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톨게이트 공사현장에서 발생한 시멘트 분진이 인근 아파트 범조타운으로 날려가고 있다.
이번 시멘트 분진 사고는 통영·대전간고속도로 시점인 통영 톨게이트 보강공사 현장에서 발생했다. 한국도로공사 고성지사가 발주한 이 공사는 지난 8월 17일 입찰이 실시됐으며, 공사명은 ‘2017 공성지사관내 콘크리트포장 줄눈보수공사’다.
해당 현장은 10월 26일 오전 9시경부터 통영톨게이트에서 줄눈공사를 위한 콘크리트 커팅작업을 시행했다. 이 과정에서 작업 도중 발생한 시멘트 슬러지를 바람발생기계를 사용해 대기 중에 살포했다.
슬러지는 분진으로 변해 흩날리며 사방으로 퍼졌다. 거제·통영에서 내륙으로 이동하는 운전자와 통영톨게이트 인근에 위치한 통영청구아파트, 통영범조타운 거주민들이 시멘트 분진에 노출된 것으로 여겨진다.
주지하다시피 시멘트 분진은 일반적인 흙먼지와 달리 약알카리성 물질과 6가크롬이 함유돼 있다. 6가크롬은 시멘트가 응고돼 있을 때는 검출되지 않지만, 분해과정에서 검출돼 사람이 이 물질에 노출될 경우 산화력에 의해 세포 조직이 손상되고 DNA 변이까지 일어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학계에서는 발암유발물질로 규정하고 있다.
게다가 이번 사고는 정부가 비산먼지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는 등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데 반해, 공기업인 한국도로공사가 관리부실로 국가정책에 역행하는 행위를 저지른 일이어서 더욱 빈축을 사고 있다.
빨간 점선 안에 있는 작업자가 에어발생 기계를 동원해 시멘트 분진을 대기 중에 방사하고 있다.
보다 심각한 문제는 발주처인 한국도로공사의 초동대처와 시공사의 태도다. 우선 10월 26일 오전 10시 40분경 민원인과 취재진 등이 한국도로공사 고성지사에 분진 발생이 심각한 이유로 공사 중지를 현장에 요청했으나, 한국도로공사 측은 소방훈련 관계로 담당자에게 연락이 안 된다는 이유를 들며 즉각 공사를 중지시키지 못했다.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데도 그러지를 않은 것이다.
공사를 시행하는 D 업체의 태도는 더욱 가관이다. 해당 업체는 지사 측의 뒤늦은 공사 중지 명령에도 불구, 명령이 전해진 뒤 10여 분이 지나자 다시 바람발생기계를 동원해 시멘트 분진을 통영범조타운 쪽으로 날려 보냈다. 공사를 시행하는 데 따르는 기본적인 도덕성마저 저버렸다는 지적이다.
D 업체 공사 책임자는 잘못이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는 “공사시방서에 에어를 사용하게 돼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도로공사의 입장은 달랐다. 도로공사 고성지사 관계자는 “에어를 사용하게 된 것은 맞지만, 비산먼지를 발생시킬 수준으로 사용하면 안 된다”며 “이번 사고는 공사 관계자가 작업 방식을 혼동해 빚어진 일이다. 현재 진행 중인 작업을 중단하고 습식방식으로 변경해 국민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관련 소식을 전해들은 시공사 D 업체 대표는 사과의 뜻을 내비쳤다. 그는 “분진을 발생시키는 작업을 펼친 건 잘못했다. 한국도로공사의 지시대로 작업 중단 후 시공방법을 슬러지 흡입방식으로 변경하겠다”고 말했다.
정민규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