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회 일요신문 만화공모전 수상자들. 왼쪽부터 현수철, 공종철, 황기홍, 정상훈, 이동화, 성용제, 김현찬, 키위홀 작가.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신상철 일요신문 대표이사는 축사를 통해 “시골에서 수도 펌프를 이용해 물을 끌어올릴 때 펌프 안에 넣는 물을 ‘마중물’이라고 한다”라며 “이런 마중물은 결코 깨끗한 물이 아니라 도랑물 같은 구정물인데, <일요신문>이 이처럼 (만화 시장에서) 마중물 역할을 하는 것으로 족하지 않나 그런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일요신문>은 끊임없이 종이신문을 만들어 내고 있다. 디지털과 종이가 함께 갈 수 있다는 그런 측면에서 이 만화공모전을 계속해 나가고자 한다”라고 말했다.
<일요신문> 만화공모전의 심사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현세 작가는 “딸의 돌을 앞두고 있을 때 <곡예사>라는 단편 만화를 그린 적이 있었는데, 완성하고 나서 보니 이야기가 영 맘에 들지 않았다”라며 “그러나 그 작품에서 처음으로 ‘까치’의 캐릭터를 만들게 됐으니 나름대로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유명세를 날렸다는 작가들은 모두 약간의 재능과 열정, 성실성을 빼면 90%가 우연과 기적으로 그렇게 된 것 같다”라며 “수상하신 작가 분들 모두 그 세 가지는 갖추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러분들에게 제게 왔던 우연과 기적이 함께하기를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제7회 일요신문 만화공모전에서 ‘보일러’로 대상을 수상한 이동화 작가가 수상소감을 밝히고 있다. 이종현 기자
상금 3000만 원이 수여되는 대상은 이동화·정상훈 작가의 <보일러>가 선정됐다. ‘하드 보일드 정치 드라마’를 표방하는 <보일러>는 정재계의 인사들과 그를 비호하는 비선세력, 그리고 그들 사이에서 친구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남자들의 우정을 그렸다.
이날 이동화 작가는 “대상이라는 큰 상을 받아 마음이 무거우면서도 한편으로는 너무 기분이 좋아서 오늘 시상식을 앞두고 진주에서 첫 차를 타고 올라왔다”라며 “앞으로 더욱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겠다”라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상금 1000만 원의 금상을 수상한 <기생 추월>의 황기홍 작가는 지난 4회 일요신문 만화공모전에서 <서른 즈음에>로 우수상을 수상한 바 있다. 그는 3년을 건너뛰고 이번 공모전에서는 한 단계 더 높은 금상을 수상하게 됐다.
아내의 ‘고래 꿈’ 덕분에 수상하게 됐다는 황 작가는 “<일요신문>이 참신하고 새로운 작품과 인재를 뽑으려고 공모전을 하셨을 텐데 제가 또 올라와서 죄송하다”라며 “그래도 내친 김에 삼세번이라는 말도 있는데, 아내가 ‘용꿈’을 꿔준다는 전제 하에 다음 번에는 대상에 도전해 봐야겠다”라고 위트 있는 소감을 남겼다.
원로급 만화작가들이 시상식에 참석해 후배들을 격려했다. 왼쪽은 이두호 작가, 오른쪽은 축사를 하는 이현세 작가. 이종현 기자
상금 500만 원의 우수상에는 세 작품이 선정됐다. 먼저 <낫 아웃(Not Out)>의 공종철·현수철 작가는 “만화에서 스포츠라는 건 그 이상의 소재가 없을 정도로 훌륭한 소재인데, 최근에는 ‘뻔한 패턴, 익숙한 스토리’로 한계에 다다랐다는 이유로 외면 받아왔다”라며 “그런 소재를 썩히기 아까워 도전하면서 작은 성과를 이뤘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번 제7회 일요신문 만화공모전은 여성 작가의 최초 수상으로도 그 의미가 깊다. 우수상을 수상한 판타지 로맨스 장르의 <마왕동 용사1번지>의 키위홀(닉네임) 작가는 “이 길을 걷는 동안 펜을 놓고 싶을 정도로 힘든 일이 많았는데 연재를 계속 할 수 있게 돼 정말 기쁘다. 독자들에게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우수상으로 선정된 <불가살이>는 실제 사건을 통해 SNS 시대에 경종을 울리는 다소 무겁지만 독특한 발상의 작품이다. 그림을 담당한 성용제 작가는 이날 “5년 동안 묵혀있던 작품이 빛을 보게 돼 굉장히 감격했다”라며 “이번 공모전을 계기로 다시 한 번 열정을 불태워 좋은 작품을 만들도록 할 것”이라고 앞으로의 활동 의지를 밝혔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