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판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는 설립자. 공정한 눈으로 벍은 세상을 만든다는 법원 표지석과 묘한 대비를 이뤘다. 설립자는 불구속, 부인은 구속된 상태로 재판이 진행 중이다.
[양평=일요신문] 김현술 기자 = 장애수당 등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된 양평 지적장애인시설 전 원장 A씨 부부에 대한 3차 공판이 6일 오후 3시 수원지법여주지원 205호 법정에서 열렸다.
형사2단독 이수웅 판사 심리로 열린 이날 공판에서는 검찰이 증인으로 신청한 재단 산하시설 전 원장 Y씨와 전 사무국장 N씨에 대한 증인신문이 진행됐다.
검찰은 증인신문에서 경찰 수사과정에서 장애인 피해사례 등에 대한 Y씨와 N씨의 진술 기록을 재차 확인했다.
이에 변호인은 Y씨와 N씨에 대한 반대신문에서, 증인들이 피고인 A씨와 함께 근무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A씨가 장애인 수당을 어떤 식으로 관리하고 사용하는지 아는 위치에 있지 않았다는 점을 부각하는데 주력했다.
변호인은 증인들에게 “설립자 부부의 처벌을 탄원하는 서명서를 직원들에게서 받을 때 명확히 설명했느냐”면서, 또한 “직원 L씨에게 동료 직원과의 다툼으로 인한 시말서를 제출받으면서 서명서에 날인하도록 직간접적으로 강요한 사실이 있느냐”고 물어, 증인들이 서명을 강요한 게 아니냐는 취지의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지적장애인 1급인 K씨의 피해 진술서를 놓고는 변호인은 “지적장애인 1급은 지능지수가 35미만인 사람으로 일상생활과 사회생활 적응이 현저하게 곤란하여 일생동안 타인의 보호가 필요한 사람”이라면서, 이런 1급 지적장애인에게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증인들이 위임을 받은 게 아니냐고 따졌고, N씨는 “누님이 합석한 상태에서 상황을 설명했다”고 반박했다.
그러자 재판장이 “누나가 함께 설명을 듣고 누나가 동생인 K씨에게 물어본 후 K씨가 의사표현을 한 게 맞느냐”고 확인헸고, N씨는 “그렇다”고 대답했다.
이어 변호인은 “K씨 외에도 피해사례를 제출한 10여명의 지적장애인들이 이 상황에 대해 명확히 이해를 하고 판단을 할 수 있는 지적 수준이냐“고 따졌다. 그러자 N씨는 “지적 수준은 안 되지만 함께 했던 보호자들에게 설명을 다 했었다”고 맞받았다.
변호인은 지적장애인 P씨가 제출한 금전공탁서 역시 자의적으로 제출한 게 아니라는 점을 부각시켰다.
그러자 N씨는 “P씨가 혼자 버스나 지하철을 타는 등 이동권이 자유로운 상태였다”고 설명하면서 P씨 자신의 뜻이었음을 강하게 주장했다.
설립자측 변호인은 “(구속된 설립자 부인이) P씨 모녀의 장애수당을 찾은 건 잘못된 부분”이라면서도, “피고인들이 잘못을 용서해 달라며 반성하는 취지에서 돈을 돌려줬는데 왜 공탁을 하도록 했느냐”고 따져 물었다.
또 P씨가 지능지수가 35-50미만인 2급지적장애인인데 이런 횡령사실을 이해하고 공탁에 대한 판단을 할 수 있겠느냐고 묻자, N씨는 “장애수당 횡령 사건이 터지자 P씨와 S씨 모녀가 자신들 돈도 구속된 A씨에게 맡겼다고 먼저 말할 정도로 의사표현이 자유로운 사람들“이라고 응수했다.
설립자 측 변호인은 “직원 L씨에게 동료직원과의 다툼을 이유로 시말서를 작성하게 하고 이를 빌미로 서명을 강요한 사실이 있느냐”고 Y 전 원장에게 물었고, Y씨는 “시말서와 서명서는 날짜 자체가 틀리다. 강요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자 변호인은 “직원들에게 평소 양쪽의 싸움에 끼어들지 마라. 나중에 다칠 수 있다”고 말한 사실이 있느냐고 물었고, Y씨는 “그런 식으로 표현한 게 아니다. 이 쪽 저 쪽 휘둘리지 말고 자신에게 주어진 업무만을 충실하게 하자는 취지로 말한 것 뿐”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P씨와 함께 금전 공탁서를 작성한 S씨도 지적장애인인데 스스로 금전공탁서를 작성할 수 있겠느냐는 식의 변호인의 증인신문이 이어졌고, Y 전 원장은 “S씨는 비록 지적장애 2급이긴 하지만 직장에도 다닐 정도로 의사소통이 가능했다”고 주장했다.
또 변호인은 “설립자 부부가 자금운용을 어떤 식으로 했는지 정확히 알고 있느냐”고 물었고 Y씨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자세하게 알게 됐다”고 답했다.
이어 설립자 부부의 시설자금운용에 대해 설명해보라는 재판장의 요구에 Y 전 원장은 “족벌경영으로 사회적으로 문제가 많다고 생각한다. 장애인들 통장을 제가 원장으로 와서야 나눠줬을 정도로 문제가 심각하다고 생각했다”고 답변했다. 또 “예컨대 장애인들 통장에서 매달 15만원씩의 용돈이 현금으로 인출됐는데, 직원들은 장애인들이 그 돈을 사용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설립자측 변호인이 “설립자와 K 전 이사장 중 증인은 어느 소속이냐”고 묻자, Y 전 원장은 “어느 소속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K 전 이사장이 법적으로 옳은 쪽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설립자측은 재판부에 산하시설 원장과 사무국장 등 직원 4명을 다음 재판 증인으로 신청했다. 재판부는 다음 재판을 12월 11일 오후 2시에 결심공판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장애재활학 박사 1호 k교수 ”지적장애인이 아무 것도 모르니 도둑질 했나?“
이 소식을 들은 전 이사장 K교수는 “지적 수준이 낮은 장애인 돈을 도둑질하다 들키자 돈을 돌려주면 그만 아니냐는 식의 설립자 부부 측 주장이 참으로 어이가 없다”면서, “이런 사람들이 지적장애인 시설을 운영하니 여기저기서 ‘제2의 도가니 사건’이 터지는 것”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횡령ㆍ착취ㆍ인권유린한 것을 인정하면서도 지적장애인의 진술의 신빙성이 없다고 주장하는 설립자 부부는 장애인을 맡을 자격이 없다고도 했다.
우리나라 장애재활학 박사 1호인 K교수는 “사건의 본질은 설립자 부부의 변호사가 주장했듯 지능지수가 낮은 장애인들의 장애수당 등을 횡령한 것”이라면서 “주위의 도움이 없이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장애인들을 국가 대신 보살펴 달라고 국민의 세금으로 준 돈을 횡령한 것은 정상인의 돈을 훔친 것보다 몇 배 더 죄질이 나쁘다”고 말했다.
한편, 양평경찰서는 지난 7월 18일 A씨를 횡령 등 위반 혐의로 구속하고 남편인 설립자 B씨는 불구속입건했다. 경찰은 2014년 수사 받을 당시 드러나지 않았던 횡령에 대한 재단의 고소장이 접수되자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장부를 조작하거나 차명계좌를 이용하는 수법 등으로 4억8000만원 상당의 장애수당과 장애인이 맡긴 돈 등을 빼돌린 혐의를 밝혀냈다.
이들 설립자 부부는 지난 2014년에도 3억6천여만원 횡령과 사기 등 혐의로 설립자는 징역 1년 2월, 부인 A씨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아 이사장과 시설장직에서 각각 해임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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