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롯데지주 출범으로 신동빈 회장이 롯데그룹 경영권을 공고히 했다.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롯데지주의 출범은 호텔롯데 상장과 더불어 일본 롯데와 관계를 끊어내면서 신 회장의 경영권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평가받는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 10월 1일 기준, 일본 롯데홀딩스와 신동주 전 부회장의 롯데주식회사의 지분율은 분할합병 전 각각 9.9%, 4%에서 0.2%, 3.5%로 떨어진 반면 신 회장의 지분율은 9.1%에서 10.5%로 상승했다. 신동빈 회장이 롯데지주의 최대주주로 올라선 것이다.
지주사 출범으로 신동주 전 부회장은 경영권에서 밀려났다. 지난 9월 12일 신동주 전 부회장은 소유하고 있던 롯데쇼핑·롯데칠성음료·롯데푸드·롯데제과 주식을 대부분 매각 결정했다. 4개사의 분할합병에 반대해 주식 매수청구권을 행사한 것이다. 다만 신 전 부회장의 회사 SDJ코퍼레이션은 같은 날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주식 매각이 경영권 포기를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알렸다.
신동빈 회장이 경영권 다지기에 성공했지만 아직 반쪽짜리 성공에 불과하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롯데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광윤사’의 최대주주가 여전히 신 전 부회장이기 때문이다. 2010년 신 전 부회장은 신격호 총괄회장에게 주식 1주를 증여받아 지분 ‘50%+1주’로 광윤사의 최대주주가 됐다. 신 전 부회장은 대주주로 등극한 이후 신 회장을 광윤사 등기이사에서 해임했다. 또 이 지분을 통해 광윤사가 최대주주로 있는 롯데홀딩스의 주주총회를 수시로 소집하며 롯데홀딩스 대표로 있는 신 회장을 압박해 왔다.
신동빈 회장이 ‘일본기업’이라는 이미지를 털어내고 본인 체제의 ‘뉴 롯데’ 시대를 온전히 열기 위해서는 광윤사와 일본롯데의 영향력에서 벗어나는 것이 필수다. 호텔롯데의 기업공개(IPO)에 공을 들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호텔롯데 상장을 통해 호텔롯데의 90%가 넘는 일본 쪽 지분을 낮추고 얽히고설킨 순환출자 고리도 어느 정도 해소하겠다는 것이 신동빈 회장 쪽 생각이다. 다시 말해 호텔롯데의 상장은 ‘일본기업’이라는 비난을 털어내고 신 회장 자신의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는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호텔롯데 상장이야말로 두 형제의 경영권 분쟁의 핵심적인 사안으로 상장이 된다면 신동빈 회장의 완승으로 보면 된다”며 “여러 악재로 상황이 불투명해졌지만 호텔롯데 상장에 대한 준비는 끝났기 때문에 정책적으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또 배임·횡령으로 구속수감된 신영자 롯데재단 이사장과 선을 긋고 있다. 지난해 신 이사장이 롯데면세점 입점 업체를 대상으로 한 수수료 비리로 수사를 받으면서 호텔롯데 상장이 한 차례 좌절된 바 있기 때문에 호텔롯데 상장을 위해서라도 신 이사장과 거리를 둘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롯데 측은 신 이사장의 배임·횡령에 대해 ‘개인적인 문제’라며 그룹과 무관함을 강조해오고 있다.
또 지난 면세점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부당한 로비가 있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부인하고 있다. 롯데는 지난해 9월 신 이사장을 호텔롯데·부산롯데호텔 사내 이사직에서 제외했다. 현재 신 이사장은 롯데쇼핑·롯데건설·롯데자이언츠·롯데리아·대홍기획의 사내이사와 기타 비상무이사를 맡고 있다.
신 회장은 신 총괄회장과도 거리를 두며 MB정부의 롯데월드타워 특혜 의혹에 대응하고 있다. 지난 10월 16일 제36차 롯데그룹 경영 비리 공판에서 신 회장은 “2008년에는 일본에 반 년 정도 머물렀기 때문에 회장 업무보고에 다 참석하지 못했다”며 “2015년 상반기까지 최종 의사 결정자는 신격호 총괄회장이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진다. 재계 다른 관계자는 “결국은 상태가 온전치 않은 신 총괄회장이 다 덮어 쓸 가능성이 높다”며 “한 차례 수사가 흐지부지된 데다 당시는 신동빈 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선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에 별다른 책임을 지지 않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6월 ‘사단법인 선’이 신 총괄회장의 한정후견인으로 선정된 이후 지난 7월 법원에 한정후견인이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권한을 확대해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SDJ코퍼레이션 관계자는 “신 전 부회장은 한정후견인의 권한 확대에 대해 아직 어떠한 언급도 없었다”며 “이 사안에 대한 대응은 아직 고려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혜리 기자 ssssch3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