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이 8월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49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최준필 기자
김 전 수석은 2015년 1월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과 관련해 소집된 국회 운영위 출석을 거부한 뒤 사의를 표명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김기춘 전 실장에 대한 ‘항명 파동’이라고도 했다. 김 전 수석은 지난해 8월 지병으로 사망했지만, 그가 남긴 비망록은 최순실 국정농단을 규명할 중요한 단서가 되기도 했다.
김 전 수석은 박 전 대통령 참모 중 일부가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부적절하게 받아 사용한다는 내용의 보고를 받은 뒤 크게 화를 낸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김 전 수석과 함께 일했던 청와대 민정 관계자는 “김 전 수석이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며 진상 조사를 지시했다. 그러나 지지부진했다. 민정 쪽은 박 전 대통령 참모나 비선에 의해 좌지우지됐기 때문이다. (김 전 수석) 말이 먹힐 리 있겠느냐”라고 귀띔했다.
특히 김 전 수석에 대해 박 전 대통령이 직접 질책을 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사정기관 고위 인사는 “김 전 수석으로부터 직접 들었다. 박 전 대통령이 불러서 특수활동비와 관련된 민정수석실 조사를 중단하라는 취지로 말하면서 ‘쓸데없는 짓 하지 마세요’라고 핀잔을 줬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의 민정 관계자 역시 “이런 엄청난 일(특수활동비 상납)이 벌어졌는데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는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없었는데, 나중에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진 후에야 납득했다. 김 전 수석이 ‘역린’을 건드렸던 셈”이라고 했다.
이러한 사정당국 관계자들의 말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이는 향후 수사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박 전 대통령도 측근들의 특수활동비 수수를 인지하고 있었다는 것으로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이는 특수활동비가 어디에 쓰였는지에 대해서도 박 전 대통령이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추론으로 이어진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