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서수원로 130 누림센터 B03호 행복을 파는 가게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는 유석영 구두 만드는 풍경 대표. 박정훈 기자
―‘구두 만드는 풍경’을 설립하게 된 계기는.
“사회복지 분야에서 일을 하다가 파주시 장애인 종합 복지관장을 맡게 됐다. 당시 청각장애인들을 위한 운전면허, 꽃꽂이, 학습 지도 방법 등 프로그램을 운영했는데 수강생 모집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그들에겐 ‘밥벌이’ 문제가 훨씬 더 중요했다. 이걸 계기로 삼아 청각장애인들에게 직업을 주겠다는 일념을 갖고 덜컥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 2009년에 사업 구상을 해 2010년 1월 1일 첫 출근을 했다.”
―문재인 대통령과의 인연이 궁금하다.
“2012년 9월 16~18일까지 국회 의원회관에서 구두를 판매했다. 지역구가 파주인 윤후덕 의원이 ‘아지오’를 많이 사랑해주셨다. 윤 의원의 소개로 문재인 대통령께서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 시절 구두를 구입하러 오셨다. 문 대통령께서 ‘잘 만들었다’ ‘어려움은 없냐’며 자상하게 위로하셨다. 또 ‘이 신발 신고 열심히 뛰겠다’고 격려해 주셨다. 추미애 대표 등 꽤 많은 분들이 와서 구두를 사갔다.”
―그리고 5년 뒤 청와대에서 연락이 왔다. 그때 심정은.
“대통령 비서로부터 5월 14일 연락이 왔다. ‘대통령께서 신발을 한 켤레 더 갖고자 하신다. 오후에 청와대로 들어올 수 있겠냐’고 묻더라. 2013년에 문을 닫았다고 하자 ‘사람을 찾아서라도 만들어 달라’고 하더라. 사람은 찾았는데 여건이 안 됐다. 그래서 ‘죄송하다. 나중에 꼭 만들어드리겠다’고 전했다. 그러고 집에 와서 한참을 울었다. 감정이 복받쳤다.”
―문재인 대통령이 신발을 5년이나 신었는데 비결이 있나.
“한 수녀님께서 300켤레를 주문하셨다. 회사에서도 난리가 났다. 신나는 마음에 수녀원이 있는 공주까지 한달음에 달려갔다. 그런데 수녀님께서 신발 다섯 켤레를 가지고 나오더니 ‘이 신발은 무겁다’ ‘이 신발은 미끄러움이 심하다’ ‘이 신발은 오래 신으면 발이 아프다’면서 다섯 가지 불편사항을 없애고 신발을 만들어달라고 하더라. 그래서 포기하려고 했다. 기술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동석했던 젊은 사회복지 선생이 ‘한번 해보자’고 했다. 만들어서 퇴짜 맞고 또 만들어서 퇴짜 맞고 그렇게 5번을 거절당했다. 결국엔 성공해 300켤레를 납품했다. 첫 주문이었다. 품질로 승부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아지오’는 맵시는 투박하지만 굉장히 편한 신발이다. 품질이 좋다는 평가를 많이 받았다.”
―다른 유명 인사들과의 인연은.
“누구 하나를 꼽을 수 없을 만큼 너무 많다. 변웅전 전 의원은 구두를 한 켤레 사가시더니 당신네 방 식구들에게 구두를 전부 하나씩 사다줬다. 많은 국회의원들이 ‘아지오 신발 신고 식당을 갔다가 다른 사람이 내 신발과 바꿔 신고 갔다’며 불만을 토로해왔다. 당시엔 국회의원 3분의 2 이상이 ‘아지오’를 신었을 정도였다.”
―2013년 어떤 계기로 폐업하게 됐나.
“아픈 얘기다. 당시엔 매장도 없었고 자본도 없었다. 특히 새로운 디자인을 뽑아 낼 재투자 능력이 없었다. 소비자들이 처음엔 굉장히 호응해줬다. 디자인이 20가지가 안 됐는데 그거 가지고 소비자들 상대하기엔 역부족했다. 누적 적자가 심할 것 같아 눈물을 머금고 문을 닫았다.”
―구두 회사 폐업한 뒤엔 어떤 일을 하셨나.
“1년 동안은 쉬었다. 지금은 ‘경기도 장애인 생산품 판매시설’에서 원장을 맡고 있다. 장애인들이 만든 생산품을 소비자에게 중계하는 곳으로, 31개 시군을 다니면서 홍보하고 배송하는 일을 맡고 있다. 갑자기 ‘아지오’ 일이 터져서 원장 직을 내려놓게 됐다.”
―구두 만드는 풍경이 협동조합으로 재탄생된다.
“문재인 대통령 신발로 다시 알려진 뒤로,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다. ‘구두 팔아라’ ‘후원해주겠다’는 사람도 많았다. 그렇게 두 달을 시달렸다. 그러나 대통령이 신었다고 해서 한때 붐으로 다시 회사가 일어날 건 아니라고 판단했다. 시작은 누구든지 할 수 있지만 결국에 회사를 정리해 직원들에게 상처를 줬다. 이 시기가 지나가길 바랐는데 유독 몇 분이 지독하게 매달렸다. 유시민 작가에게 찾아가 조언을 구했더니 ‘해보자’고 하더라. 그래서 용기를 얻게 됐다.”
―준비는 잘 되어가고 있는지.
“두 번에 걸쳐서 발기인 대회를 했다. 국민들에게 돈을 빌려 쓰고 갚자는 취지로 ‘아지오 펀드’를 개설했다. 5억 정도를 모금해서 공장 설립비와 기계 장비 구입비, 초기 운영자금 등으로 활용하려고 한다. 11월 1일 시작해 1인당 10만~50만 원씩 투자를 받을 것이다. 온라인에서 선주문도 받고 있다. 10월 27일부터 받았는데 40켤레 넘게 주문이 들어왔다.”
―앞으로 어떻게 운영되나.
“청각 장애인 5명과 장인 2명, 수화 통역사 등과 함께 공장을 운영할 계획이다. 하루에 100켤레 정도 생산할 예정이다. 또 판매 매장을 두지 않고 각 지역에 신발 치수를 재는 사람들을 고용할 것이다. 신발을 재서 공장에 넘기면 공장에서 청각장애인들이 생산해 구두를 배송하는 방식이 될 것 같다. 청각 장애인 30명이 함께하는 게 최종 목표다. 원래는 ‘온 국민이 아지오를 신는 날까지’가 표어였는데 이젠 ‘아지오를 신는 사람과 안 신는 사람으로 구별될 것이다’라는 콘셉트를 갖고 사업에 임하고 있다.”
김경민 기자 mercur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