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P&T 스퀘어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조덕제가 눈물을 삼키고 있다. 임준선 기자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 앞서 조덕제는 성명서를 읽으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조덕제는 “언론을 통해 알려진 바와 같이 2년 6개월 동안 기나긴 송사를 벌여왔다. 억울함과 답답함에 무너지려는 마음을 다잡고, 허위와 거짓 주장에 갈기갈기 찢긴 마음을 다잡고 진실이 밝혀질 것을 믿고 버텨왔다”라고 심경을 고백했다.
그는 영화 촬영 중에 상대 여배우의 상의를 찢고 바지에 손을 넣어 신체부위를 만지는 등 강제추행치상 혐의로 기소됐으나 지난해 12월 1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영화촬영이라는 업무의 연장선상에 있는 행위로 인정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항소심에서는 조덕제의 ‘업무’를 인정하면서도, 행위 자체는 지시됐던 업무의 이상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지난달 13일 항소심 재판부는 무죄였던 원심 판결을 깨고 조덕제에게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과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를 명령했다.
이에 대해 조덕제는 “1심과 2심의 결과는 재판부의 시각 차이”라며 “1심의 무죄와 달리 2심에서 유죄 판결이 나온 것은 2심 재판부가 연기적인 리얼리티와 현실을 구분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2심 재판부는 추행의 명확한 근거도 밝히지 못했고, 제가 연기를 하다가 일시적으로, 우발적으로 흥분해서 그런 것이라고 판단했다”라며 “우발적으로 흥분했다는 내용만 봐도 (재판부가)영화적 몰입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와 영화 촬영, 연기 상황에 대한 구분을 전문가인 영화인들은 알 것”이라고 말했다.
상대 여배우의 하체를 추행했는지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는 “피소된 당시부터 단 한 번도 추행한 적이 없다고 말해 왔다. 상체 위주의 연기였고, 바지를 내리거나 그 안에 손을 넣는 연기를 할 필요가 없었다. 감독의 지시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함께 한 현장 스태프도 “여배우가 입은 등산복 하의는 앞이 묶여 있어서 사람이 손을 넣는 것은 불가능하다. 손이 들어갈 수 없는 바지다”라고 일축했다.
현재 상고장을 제출하고 대법원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조덕제는 “영화인에게 물어봐 달라”라며 법적 판단과는 별개로 영화인들의 진상 규명을 요구했다.
그는 “20년 이상 연기한 조단역 배우가 그 많은 스태프가 있는 현장에서 연기하면서 일시적으로 흥분할 수도, 흥분한 상태에서 연기자임을 망각하고 성추행을 하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다. 정신병자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전문 영화인들만이 이 상황을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 향후 영화계 전반에 미칠 영향력을 온전하게 행사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시험대라도 오를 테니 나를 조사해 달라. 영화인들이 조사하고 검증한 결과라면 마땅히 결과를 존중하고 받아들이겠다”라며 영화인들의 행동을 촉구했다.
기자회견에서 영화인들의 검증과 진상 조사를 요청하고 있는 조덕제. 임준선 기자
성추행 피해자로 알려진 상대 여배우를 옹호한 일부 단체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지난달 24일 한국여성민우회, 여성영화인모임 등 단체는 ‘남배우 A(조덕제) 성폭력 사건 항소심 유죄 판결 환영 기자 회견’을 열었던 바 있다.
조덕제는 “현재 영화계 내에서도 영화계 문제를 자체적으로 원만히 해결하고 사실 관계의 확인과 진실을 규명하기 위한 신문고라는 기구가 있다. 하지만 재판 중인 사건은 다루지 않는다는 이유로 제 사건은 다루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촬영장에서 생긴 일로 인해 발생한 법정다툼이니 어느 한 쪽의 편을 들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몇몇 영화단체들은 무죄가 선고된 1심 이후 여성민우회 등과 함께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취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이들 단체가 “재판 중임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에 적극 개입하며 사실 확인과 진실 규명도 없이 저를 매도하고 공격했다”라며 “왜, 어떤 이유로 여성 단체를 따라다니며 그들의 주장과 입장만을 따르고 피켓을 들고 서 있는 것인가. 그 과정에서 제 목소리와 입장을 묻지도, 들어주지도 않았다. 무슨 이유로 저를 규탄하는지 물어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더 나아가 조덕제는 “제 사건이 빌미가 돼 영화계와 무관한 여성단체에 의해 매도되고 좌지우지되는 것에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이들 영화 외적인 단체들이 자신들의 존재 이유를 부각시키기 위해 불필요한 이슈를 만들기 위해 우리 영화계를 좌지우지하며 이용하는 것을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라며 “영화계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단체들에 의해 사건이 왜곡되고, 과장되고 애꿎은 희생자가 양상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저 말고도 또 다른 희생자가 단체에 의해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조덕제와 기자회견 자리에 함께 했던 이지락 메이킹 영상 촬영 기사는 “장훈 감독이 내가 찍은 메이킹 영상을 두고 악마의 편집과 조작을 주장하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감독은 리허설 시간을 30분만 줬는데 검찰에 제출한 영상은 8분이라고 조작이라 하지만, 스틸영상과 메이킹 영상을 혼자서 찍다 보니 스틸을 찍으면서 메이킹까지 다 찍을 순 없었다. 대신 감독이 디렉션을 할 때와 배우들이 말을 할 때는 꼼꼼히 찍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고소 이야기를 들은 뒤 (여배우, 조덕제)두 분에게 연락해 문제의 씬 메이킹 필름이 있다고 알렸는데 여배우는 대답도 없고 무관심했다”라며 “그런데 어처구니없게도 여배우는 메이킹 영상이 있다는 사실을 1심 재판이 끝나고 나서야 알게 됐다고 주장한다. 왜 뻔한 거짓말을 하는지 모르겠다. 당시 여배우에게 영상에 대해 언급한 메시지를 가지고 있다”라고 반박했다.
한편 이날 조덕제의 기자회견 이후 여배우와 장훈 감독은 어떤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는 상태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