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6일 엔시소프트 윤송이 사장의 부친이자 김택진 대표의 장인으로 알려진 윤 아무개 씨(68)가 경기도 양평 자택 정원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일요신문DB
지난 10월 26일 경기도 양평의 조용한 마을이 발칵 뒤집혔다. 바로 엔시소프트 윤송이 사장의 부친이자 김택진 대표의 장인으로 알려진 윤 아무개 씨(68)가 자택 정원에서 숨진 채 발견됐기 때문이다. 사건을 수사 중인 양평경찰서는 이날 오후 5시 45분쯤 전북 임실 국도 부근에서 용의자 허 아무개 씨(41)를 긴급체포, 현재 양평경찰서에서 조사 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허 씨는 현재 살해 혐의 일부를 인정했다. 경찰조사에서 허 씨는 “주차하던 중 시비가 붙어 우발적으로 범행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우발적’이었다는 허 씨 주장과 달리 그의 범행 전후 행동에 석연치 않은 정황이 포착돼 경찰은 계획된 범행일 가능성에도 무게를 두고 수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구급대 등을 통해 확인된 이번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윤 씨의 부인은 10월 26일 오전 7시 18분쯤 정원에서 피에 흘린 채 쓰러져 있는 남편 윤 씨를 발견한 뒤 7시 22분쯤 119구급대에 연락을 취했다. 오전 7시 29분 119구급대는 현장에 도착해 시신을 수습했다. 경찰이 최초 현장에 도착한 것도 이때다. 남편 윤 씨는 전날(25일) 색소폰 동호회 모임에 나갔다 귀가하는 길에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목에 세 군데 흉기에 찔린 흔적도 남아 있었다. 더욱이 윤 씨의 차는 사라진 채 시신만 발견돼 자연스레 타살 의혹이 점쳐졌다. 경찰도 시신을 발견한 직후 “타살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시신 발견 약 4시간 만인 27일 오전 11시쯤 경찰은 자택에서 약 5km 떨어진 공터에서 윤 씨의 차량을 발견했다. 경찰 관계자는 “자택 앞에서 윤 씨 시신은 곧바로 수습했지만 윤 씨 차량(벤츠)이 없어서 차량 조회를 곧바로 했다”며 “이후 인근 파출소에서 서종면 일대를 살피다 차량을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장에서 발견된 윤 씨 차량에는 키가 없었다. 이 때문에 경찰은 윤 씨 가족을 불러 보조키를 받아서야 차 문을 열 수 있었다. 아울러 차량 블랙박스와 윤 씨의 휴대전화, 지갑 또한 발견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경찰이 용의자를 특정할 수 있었던 배경엔 차가 주차된 곳 주변 폐쇄회로(CC)TV 덕분이다. 경찰은 차량 발견 30분 후인 11시 30분쯤 주변에 설치된 CCTV를 확인했다. 여기서 경찰은 허 씨가 25일 오후 11시 45분쯤 윤 씨 차량을 양평 문호리 공터에 세워두고 인근에 미리 주차해 놓은 흰색 차량(i30)을 이용해 현장을 빠져나간 사실을 파악했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허 씨의 차량을 특정할 수 있었다.
또한 경찰은 마을 주변 CCTV 영상을 분석해 윤 씨와 허 씨의 행적을 추적했다. 경찰에 따르면 윤 씨는 25일 오후 5시쯤 색소폰 동호회 활동을 위해 자신의 차를 운전해 양평 읍내로 나갔다. 이후 오후 7시쯤 동료 회원들과 헤어졌다고 한다. 마을 앞에 설치된 CCTV 영상에서 윤 씨의 차량은 오후 7시 25분쯤 동료 마을 입구를 통과해 집으로 향했다. 허 씨의 흰색 차량은 그보다 앞선 오후 5시 12분쯤 마을 입구를 지나 윤 씨 집 쪽 길목으로 올라갔다가 오후 8시 11분쯤 다시 나왔다. 오후 8시 48분 그는 윤 씨의 차를 몰고 마을을 빠져나와 오후 10시쯤 문호4리 인근 모텔로 갔다. 경찰은 이 때문에 윤 씨의 사망 시각을 오후 7시 30분에서 오후 8시 48분 사이로 추정했다.
허 씨는 윤 씨의 차를 운전해 모텔 주차장에서 2시간가량 머물다 공터에 차를 버린 것으로 보인다. 이후 근처에 세워 둔 자신의 차량으로 도주했다.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한 경찰은 허 씨를 허 씨의 핸드폰 위치 추적 및 차량 수배 결정을 내린 뒤 26일 오후 3시 11분쯤 허 씨가 전북 순창 IC를 통과한 후 순창 지역에 머무른 사실을 확인하고 전북지방경찰청과 공조해 오후 5시 45분 전북 임실군 덕치면 소재 전주 방향 27번 국도에서 허 씨를 검거했다. 윤 씨 부인의 신고를 받고 경찰이 수사를 시작해 용의자 추적에 나선지 약 10시간 만이다.
검거 직후 허 씨는 27일 오전 2시쯤 양평경찰서에 도착해 심야조사를 받으러 들어갈 때까지만 해도 범행 사실에 대해 부인했다. 하지만 1차 조사 이후 ‘주차 시비’를 범행 동기로 밝히며 혐의 일부를 시인했다. 그는 “부동산 일을 보러 양평 현장에 갔다가 주차 문제로 시비가 붙어 우발적으로 살해했다”며 “내가 내 정신이 아니었다. (피해자가) 살았는지 죽었는지 확인도 못했다”고 진술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허 씨의 범행 동기 진술에 신빙성이 낮다고 보고 있다. 허 씨가 사건 당일 범행 약 2시간 전인 오후 5시 12분 윤 씨 마을로 들어왔다는 점, 범행 후 윤 씨 벤츠 차량을 끌고 마을을 빠져나간 점, 범행을 부인하다가 경찰조사 후 범행을 시인한 점 등을 들어 허위 진술을 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앞으로 수사 방향 설정에 필요한 자료 수집을 위해 프로파일러 2명이 수사에 참여, 관련 기록을 검토할 예정”이라며 “허 씨에 대해선 오늘 중으로 살인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환한 기자 bright@ilyo.co.kr
김상훈 기자 ksanghoon@ilyo.co.kr
유명인들 관련 말도 탈도 많다…양평 전원주택지 잇단 사건·사고 지난해 8월 이인원 롯데그룹 부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알려진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 문호리의 한 산책로. 연합뉴스 이 때문에 재벌가는 물론 연예인들도 양평으로 이주해 보금자리를 꾸미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이 일어난 양평군 문호리 일대 전원주택 단지에도 다수의 연예인들이 전원생활을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대표적인 연예인은 배우 이영애다. 이영애는 2012년 쌍둥이 출산 이후 아버지의 고향인 이곳에 땅을 사들여 전원주택을 마련했다. 이영애 외에도 배우 김수로, 감우성도 가족들과 함께 문호리 전원주택에 이주해 생활하고 있다. 문호리 인근 부동산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곳은 자연경관도 뛰어나고 마을 분위기가 조용한 편이고 CCTV 등 기본적인 치안도 잘 구비돼 있어 전원생활을 선호하는 은퇴한 부호들이나 연예인들이 이주를 선호하는 곳이다. 하지만 문호리를 비롯해 최근 몇 년간 양평에서 각종 사건·사고가 잇따라 주민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지난해 8월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인원 롯데그룹 부회장도 양평군 서종면 문호리 한 산책로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이 부회장은 양평에 연고는 없으나 은퇴 후 양평으로 이주하기 위해 평소에도 집을 보러 다니는 등 양평에 자주 들른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이보다 앞선 지난해 7월에는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의 양평 별장 인근 강에서 정 회장의 지인이 땅콩보트와 충돌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26일 윤 사장 부친 사건 현장에서 마주친 한 주민은 “미국에 있는 딸이 기사를 봤는지 ‘세상 무섭다’ ‘몸 조심해야 한다’고 당부하더라”며 “10년 전 이사와 조용하게만 지냈는데 가까이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나니 충격”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주민 한 아무개 씨(59)도 “조용한 시골 마을인데 자꾸 언론에 동네가 오르내리는 게 사실 불편하기도 하다”며 “우리는 조용하게 살고 싶은데 각기 다른 배경에 있는 사람들이 모이다 보니 이런 일도 일어나는구나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