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로 큰 문제는 내수부진이다. 지난 2분기 5.2%와 1.0%이던 설비투자와 민간소비 증가율이 3분기에 각각 0.5% 와 0.7%로 하락했다. 앞으로 한국은행의 금리인상이 본격화할 경우 기업들의 설비투자는 더욱 위축한다. 또 민간소비도 가계부채상환의 부담에 시달린다. 여기에 정부의 부동산시장 규제, 사회간접자본예산 축소, 북한의 핵 리스크 확산 등의 악재가 쌓여있다.
반면 호재도 많다. 중국과 통화스와프를 연장한 데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도 피했다. 특히 중국의 사드 보복이 한중관계 개선에 따라 풀릴 전망이다. 중국 관광객이 다시 증가하여 국내소비가 확대할 수 있다. 자동차, 화장품 등의 상품수출이 늘고 한국기업의 중국진출도 활성화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경제가 탄력을 받으면 우리 경제는 3% 성장궤도에 안착할 가능성도 있다.
중요한 것은 성장률이 아니라 성장의 질이다. 경제가 3%대의 성장세를 회복해도 체감경기는 깜깜하다. 문제는 고용악화다. 지난 3분기 월 평균 취업자 증가 수는 27만 명에 그쳐 2분기의 36만 명에 비해 현저하게 줄었다. 경제가 성장을 해도 일자리가 늘지 않는 구조적 모순에 빠졌다. 최근 통계청이 밝힌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 현재 구직활동을 하지 않아 실업자로 분류하지 않은 비경제활동인구 중 취업준비생이 69만 5000명으로 전체의 4.3%를 차지한다. 관련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3년 이후 최고치다. 더욱이 기업들이 소득을 벌어도 가계에 공정하게 배분하지 않는다. 최근 국회의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업소득 증가율은 3.2%로 전년의 3.4%와 유사하다. 그러나 가계소득 증가율은 0.6%로 전년의 1.6%에 비해 1.0%포인트나 떨어졌다. 경제가 성장할수록 가계의 빈곤화가 심화하는 구조다.
이번 경기회복세를 경제를 올바르게 살리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그리하여 경제가 본격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동력을 회복하고 경제성장의 온기가 중소기업, 영세상인, 취업준비자, 청년실업자 등 모든 부문에 골고루 퍼져나가야 한다. 이런 견지에서 우선 필요한 것이 정부가 제시한 혁신성장을 신속하게 구체화해서 실현하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을 효과적으로 이끌고 중소벤처기업을 일으키기 위해 규제완화, 산업구조개혁, 연구개발투자 등의 정책이 시급하다. 한편 노동시장은 노조원과 비노조원,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의 격차가 크다. 노동시장의 양극화를 해소하고 유연성을 높이는 노동개혁도 절실하다. 이에 따라 경제가 고용과 소득창출 능력을 높이고 금리와 관계없이 투자의 기회가 늘어 외국자본이 스스로 들어오는 구조와 체질을 갖춰야 한다. 경제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축하기 위해 문재인 대통령이 제시한 노사정 사회적 대화는 필수적이다.
이필상 서울대 초빙교수, 전 고려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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