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양키스의 다나카 마하시로가 올 시즌 가장 빼어난 활약을 펼쳤던 경기는 10월 19일(한국시간) 미국 뉴욕 양키스타디움에서 펼쳐진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ALCS·7전4승제) 5차전에서 휴스턴 애스트로스를 5대 0으로 격파했던 순간이었다. 이 경기에 양키스 선발 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다나카는 7이닝 동안 3피안타 8탈삼진 무실점으로 역투를 펼쳤다. 정규시즌 내내 기복 있는 투구로 팀의 신뢰가 높지 않았지만 다나카는 1승이 절실했던 팀에 눈부신 활약을 펼치며 승리를 안긴 것이다.
다나카 마사히로 경기 모습. 뉴욕 양키스 페이스북 캡처.
LA 다저스의 다르빗슈 유는 정규시즌 막판 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텍사스 레인저스로부터 잘못 데려왔다는 혹평을 받았지만 포스트시즌에서 완벽하게 부활했다. 애리조나 다이아몬스백스와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NLDS)에서 상대 팀 에이스 잭 그레인키와 대등한 경기를 펼치며 5이닝 2피안타 1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되었고, 시카고 컵스와의 챔피언십시리즈 3차전에서도 6⅓이닝 1실점으로 컵스 타선을 막아내며 팀의 6 대 1 승리를 이끌었다.
포스트시즌 동안 불펜으로 내려온 다저스의 마에다 겐타도 중간 계투로 철벽 피칭을 선보이고 있다. 26일 현재 2승 6.1이닝 7탈삼진 무실점 퍼펙트 행진을 이어가는 마에다는 다저스가 포스트시즌 동안 행한 여러 가지 작전 중 ‘신의 한 수’로 꼽히는 사례이다. 선발이 아닌 불펜 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마에다의 투구가 이전보다 더 강렬한 위력을 뽐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올 시즌 정규리그는 물론 포스트시즌에서 일본인 투수들이 상승세를 나타낸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송재우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의 설명을 들어본다.
“한국은 박찬호 이후, 일본은 노모 히데오 이후에 투수 쪽 성공 사례가 많지 않았다. 그러다 2007년 뉴욕 양키스에 입단했던 이가와 게이가 빅리그에 안착하지 못하고 트리플 A, 더블 A를 전전하다가 일본으로 복귀하면서 일본 야구에 충격을 안겨줬다. 미국 진출 전까지만 해도 이가와 게이는 일본 최고의 투수로 손꼽혔기 때문이다. 미국 진출을 준비했던 일본 선수들로선 이가와 게이의 실패를 통해 공부하지 않고 준비 없이 메이저리그 문을 노크하면 이가와 게이처럼 또 다른 실패를 맛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다르빗슈는 메이저리그 진출을 앞두고 영어를 따로 배웠고, 메이저리그 공인구로 투구 연습을 하는 등 일본에서부터 준비를 한 다음 미국으로 건너갔다. 좀 더 신중했고, 좀 더 연구한 부분이 일본 투수들이 메이저리그에 뿌리내리게 된 배경이라고 생각한다.”
송재우 위원은 다카나 마사히로는 기적적으로 포스트시즌에서 좋은 모습을 보인 케이스라고 설명했다.
“2014년 이후 다나카는 팔꿈치 부상을 안고 있다. 팔꿈치 인대가 찢어져서 토미존 수술을 해야 했지만 수술 없이 재활로 지금까지 버텼다. 그래서인지 올 시즌 전후반기에 비참하게 얻어맞으며 평균자책점이 6점대로 치솟기도 했었다. 로테이션에서 밀려날 위기에 처했지만 끈질긴 생명력을 선보였고 포스트시즌에서 최고의 투구를 펼쳤다. 정신력만큼은 최고의 선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르빗슈 유 경기 모습. LA 다저스 페이스북 캡처.
송 위원은 3명의 일본 투수들에 대한 설명을 이어가면서 공통점을 지적했다.
“다르빗슈, 마에다, 다나카가 속한 팀을 살펴보면 모두 대도시의 명문팀이란 사실을 알 수 있다. 다나카는 포스팅시스템을 통해 미국에 진출했음에도 대놓고 뉴욕 양키스에 가고 싶다고 목소리를 냈던 선수이다. 마에다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무조건 LA 다저스에 가고 싶다고 말했다. 그런 부분이 다나카를 양키스로, 마에다를 다저스로 이끈 배경이기도 하다. 다르빗슈는 포스팅시스템을 통해 텍사스 레인저스로 향했지만 텍사스도 대도시 못지않은 곳이다. 트레이드를 통해 더 큰 도시인 LA에 합류했으니 일본 투수들의 로망이 모두 이뤄진 셈이다.”
메이저리그를 경험했던 김선우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좀 더 전문적인 시각으로 3명의 선수를 비교했다.
“다나카, 다르빗슈, 마에다는 모두 뛰어난 제구와 슬라이더, 스플리터를 구사하는 선수들이다. 높은 볼보다는 낮은 코스에서 제구된 공이 들어가니까 타이밍 싸움에서 유리한 부분이 있다. 다르빗슈가 다저스로 트레이드된 이후 보인 가장 큰 변화라면 자신의 몸 상태에 대한 자신감 덕분에 타자들과의 승부에 집중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수술했던 부위를 신경 쓰다 보면 투구폼도 부자연스럽고 마운드 운영을 매끄럽게 못하는데 지금은 공을 던질 때 자신감이 넘치고 타자와의 수 싸움에서 뛰어난 모습을 보인다. 기억할지 모르겠지만 다르빗슈는 지난 시즌 텍사스 레인저스 선수로 포스트시즌을 치렀을 때 토론토 블루제이스 선수들을 상대해서 피홈런 4개를 기록했었다. 계속 빠른 볼로 승부하다가 얻어맞은 것이다. 그러나 올 시즌에는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제구력과 타이밍 싸움을 보이며 낮은 공과 변화구로 타자들을 상대한다. 1년 전에는 힘으로 누르려 했던 데서 지금은 정교한 제구력에 타이밍 싸움을 벌인다. 자신의 실패를 딛고 일어나 성공한 모습을 보였다는 점에서 다르빗슈의 올 시즌 후반기는 시사 하는 바가 매우 크다.”
김선우 위원은 불펜으로 보직이 변경된 마에다의 투구도 인상적이라고 설명했다.
“선발로 나갔을 때보다 불펜에서 던질 때 구속이 더 잘 나온다. 슬라이더로 스트라이크를 넣었다 뺐다 하니까 우타자 상대로 최고의 효과를 보는 것 같다. 마에다로선 선발에 대한 아쉬움이 크겠지만 경기 결과는 중간투수로 나섰을 때가 훨씬 좋다.”
김 위원은 일본 투수들이 투구 밸런스가 좋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그리고 3명의 투수들이 모두 자신이 안고 있는 문제점들을 노력을 통해 극복해 냈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기자도 김 위원의 의견에 동조하는 부분이 있다. 다른 누구보다 다르빗슈는 투구폼 회복을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는 걸 직접 목격했기 때문이다. 지난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서 다르빗슈는 훈련 때마다 한 손에 캠코더를 들고 다녔다. 나중에 확인해보니 자신의 투구를 촬영해서 반복해서 돌려보며 수정을 하기 위함이었다. 촬영을 더 잘하기 위해 일본 사진 기자에게 캠코더 촬영법을 물어보는 다르빗슈의 모습은 눈에 띌 수밖에 없었다.
마에다 겐타 경기 모습. LA 다저스 페이스북 캡처.
다저스로 트레이드된 이후에도 자신만의 루틴을 지켜나갔다. 선발 등판한 다음날에는 일찌감치 야구장에 나와 달리기를 하고 캐치볼을 하면서 개인 훈련을 소화했다. 허니컷 코치와 투구폼 수정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 내용은 유명한 스토리가 됐다.
그렇다면 내년 시즌에도 일본 투수들의 선전은 계속될 것인가. 앞의 두 해설위원은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오타니 쇼헤이의 거취 문제가 다르빗슈한테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저스는 끊임없이 오타니에 대한 구애를 펼쳐왔다. 사장과 단장이 직접 일본으로 건너가 오타니를 직접 관찰했다는 기사도 나왔을 정도이다. 다저스가 만약 오타니 영입을 위해 돈을 풀 생각을 한다면 올 시즌을 끝으로 다저스와의 계약이 종료되는 다르빗슈와는 재계약을 하지 않을 확률이 높다. 다저스로선 오타니와 다르빗슈를 모두 잡을 만큼 자금의 여유가 없고 메이저리그 사치세가 적용되는 터라 몸값 부담에서 절대 자유로울 수가 없다. 다르빗슈가 다저스가 아닌 다른 팀과 계약한다면 내년 시즌 또 어떤 모습을 보일지 장담하기 어려운 일이다. 장기 계약으로 묶여 있는 마에다를 제외한다면 다나카가 남는데 다나카는 월드시리즈를 마치면 옵트아웃을 행사할지의 여부를 밝혀야 한다. 양키스와 3년 6700만 달러가 남은 상태인데 옵트아웃을 행사할 경우 FA 시장에서의 다나카 주가가 치솟을 가능성이 높다.”
한편 일본인 투수들의 메이저리그 활약에 비해 한국인 투수는 현재 류현진 한 명밖에 남지 않았다(세인트루이스와의 계약이 만료된 오승환은 제외). 문제는 류현진 이후 KBO리그 출신의 투수들 중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만한 선수가 눈에 띄지 않는다는 사실.
송재우 위원은 “류현진 이후 김광현, 양현종이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았는데 지금은 모두 뒤로 물러난 상태이다. KIA와 1년 계약을 맺은 양현종이 올 시즌을 마치고 어떤 선택을 할지 모르겠지만 양현종이 미국 진출을 선언하지 않는다면 당분간은 메이저리그 무대에 설 만한 투수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김선우 위원은 “야수에선 추신수를 비롯해 김현수, 박병호, 강정호 등 계속해서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이 나오는데 투수 쪽은 현재 암울한 상태”라면서 “이렇게 된 이상 무조건 해외 진출을 노리기보단 일본 투수들처럼 많은 준비를 한 다음 자신에게 적합한 무대를 찾는 것도 중요한 부분”이라는 의견을 나타냈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
A팀 접촉설에 함구…“다양한 옵션 검토중” 김현수의 거취는? 김현수의 거취 문제가 뜨겁다 못해 데일 정도이다. KBO리그 한국시리즈가 한창인 가운데 황재균을 비롯해 김현수가 내년 시즌 어느 유니폼을 입게 될지 야구팬들의 관심이 높다. 2015년 12월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2년 총액 700만 달러에 계약한 김현수는 2년 동안 출전 기회 문제로 속앓이를 해야만 했다. 데뷔 첫 해보다 올 시즌 출전 기회는 더 줄어들었고, 김현수는 필드보다 벤치를 달구는 일이 더 많았다. 지난 19일 귀국한 김현수는 “메이저리그에 남고 싶지만 의지대로 되는 일이 아니다”며 향후 거취에 여지를 남겼고 KBO리그 복귀 가능성에 대해선 “에이전트에게 맡기겠다”며 말을 아꼈다. 그렇다면 이후 상황은 변화를 이뤘을까. 야구 커뮤니티에는 계속해서 김현수가 A 팀과 계약을 맺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고, 해당 팬들은 뜨거운 관심을 보이며 소문을 옮기고 있는 터라 김현수 에이전트의 설명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볼티모어 오리올스 홈페이지에 올라온 김현수 경기 모습. 김현수의 에이전트인 리코스포츠에이전시 이예랑 대표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다음과 같은 얘기를 전했다. “지금은 공식적으로 밝힐 수 있는 내용이 없다. 김현수 선수가 귀국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 외엔 더 발전된 부분이 없기 때문이다. 일단 한국시리즈와 미국의 월드시리즈가 끝날 때까진 비슷한 대답을 반복할 수밖에 없다. 한국과 미국,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다양한 옵션으로 알아보는 중이다.” A 팀과 접촉한 일이 있느냐는 질문에 이 대표는 “미안하지만 그렇다 아니다로 대답할 수가 없다”면서 더 이상의 언급을 자제했다. 김현수의 거취 관련해서 송재우 해설위원은 “지난 2년간 후보 선수로 머물렀던 김현수로선 3년째에도 비슷한 경험을 반복하진 않을 것 같다”면서 “메이저리그 계약을 맺지 못한다면 국내 복귀가 가장 현실성 있는 대안이지만 김현수의 실력에 메이저리그 도전을 멈춘다는 건 너무 아깝고 안타까운 일”이라는 의견을 내보였다. [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