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홀 주식으로 ‘대박’났다는 한 커뮤니티 이용자의 글
배틀그라운드는 스팀이란 게임 플랫폼을 통해 글로벌 출시하였으며 현재 얼리 액세스 단계에 있다. 고립된 섬에서 약 100명의 인원이 무기와 탈것을 활용해 벌이는 배틀로얄 게임이다.
이 게임은 출시 13주 만에 누적매출 1억 달러를 돌파했고, 2017년 10월 중순까지 1800만 장, 국내에서만 130만 장가량을 판매하면서 대성공을 거두었다. 자연스럽게 블루홀의 기업 가치는 약 40배가 뛰었다. 이 같은 성공 덕분에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장병규 블루홀 의장을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으로 발탁하기도 했다.
재평가설의 배경은 이희진에게서 블루홀 주식을 산 한 커뮤니티 이용자가 “1년 전에 산 블루홀 주식 300주…오른 걸 지금 알았다”는 제목의 글이 올라오면서 시작됐다. 해당 글에는 “1년 전 사기꾼 이희진 말 듣고 주당 3만 원에 300주를 샀어요. 이희진 구속된 후 똥밟았다 생각하고 잊고 있었죠. 최근 ‘배틀그라운드’라는 게임을 시작했는데 블루홀이란 이름이 뜨길래 설마하고 주가를 확인해보니 주당 75만 원이 돼 있었다”며 “900만 원 주고 산 주식이 2억 2000만 원이 됐다”고 전했다. 주식 가격이 30배 넘게 오른 셈이다.
이 이용자의 글이 캡처돼 돌면서 이희진 재평가설이 나오기 시작했다. 사기꾼이 아니라 주식을 보는 안목이 있던 것 아니냐는 얘기다. 하지만 팩트체크를 해보니 이희진의 안목을 신뢰하기는 상당히 어려워보였다.
검찰 기소장을 확인해보면 블루홀 주식 판매대금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먼저 이희진이 주식을 판 당시에는 배틀그라운드란 게임이 출시된다는 점도 몰랐다고 보여진다. 이희진이 블루홀 주식을 판매한 시기는 지난해 4월인데, 배틀그라운드 개발 비화를 보면 개발 승인이 난 게 지난해 3월이다. 때문에 외부에는 배틀그라운드란 게임의 흥행 여부를 떠나 개발이 된다는 이야기조차 나오지 않을 때다. 실제로 이희진의 블루홀 홍보 문자를 보면 예전 게임인 테라를 홍보할 뿐 배틀그라운드 관련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
이희진은 동생, 친구, 모친의 명의로 미래투자파트너스, 프라임투자파트너스, 케이론인베스트먼트를 만들어 장외주식을 판매했다. 검찰이 파악한 이희진의 주식 판매 대금은 각각 미래투자파트너스 1453억, 프라임투자파트너스 179억 원, 케이론인베스트먼트가 157억 원이다. 총 판매한 대금이 1670억 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검찰이 파악한 블루홀 주식 판매 대금은 9300만 원에 불과했다. 이희진이 대표적으로 많이 판매한 주식 네이처리퍼블릭(약 383억 원)과 비교했을 때 적어도 너무 적다. 이희진이 주식을 판 종목이 엄청나게 많은데 그 중에서 ‘하나 얻어걸렸다’고 볼 수밖에 없는 이유다.
특히 가장 많이 판 종목인 네이처리퍼블릭을 보면 이희진은 주당 17만 원에 많이 판매했고 정운호 게이트가 터지며 주가가 급락하자 물타기를 권유하며 8만 원대에 판매했다. 지금 네이처리퍼블릭 주가는 장외주식사이트에서 1만 5000원대에 형성돼 있다. 초기 판매 대금을 기준으로는 약 10분의 1토막이 난 셈이다.
이 씨가 블루홀 주식에 관해 자신의 방송에서 언급하는 장면.
오히려 이희진은 최근 블루홀 이슈로 인해 곤경에 처하게 됐다는 점도 아이러니한 사실이다. 이희진이 가장 많이 판매한 미래투자파트너스에서 검찰이 파악해 기소한 종목은 12개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 종목 이외에도 많은 종목이 거래됐다. 블루홀도 검찰 조사에서는 빠진 종목이다. 앞서 조사된 9300만 원의 판매 대금은 프라임투자파트너스에서만 판매한 액수다.
이번 블루홀 주식으로 30배 이상의 수익을 올렸다는 ‘인증 글’도 미래투자파트너스에서 주식을 구매한 사람이 쓴 글이다. 블루홀 주식이 이슈가 되면서 12개 종목 외에 미래투자파트너스에서 빠진 종목이 어떤 게 더 있는지 거래대금이 얼마나 됐는지가 화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희진이 방송 중에 ‘네이처를 회원 분들이 꽤 샀어요. 35억 원 정도 됩니다’라고 말하면서 ‘블루홀은 10억대로 샀다. 블루홀의 3배를 넘게 샀다’라고 발언한 장면도 문제가 되고 있다. 방송에서의 발언과 달리 검찰조사에서 네이처리퍼블릭은 약 383억 원을 판매했다는게 드러났다. 피해자들은 블루홀도 네이처리퍼블릭처럼 10배 이상을 판매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하고 있다.
피해자 모임은 직접적인 행동에 나섰다. 이들은 ‘이희진이 블루홀 주식 약 5만 주를 매입했다가 판매하고 1만 주 정도 보유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있다’며 이 씨의 범죄수익을 환수하라는 고발장을 제출했다. 또한 검찰이 수사하지 않아 기소할 때 빼놓은 약 30종목도 밝혀달라며 철저한 수사도 요청했다. 이희진 피해자 모임 관계자는 “검찰 조사에서 주식은 환수를 하지 않은 것으로 이희진 측근들에게 전해 들었다. 측근에 따르면 이희진이 블루홀 외에도 주식들을 많이 갖고 있다고 한다. 이 주식도 환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다른 종목 수사까지 이뤄진다면 블루홀 때문에 이희진은 재평가가 아닌 검찰의 재수사를 받게 될 처지인 셈이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