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3일 김상하 삼양그룹 회장이 삼양홀딩스 지분을 두 아들에게 대규모 증여했다. 사진은 김상하 회장의 조카인 김윤 삼양홀딩스 회장. 삼양그룹 블로그 캡처.
그동안 삼양그룹은 사촌이 함께 경영하면서도 경영권을 둘러싼 별다른 잡음이 없어 균형감 있는 승계 작업을 해오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현재 삼양그룹을 지휘하는 김상하 그룹 회장은 고 김연수 삼양그룹 창업주의 5남이다. 창업주 작고 후 원래 고 김상홍 명예회장이 그룹을 이끌다 2010년 김 명예회장이 별세한 후 김상하 회장이 그룹 경영을 책임지고 있다. 김원 삼양홀딩스 부회장과 김정 삼양홀딩스 사장이 김상하 회장의 아들들이며, 김윤 삼양홀딩스 회장과 김량 삼양홀딩스 부회장이 작고한 김상홍 명예회장의 장·차남이다. 이들 사촌이 삼양그룹을 이끌어가고 있다.
김상하 회장 일가와 고 김상홍 명예회장 일가는 삼양그룹 지주사인 삼양홀딩스 지분을 골고루 나눠 보유하고 있다. 이들을 제외한 김연수 창업주의 다른 자녀들은 삼양홀딩스 지분이 거의 없다. 김연수 창업주는 7남 6녀를 뒀다. 창업주에서 뿌리내린 고 김상홍 명예회장 일가와 김상하 회장 일가가 사실상 삼양그룹을 함께 경영하고 있는 것이다.
김상하 회장의 대규모 주식 증여로 삼양그룹의 창업 3세들의 ‘4인 사촌경영’이 더욱 분명해졌다. 그동안 삼양그룹 경영에 참여하지 않았던 김정 사장은 지난해 12월 1일 삼양홀딩스 사장에 오르면서 본격적으로 그룹 경영에 뛰어들었다. 김정 사장의 경영 참여로 삼양그룹은 ‘김윤-김량-김원’ 3인 경영체제에서 4인 경영체제로 변화했다. 더욱이 김상하 회장의 증여로 김정 사장이 단숨에 삼양홀딩스 개인 2대주주로 올라서면서 그룹 내 영향력도 커졌다.
설탕업계 한 관계자는 “그룹 회장이 아무리 고령이어도 현역에 있다면 그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다”며 “오너의 영향력이 큰 회사기에 김상하 회장이 자리에 있는 한 앞으로도 김 회장의 결정이 경영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삼양그룹 내 영향력이 김상하 회장 두 아들, 김원 부회장과 김정 사장에게 급격히 쏠릴 것이라는 관측도 적지 않다. 김원 부회장과 김정 사장은 그룹의 모태가 되는 삼양사 지분율에서도 김윤 회장과 김량 부회장를 앞서기 때문이다. 아직 김상하 회장의 남은 삼양홀딩스 보유 지분 2.06%와 김 회장의 부인 박상례 씨의 지분 0.28%까지 김원 부회장과 김정 사장에게 증여되면 그 차이는 더 벌어진다. 창업주에게 처음 경영권을 이어받은 김상홍 명예회장의 아들들인 김윤 회장과 김량 부회장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울 수 있는 상황이다.
이런 이유로 삼양그룹이 경영권 다툼을 벌일 수 있다고 내다보는 사람이 적지 않다. 3세대의 결속력이 2세대와 같기 힘들다는 점도 앞으로 삼양그룹의 경영상황의 변수가 될 수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기업마다 차이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족벌경영을 하는 기업은 세대가 내려갈수록 결속력이 약해지게 마련”이라고 말했다.
올해 만 91세로 고령인 김상하 회장은 공식적으로는 총괄업무를 담당하고 있다고 하지만 그룹 경영에서는 손을 뗀 것으로 보인다. 삼양홀딩스 관계자는 “그룹 회장님은 실무에 참여하시지는 않는다”며 “정기적으로 출근하시지는 않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삼양그룹이 지금과 같이 사촌 간의 안정적인 경영체제를 계속 이어갈 것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비록 김상하 회장이 잔여 지분을 증여하더라도 어느 한 쪽으로 영향력이 기울 만큼 사촌 집안의 지분율 차이가 별로 없다는 점도 안정에 무게를 두는 이유다. 앞의 설탕업계 관계자는 “삼양그룹은 워낙 ‘무색무취’한 회사로 잘 알려져 있고 업계에서도 별다른 소문이 없다”며 “또 화학·식품을 주력으로 하는 사업 영역만 보더라도 포트폴리오를 늘리는 데 한계가 있어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도 큰 잡음없이 운영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박혜리 기자 ssssch333@ilyo.co.kr
한쪽은 설탕 한쪽은 라면 ‘삼양그룹과 삼양식품은 관계없어요~’ 삼양그룹은 1924년 10월 1일 김연수 창업주가 ‘삼수사’란 이름으로 설립, 올해 창립 93주년이다. 1931년 ‘삼양사’로 상호 변경, 1955년 울산에 제당공장을 설립하면서 지금의 삼양그룹의 형태를 갖췄다. 많은 사람이 ‘삼양라면’으로 알려진 삼양식품과 혼동하지만 삼양그룹과 삼양식품은 전혀 관계가 없는 회사다. 삼양그룹의 주력 계열사는 ‘삼양사’다. 삼양사는 설탕, 밀가루, 유지 등을 제조·판매하는 식품사업과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이온교환수지 등을 제조하는 화학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삼양사가 만든 브랜드 ‘큐원’의 설탕은 CJ제일제당, 대한제당의 설탕과 함께 국내 설탕시장을 나눠 점유하고 있다. [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