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때 대중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았던 이지마 아이. 그가 사망 후 며칠 동안이나 혼자 방치돼 있었다는 사실에 일본 열도는 충격을 금치 못하고 있다. | ||
12월 24일 도쿄 시부야의 한 고급 아파트에서 AV 여배우 출신의 유명 방송인 이지마 아이(36)가 사망한 채 발견됐다. 현장에 출동한 119 구급대원에 따르면 이미 사망한 지 며칠이 지난 상태였다.
이지마 아이는 AV 여배우에서 유명 연예인이 된 특수한 케이스다. AV 여배우로 활동하던 시절 그녀의 팬이었던 유명 코미디언이 자신의 프로그램에 그녀를 깜짝 게스트로 초대하면서 방송계와 인연을 맺게 됐다. AV 여배우로서는 이미 어느 정도 지명도가 있었지만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지게 된 것은 심야 프로그램에서 치마를 올려 엉덩이를 드러내는 캐릭터로 ‘T백(끈 팬티)의 여왕’이라는 별명을 얻게 되면서다.
그러나 ‘AV 여배우 출신’이라는 꼬리표 때문인지 이지마 아이는 늘 ‘B급 연예인’에 머물러 있었다.
프로그램에서 남자 출연자들이 짓궂은 장난을 치거나 성적인 농담을 던지는 일은 다반사였고, 보일 듯 말 듯 미묘한 차별과 멸시를 견뎌야 했다.
<플라토닉 섹스>는 100만 부 이상 판매되며 드라마와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우리나라와 대만에서 번역본이 출판될 정도의 화제작이었다.
‘밀리언셀러 작가’라는 타이틀이 덧붙여지자 연예인으로서의 위상도 올라갔다. ‘인세(印稅)로 생활하는 연예인’이라는 별명처럼 부와 인기를 모두 가진 ‘A급 연예인’이 되자 사람들의 시선이나 대우도 달라졌다.
그러던 지난 2007년 3월 이지마 아이는 갑자기 연예계 은퇴를 발표했다. 본인은 건강이 나빠졌기 때문이라고 은퇴 이유를 밝혔지만 비슷한 시기 연인 관계였던 방송 관계자에게 실연을 당한 것이 연예계를 떠나게 된 결정적인 원인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그녀는 연예계를 은퇴한 후로도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팬들에게 자신의 근황을 전하고 있었다. 지난 2월에는 노이로제로 통원 치료를 받고 있음을 밝히기도 했다. 자신의 블로그에 “요즘 내가 이상하다. 원형 탈모증이 걸리지 않나, 환청이 들리지 않나”라며 농담처럼 글을 올렸지만 이때부터 마음의 병이 깊어진 것으로 추측된다.
최근에는 “가끔씩, 갑자기 너무 외로워지지 않나요?”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그녀가 AV 여배우로 활동했을 때부터 친분이 있었다는 한 방송 관계자는 “실연과 건강 상태 악화가 그녀를 죽음으로 몰고 간 원인일 수도 있다”는 조심스러운 추측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그녀의 지인들은 자살 가능성을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사실 이지마 아이는 얼마 전 인터넷을 통해 콘돔이나 화장품 등을 판매하는 새로운 사업을 시작했다. 그녀는 “멋있고 당당한 성인용 비즈니스를 시작하겠다”며 의욕에 넘치는 모습으로 주위에 인사를 다녔다고 한다.
최근 국내에서도 이와 비슷한 유명인의 사망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빛과 어둠이 공존하는 연예계의 단면을 보여주는 듯한 사건이 잇달아 일어나면서 이에 영향을 받은 비슷한 사건이 또 일어나지는 않을지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박영경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