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일요신문DB
부동산 관계자는 “갑질 조항인지 아닌지는 제가 판단할 수 없다”면서도 “통상적이지 않은 조항은 맞다”고 했다. 부동산 관계자는 “위와 같은 계약을 맺었다고 하더라도 법적으로 따지면 효력이 없다. 예를 들어 상가의 경우 임대차 계약을 해지하려면 임대료를 3개월 이상 연체해야 하는데 2개월 만에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할 수는 없다. 또 계약 조항 해석에 관해 이의가 있을 때는 법적으로 따져야지 무조건 갑의 해석을 따르는 것도 말이 안 된다”고 설명했다.
법적 효력이 없음에도 홍 후보자 측이 이런 조항을 넣은 이유에 대해서는 “법을 잘 몰랐거나 법을 알고도 세입자를 압박하기 위해 그랬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부동산 관계자는 “세입자가 법을 잘 모르면 여기는 2달만 월세가 연체되어도 나가야 하는구나 생각할 것 아닌가. 법적으로는 나갈 필요가 없는데도 계약서를 들이밀면 순순히 나갈 수도 있다. 또 계약 조항 해석에 이의가 있어도 따지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관계자는 “계약서 9조에 ‘을은 고의, 과실을 불문하고 임차한 표시물의 전부 또는 일부에 훼손 및 손해를 초래케 하였을 때는 즉시 이를 원상으로 복구하거나 또는 이에 상당하는 손해액을 갑에게 지불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는데 이것도 기존 판례가 있기 때문에 법적인 효력이 없다. 예를 들어 수도가 동파되었을 때는 건물 자체 문제인지 세입자의 과실인지 따져봐야 한다. 무조건 세입자 책임이라는 조항은 법적인 효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계약서 18조 ‘을이 상기 각 조항 불이행으로 인하여 갑이 소송을 제기할 경우 모든 소송비 및 집행 경비는 을의 부담으로 하고, 갑이 임의로 을의 임대보증금에서 공제한다’는 조항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는 소송비는 따로 소송을 해서 반납 받아야 하지만 소송을 두 번 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런 조항을 넣어 계약하는 건물주들이 꽤 있기는 하다”고 말했다.
홍 후보자 측은 또 다른 건물 임대 계약을 맺을 때는 ‘임대료를 지정기일 내 납부하지 않을 시 계약이 해지된다’고 했다. 앞서 언급한 20조 조항(조항 해석에 관하여 갑, 을 사이에 이의가 있을 경우, 갑의 해석을 따르기로 한다)을 대입하면 한 달만 임대료가 미납되어도 계약을 해지할 수 있게 된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홍 후보자 측이 따로 세입자에게 설명했을 수 있겠지만 계약서 21조에는 ‘본 계약에 명시된 사항과 상반되는 구두약속 등은 일절 인정하지 않는다’고 되어 있다.
이외에도 ‘5조 을은 임대료 외에 사용한 양에 따른 전기료, 수도료, 환경부담금 등 각종 공과금은 별도로 ‘갑이 정하는 계산방법에 따라’ 매월 말일까지 임대료와 함께 납부해야 한다’거나 ‘6조 을은 임대료 및 기타경비를 매월 납부일까지 필히 납부해야 하나, 을의 사정에 의하여 납기일 경과 후 납입시는 총 납입할 총액의 연 10% 상당액의 연체료를 추가로 납부해야 한다’ ‘17조 갑은 건물관리상 필요할 때에는 언제든지 임차건물의 상태를 점검할 수 있으며, 이에 대하여 을은 적극 협조해야 한다’ 등의 조항이 갑질 조항으로 의심받고 있다.
부동산 관계자는 “우선 5조 조항은 어떤 계산 방법에 따라 공과금을 납부하는지 계약서만으로는 정확하게 알 수 없다. 공과금을 부과할 때는 정확한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6조의 경우 연체료가 보통 5% 수준인데 10%는 약간 높은 편이고, 17조는 통상적으로 많이 쓰는 조항”이라고 설명했다.
한국당 관계자는 “홍 후보자는 민주당 의원 시절 을지로위원회에서 활동하며 기업들의 갑질을 지적하고 다녔는데 정작 본인도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세입자와 불공정한 계약을 맺은 것 아닌가. 전형적인 내로남불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홍 후보자 측은 “관행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계약서”라며 “실제로는 임대보증금을 모두 소진할 때까지 임대료를 못 냈던 세입자도 내쫓지 않았다. 임대료 연체에 따른 이자도 실제로는 받지 않았다. 공과금의 경우 공동으로 부과되는 것을 세입자별로 배분해야 하는데 세입자들과 협의해 위임을 받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홍 후보자 측은 “세입자들과 원만한 관계를 잘 유지하고 있다”면서 “청문회 과정에서 이 부분(불공정한 계약)을 발견했고 전문가의 조언을 받아 바로 잡는 과정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일요신문>은 세입자 측의 입장도 듣기 위해 충무로에 위치해 있는 홍 후보자 가족 상가를 직접 방문했다. 그러나 세입자 측은 “할 말이 없다”면서 취재를 거부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