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테러를 지켜본 인도의 언론들은 하나같이 무능하고 부패한 자국의 정부와 경찰을 향해 비난의 화살을 퍼부었다. 사전에 테러 계획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채 무사태평했다는 것이다.
실제 인도 정부는 지난 2월 체포된 ‘라시카르 에 타이바’의 조직원인 파힘 아미드 안사리를 심문하는 과정에서 이번 뭄바이 테러에 대해서 상세하게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무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최근 인도의 일간지 <타임스 오브 인디아>는 더 심각한 문제는 사실 다른 데 있을지도 모른다고 보도했다. 즉 인도 고위 관리들의 뿌리 깊은 부정부패가 테러를 알고도 막지 못한 근본 원인이라는 것이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인도 정부는 크고 작은 테러가 일어날 때마다 “뭄바이를 안전한 도시로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공언해왔다. 갈수록 진화하는 테러범들에 맞서 인도의 군대도 현대식 무기로 무장할 테니 안심하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가령 근래 들어 지역별로 지출된 예산 내역만 봐도 그렇다. 인도 정부는 8년 전부터 ‘근대화’를 명목으로 총 94억 루피(약 2700억 원)의 예산을 경찰 및 군부대에 책정해왔다. 하지만 대부분의 예산은 엉뚱한 데 쓰였다. 예산의 60%가 경찰서나 관공서 건물을 새로 짓거나 고위 관리들의 고급 세단을 구입하는 데 쓰였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현재 뭄바이가 위치한 마하라슈트라 주에 거주하는 스무 명가량의 고위 공직자들은 나랏돈으로 구입한 고급 승용차를 각각 한 대 이상씩 보유하고 있다.
인도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충분한 예산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테러에 대응할 무기를 업그레이드하는 데에는 사용하지 않았다. 이번 테러에 무방비로 당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라고 실토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일선에서 뛰는 인도 경찰들은 불안에 떨 수밖에 없다. 이미 오래 전에 부족한 방탄 차량과 방탄 조끼를 추가 신청해 놓았지만 아직까지 감감무소식이다. 심지어 훈련에 사용할 탄약도 없기 때문에 대부분의 경찰들은 단 한 번도 권총을 쏴보지 못한 채 실전에 투입되고 있다.
<타임스 오브 인디아>는 권총을 비롯한 무기들은 물론, 방탄 조끼 역시 오래된 구형인 까닭에 인도의 경찰들은 테러범들과 맞닥뜨려도 불안에 떨면서 소극적이 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김미영 객원기자 may424@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