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델 출신으로 프랑스의 영부인 자리에 오른 브루니가 그동안 세계인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아왔다면 이제는 다른 영부인에게 그 시선을 몽땅 빼앗길지도 모르게 됐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 주인공은 다름 아닌 미셸 오바마다. 차라리 신디 매케인이나 세라 페일린이었다면 미모나 패션 감각으로 승부하기 쉬웠을 텐데 왜 하필이면 미셸이냐는 것이다.
그만큼 많은 전문가들은 미셸이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영부인이 될 것으로 점치고 있다. 도시적이면서도 수수하고, 독립적이면서도 가정적인 그녀는 지금까지 백악관 안주인들이 지나치게 보수적이거나 지나치게 진취적이었던 것에 비해 다분히 중립적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또한 선거 일주일 전 ‘제이 레노 토크쇼’에 출연해서 “지금 입고 있는 이 앙상블은 제이크루(J.Crew: 미국의 저가 의류 브랜드) 거예요”라고 당당하게 밝힌 그녀의 모습은 그녀가 얼마나 서민적이고 소박한지를 여실히 드러냈다. 또한 그녀는 “인터넷으로 사면 좋은 걸 많이 건질 수 있어요”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당시 공화당의 페일린 부통령 후보가 유세 기간 동안 명품 의류를 장만하는 데에만 15만 달러(약 2억 원)를 쏟아 부었다는 사실이 도마 위에 올랐다는 점을 감안하면 분명 효과적이면서도 재치 있는 ‘한방’이었다.
하지만 그녀가 호감을 얻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필요에 따라 적절하게 내조자와 외조자의 역할을 번갈아 하고 있다는 점이다. 때로는 확실하게 남편 뒤로 물러나 조력자나 지원군 역할을 하다가도 필요할 때면 남편의 잘못을 따끔히 지적하거나 당당하게 연단에 올라 연설하는 등 당찬 파트너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2004년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기 위해 연단에 올라가는 오바마에게 “긴장하지마, 친구(Buddy)”라고 말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로라 부시의 보수적인 면과 힐러리 클린턴의 진보적인 면, 그리고 재클린 케네디의 패션 감각 등 삼박자를 두루 갖춘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미셸이 과연 어떤 영부인으로 역사에 남을지 주목된다.
김미영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