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은 오랜 기간 대한체육회 시범종목으로 머물다가 2009년에야 정가맹 경기단체로 승인받았고 지난해 2016년 드디어 전국체전 정식종목으로 채택됐다. 길고 지난한 시간이었는데 스포츠로 인정받기 위해 바둑인들이 기울인 노력을 되돌아보면 한국 체육의 총 본산인 대한체육회 회장이 전국바둑대회를 열었다는 것은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고 하겠다.
평소 6급과 7급을 오간다는 대한체육회 이기흥 회장(62)은 “바둑은 생활체육으로 자리매김하기에 적합한 종목이고, 마침 수덕사 정목 주지스님과 서광사 도신 주지스님이 대한체육회와 함께 후원하겠다는 뜻을 밝혀 대회 창설이 이뤄지게 됐다. 전국의 아마추어 바둑인들이 한 자리에 모일 수 있는 기회가 되고 바둑을 즐기는 승려, 신부, 목사들의 화합의 장도 있다 하니 이 대회가 오래오래 지속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취임 1년을 맞아 평창 동계올림픽 준비와 한국 국제 스포츠 외교력 발전을 위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 입후보 신청서를 제출하는 등 정신없이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이 회장을 만나봤다.
취임 1년을 맞은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평창 동계올림픽 준비 등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정말 많은 일이 있었다. 정권이 갑자기 바뀌고 엘리트 체육과 생활체육이 통합되는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또 평창 동계올림픽이 카운트다운에 들어가 이제 100일을 남겨두고 있고 한국을 대표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에 도전하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그 와중에 진천 국가대표 선수촌이 문을 열었다. 눈코 뜰 새 없이 바빴지만 보람된 1년이었다.”
―체육단체 통합 과정에서 구성원들의 갈등이 심하다고 들었다. 최근 상황은 어떤가.
“물리적으로는 통합을 이뤘지만 화합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거의 통합이 이뤄졌다. 연초까지 심했던 잡음이 이젠 거의 없지 않은가. 현재 대한체육회 산하 228개 시군구는 100퍼센트 통합이 됐다. 또 1056개 시도종목단체 중 1045개가 통합이 됐다. 아직 11개가 되지 않았는데 이것도 조만간 통합될 예정이다.”
―대한체육회장 선거 당시 공약이 “협회의 재정자립을 통한 자율성 확보”였다. 계획한 대로 추진되고 있는가.
“하루 이틀에 될 일은 아니다. 재정이 안정적으로 확보돼야 일을 계획대로 추진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평창 동계올림픽이 끝나면 그동안 그쪽으로 들어가던 자금이 체육회 쪽으로 올 것이다. 그럼 그 자금으로 향후 10년 동안 시설이나 인프라, 직원들 일자리, 복지, 이런 것들을 모두 갖춰서 10년이 지난 뒤부터는 예산을 차츰차츰 줄여나가 그 이후부터는 재정자립을 이룩하자는 뜻이었다. 10년은 투자하고 10년은 그것을 살찌워서 다시 10년 후 완전한 재정자립을 이룩하자는 게 골자다. 투자를 제대로 해서 20년 뒤에는 체육인들이 스스로 살아가자는 의도다. 그러기 위해 우리가 ‘아젠다 2020’을 만들어 행정부와 국회 등에 설명하고 있다.”
―스포츠전문 케이블TV를 설립하는 운영하고 있다고 들었다.
“KOC TV다. 2010년부터 2015년까지 인터넷 중계방송 KOC TV를 통해 공중파 TV 매체에 노출이 어려운 비인기종목의 인터넷 중계를 추진해 왔다. 우선 스포츠전문 케이블TV 설립을 위한 전 단계로 인터넷 중계방송을 실시하며 노하우를 쌓고 있는데 일선 현장에서 시청하는 사람들이 많아 무척 고무적이다.”
―내년 2월 9일 개막되는 평창 동계올림픽이 이제 100일 남았다. 준비는 잘 돼가고 있는가.
“우리 체육회는 아무래도 우리 선수들의 경기력이 가장 중요할 수밖에 없다. 우리 선수들의 경기력이 평창 동계올림픽의 성공을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내부적으로 TF팀을 구성해 대표선수 강화훈련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내년 평창동계올림픽에 대한체육회는 역대 최대종목 최대인원인 7종목 130여 명의 선수를 출전시켜 금8, 은4, 동8 등 총 20개의 메달을 획득해 종합 4위를 목표로 하고 있다. 전력 이상의 상향 목표지만 홈그라운드의 이점을 생각한다면 불가능한 것도 아니라고 본다. 한편 대회 경기장 등의 공정률은 96퍼센트 정도 왼공됐다. 11월 말이면 모두 끝난다.”
―북한과의 공동선수단 구성이나 개회식 공동입장 등은 계속 추진하고 있는가.
“동계올림픽을 통한 남북한 긴장완화의 물꼬를 트기 위해 대한체육회, 조직위원회, 강원도, 정부, 심지어 IOC까지도 계속 요청을 하고 있다. 하지만 상대가 있기 때문에 우리가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우리가 계속 요청하고는 있다.”
―현재 IOC위원에 입후보한 것으로 알고 있다. 진행 상황은 어떻게 돼가고 있는가.
“투병 중인 이건희 회장이 IOC 위원을 사퇴하면서 한국의 IOC 위원은 유승민 선수 위원밖에 없는 상태다. 한국은 평창 동계올림픽까지 올림픽을 두 번이나 개최했고 상위 10위권의 스포츠 강국임에도 불구하고 선수 출신 IOC위원밖에 없는 것은 맞지 않다는 여론이 한국 스포츠계에서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내가 나서게 된 것이다. 스포츠 외교에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또 한 명의 IOC 위원을 배출할 수 있는 적기라고 생각했다. 내년 9월 스위스 로잔에서 열리는 IOC 총회에서 결정될 것이다.”
유경춘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