최하는 ‘촛불 1주년 대회-촛불은 계속된다’라는 행사가 열렸다. 퇴진행동은 2300여 개 시민단체의 모임이다.
그런데 퇴진행동 측이 밝힌 광화문 촛불 1주년 대회에 포함된 일부 행사가 구설에 올랐다. 먼저 청와대 행진이 문제가 됐다. 퇴진행동 홈페이지에 항의성 글이 쏟아졌다.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은 “촛불 1주년을 기념하는 국민들의 자발적 모임에 문재인 대통령을 초대하지는 못할망정 어떻게 저런 문구를 앞세워 청와대로 행진할 수 있느냐”고 비판했다.
사전 행사로 기획된 한국대학생연합(한대련)과 민주주의자주통일대학생협의회(민대협)가 준비한 ‘촛불 1주년 대회’를 놓고도 뒷말이 나왔다. 한대련과 민대협의 행사 제목에는 ‘문재인은 촛불의 경고를 들어라’는 문구가 들어가 있다. 한 누리꾼은 “진짜 적폐가 누군지 몰라서 이러냐. 촛불의 의미를 자의적으로 왜곡하지 말라”고 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촛불이 어느 특정 집단의 것이냐. 왜 촛불이 특정 집단을 대변하는 자리로 변질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퇴진행동 관계자는 “청와대 행진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끌어내렸던 역사적 순간을 재현하는 상징일 뿐 문 대통령을 규탄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참가 단체 중에도 청와대 행진을 하지 말자는 의견이 많아 논의 과정에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퇴진행동은 10월 26일 청와대 행진을 철회했다. 퇴진행동 측은 “광화문에서 6시부터 진행되는 1주년 촛불집회까지만 주관하기로 했다. 촛불집회 후 공식 행진은 없다. 다만 공식행사 종료 이후 시민들이나 각 단체들이 자율적으로 사후 행사나 행진을 계획하거나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한대련과는 연락이 닿지 않았다.
광화문 촛불 집회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확산되는 가운데 ‘여의도 촛불파티’가 기획됐다. 한 인터넷 커뮤니티 회원이 청와대가 아닌 야당을 향해 적폐 청산 시위를 하자며 여의도 촛불 파티를 제안한 것이다. 10월 23일 한 인터넷 커뮤니티엔 “오랜만에 촛불을 들 생각에 설렜는데 무슨 단체들이 끼어들어 본질을 흐리고 촛불로 만든 대통령을 규탄한다고 들었다. 촛불 민심은 이제 국회로 향해야 한다. 여의도 공원에서 모이자”는 글이 올라왔다.
참가하겠다는 누리꾼들 댓글이 이어졌다. 집회 제안자는 홍보 포스터도 직접 만들어 올렸다. 포스터에는 ‘내 축제는 내가 기념하자! 자발적 축하 집회 촛불 1주년 ㅊㅋ’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참가자 수는 엄청난 숫자로 불어났다. 제안자는 10월 28일 오후 6시 여의도에서 촛불 1주년 기념집회를 열겠다고 영등포 경찰서에 집회 신고를 냈다. 참석 예정 인원은 50명이었다. 그런데 참여 인원이 늘어 400명으로 재신고를 했다. 영등포 경찰서 관계자는 “최종적으로 1500명을 참여 인원으로 신고했다”고 말했다.
집회 제안자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규모가 커질 줄 몰랐다. 처음엔 여의도에서 조촐하게 축하의 자리를 만들자는 취지로 시작했다. 많이 와야 40명 정도라고 생각했는데 신청자가 많이 늘어났다”면서 “광화문 촛불 1주년 집회는 원하는 형식이 아니었다. 특정 단체에서 주최하는 것이 아닌 지난해 겨울 함께했던 촛불 시민들과 자축하는 시간을 갖고 싶었다”고 밝혔다.
여의도 촛불 파티의 백미는 야당 당사로의 행진이다. 이에 대해 집회 제안자는 “자유한국당 바른정당 국민의당 등 국회에 대한 경고, 촛불 민심이 이제는 국회로 향했으며 적폐의 존재를 잊지 않았다는 알림”이라고 설명했다. 여의도 촛불 파티 측이 만든 한 포스터에는 ‘여의도 촛불파티에 없는 세 가지-뜬금없는 반미주의, 기-승-전-석방, 대책 없는 청와대 행진’이 명시돼 있다.
한 문재인 지지자는 “주최 측이란 말을 주인이라는 말로 생각하나. 작년 추억을 되살려 올해 가족 모두 같이 (광화문에) 가자고 했다가 접었다. 여의도로 가기엔 분열되는 모습을 보이는 것 같아 그냥 안 가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했다. 또 다른 누리꾼도 “이번 1주년 대회의 주체가 누구인지 의심하게 만드는 (광화문) 행사는 당장 그만둬야 한다. 진정 촛불을 들고 적폐청산을 외치려면 야당이나 법원 국회로 가야 한다. 촛불을 이용하지 말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여전히 광화문 집회에 가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 모임인 ‘문팬’ 관계자는 “광화문은 촛불의 성지다. 행사 중에 말도 안 되는 얘기나 퍼포먼스를 한다면 다른 곳에 있는 우리가 즉시 대응을 할 수 있나. 그들에게 시민의 목소리를 보여주자. 무턱대고 여의도로 가게 되면 ‘하고 싶은 대로 다 해라’ 이렇게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경민 기자 mercur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