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대회 우승의 영광을 안은 정찬호(주니어 최강부)와 조민수(시니어·여자 최강부) 선수를 만나봤다.
주니어 최강부 결승전 정찬호(오른쪽)-오경래의 대국. 대한체육회가 운영하는 KNC TV 인터넷 방송을 통해 생중계됐다.
# 주니어 최강부 우승 정찬호 선수
바둑대회에서 주니어는 보통 10대나 20대 초반을 가리키는 말이지만 제1회 대한체육회장배 주니어 최강부 우승자 정찬호 선수는 군대도 다녀온 올해 32세의 늦깎이 주니어다.
수많은 바둑대회에서 그를 마주쳤지만 기자의 기억에 그의 우승 모습은 없었다. 첫 우승이 아닌가 생각됐지만 의외로 약간의 우승 경험이 있다고 했다.
“군소대회이긴 했지만 315의거배와 미추홀배에서 우승한 적은 있었다. 하지만 이 대회에서 내가 정상에 오를 줄은 정말 몰랐다. 제1회 대회라 의미가 크지만 그것이 대한체육회장배라니 기쁨이 두 배다”
―군대를 다녀와서 오히려 더 강해진 것 아닌가.
“군대에서 바둑에 대한 더 강한 애정을 느꼈다. 그래서 제대 이후 더 바둑에 집중했다.”
―올해 내셔널바둑리그 성적도 상승곡선이고 꾸준히 입상하고 있다. 비결이 무엇인가.
“그냥 운이 좋았던 것이다(웃음). 사실 이번 대회는 32강 초청전이라 체력에 대한 부담이 없었다. 이틀간 대국도 적절히 나누어져 전과 달리 힘들지 않았다. 또 첫날 이미 1패를 당했는데 예선이 더블일리미네이션 방식이라 한번 더 기회를 얻었던 것이 행운으로 이어진 것 같다.”
―향후 목표는 무엇인가.
“특별히 정해두지 않았다. 바둑이 좋고 대국하는 분위기를 좋아하기 때문에 당분간 열심히 바둑대회에 참가하려 한다. 요즘 전국 각지에 바둑대회가 많이 늘어 기쁘다.”
시니어·여성 최강부 결승전 모습. 조민수(왼쪽)가 서부길을 꺾고 첫 대회 우승컵을 안았다.
# 시니어·여성 최강부 우승 조민수 선수
부동의 시니어 랭킹1위 조민수의 질주는 웬만해선 막을 수 없다. 2주 전 전주에서 열린 이창호배에서 준우승에 머물렀던 조민수가 딱 2주 만에 정상 정복에 성공했다. 조민수는 이번 대회에서 김지수(여자), 이학용, 김동근, 박강수, 김수영(여자), 서부길을 맞아 6연승 질주 끝에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통산 전국대회 몇 번째 우승인지 기억나는가.
“세본 적이 없어 모르겠다. 한 60회 정도 되지 않을까. 지금은 없어진 인터넷대회까지 합치면 그보다 더 많을 수도 있다.”
―대한체육회장배 우승이라 남다른 의미가 있을 것 같다.
“물론이다. 전국체전 정식종목이란 이야기도 들었지만 대한체육회가 앞장서서 바둑대회를 열었다니 바둑이 스포츠가 됐음을 더 실감할 수 있었다. 내년엔 대회 규모도 더 커진다고 하니 상금도 대폭 올랐으면 한다(웃음).”
―꾸준히 성적을 내는 비결이 무엇인가.
“이 나이에 무슨 공부를 하겠는가. 다만 꾸준히 대회에 참가해서 실전을 쌓고, 알파고 기보 등 화제성 있는 기보는 놓아본다.”
―알파고 수법에 대해 무엇을 느꼈는가.
“글쎄…. 알파고를 통해 무엇을 배우려고 하기보다는 나 같은 경우 상대가 알파고의 수법을 들고 나왔을 때 당하지 않으려고 보는 편이다. 기보 수준이 무척 높기 때문에 솔직히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많다.”
―시니어 일인자로서 연간 상금도 꽤 되지 않는가?
“솔직히 말하겠다. 연간 평균 2000만 원 정도 되는 것 같다.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은 금액이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일반 직장인 연봉도 안 되는 액수라 적다고 생각하지만, 한편으로 요즘 내 또래 프로기사들 수입을 생각해보면 또 적은 금액이 아니라 그렇게 얘기했다. 과거 입단대회에서 여러 번 실패했는데 요즘 생각해보면 프로가 되지 않은 것이 정말 다행인 것 같다. 돈이 문제가 아니라 주말마다 좋아하는 바둑 마음껏 둘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갈 것이다.”
유경춘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