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한류스타들을 보유한 한 연예기획사 대표는 한숨을 내쉬며 이렇게 말했다. 지난해 8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설치를 두고 중국이 한류 콘텐츠 수입을 금지하는 한한령을 내린 후 꽁꽁 얼었던 양국 관계에 훈풍이 불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 본격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물밑 접촉을 벌이며 끈을 놓고 있지 않던 중국 엔터테인먼트 관계자들의 자세가 한층 부드러워졌고, 한류스타들이 중국 매체에 얼굴을 비치는 것을 철저하게 막던 분위기가 사그라졌다.
또한 한류 콘텐츠 관련 종목들의 주가가 요동치고 있다. 최근 2~3개월 사이 30% 안팎의 상승률을 보였다. 이 대표는 “주가는 항상 현상에 선행하는 것을 미루어 볼 때 이미 중국 내부에서는 한한령에 대한 우려가 사라지는 분위기인 것 같다”고 말했다.
#송혜교-송중기 커플이 신호탄?
지난달 31일 대표적인 한류스타인 송혜교과 송중기의 결혼식이 진행됐다. 두 거물급 스타의 결혼식은 국내를 넘어 중국어권에서도 화제를 모았다. 중국의 국보급 스타인 장쯔이까지 내빈으로 초청받은 만큼 관심도는 기존 어떤 스타 부부의 결혼식보다 뜨거웠다.
이 결혼식은 바이두 등 중국 유력 매체들을 통해 생중계됐다. 송송 커플이 이를 허락한 바 없지만 중국 매체들은 앞 다퉈 이를 다뤘다. 결국 두 사람을 향한 중국 인민들의 관심이 높다는 방증이다.
중국 매체들이 송송 커플의 결혼식을 앞 다퉈 보도했다.
송송 커플의 결혼식에 가려져 상대적으로 주목은 덜 받았지만 같은 날 걸그룹 마마무는 중국 쓰촨 위성TV의 음악프로그램 녹화에 참여했다. 마마무의 입국 사실을 알고 있던 일부 팬들은 그들의 모습을 담아 인터넷 상에 공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마마무 측은 말을 아끼는 모양새다. 아직 한한령 해제가 공식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중국 언론의 타깃이 되거나 괜시리 주목을 받는 것을 꺼리는 것이란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또 다른 연예기획사 관계자는 “모두가 한한령이 해제되길 바라고 있지만 그 누구도 중국 시장을 다시 연 1호 연예인이 되고 싶어하지는 않는다”며 “공산주의 국가인 중국은 정부의 지침 하나에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 때문에 섣불리 움직였다가 눈 밖에 나는 일을 방지하기 위함”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훈풍이 불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배우 지성, 황정음이 출연한 MBC 드라마 <킬미 힐미>의 중국 리메이크판인 <칠개아>는 이달 중 방송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내에서는 이미 이 드라마의 예고편이 공개됐다.
중국은 한한령 발동 이후 한류 드라마 수입, 케이팝 가수 및 배우 출연 금지 외에도 한국 콘텐츠를 기반으로 한 리메이크나 포맷 수입조차 금했다. 당연히 한국 유명 드라마의 중국판인 <칠개아> 역시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 방송이 정식 송출을 준비한다는 것은 내부적으로 규제가 풀리고 있다는 증거라 할 수 있다.
#시가총액 도합 5000억 원 상승한 한류주(株)
주가는 통상 먼저 움직인다. ‘소문에 사고 뉴스에 팔라’는 말이 있는 이유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한류 관련 주식 종목들이 내리 상승 곡선을 그린 것은 의미가 크다.
대장주라 할 수 있는 SM엔터테인먼트의 경우 7일 오전 11시 기준 주당 3만 4000원이다. 지난해 8월 사드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온 후 하락하기 시작한 주가가 지난 3월 2만 원 초반까지 하락했던 것을 고려하면 저가 대비 무려 40% 이상 올랐다. 그 사이 SM의 시가총액은 약 3000억 원가량 늘었다.
MBC 드라마 ‘킬미 힐미’의 중국 리메이크판 ‘칠개아’.
YG엔터테인먼트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지난해 6월 3만 6000원대였던 주가는 끝없는 하락 곡선을 그리다가 10월 초 2만 5000원대에 머물렀다. 이후 반등한 YG는 불과 한 달여 만에 20% 이상 상승해 7일 오전 11시 기준 주당 3만 200원이다.
그룹 갓세븐, 트와이스로 세대교체에 성공한 JYP엔터테인먼트의 경우 한한령 기간 중에도 큰 하락은 없었으나 완만한 상승세를 보이다가 최근 두 달 사이 크게 도약했다. 9월 초 7000원 후반이었으나 11월 들어 1만 2000원에 육박했다. 한한령 해제 무드와 함께 상승률이 무려 60%에 이르렀다. 이외에도 FNC엔터테인먼트, 화이브라더스코리아, 키이스트, 판타지오 등이 20~40% 정도 상승률을 보였다.
이로 인해 한류주로 돈이 몰리자 이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한 애널리스트는 “주가에 시장 상황이 선반영되는 것을 고려한다면 한한령 해제가 공식화되는 동시에 오히려 주가가 하락할 수도 있다”면서도 “하지만 아직 한한령 이전 수준으로 주가가 회복되지 않았고 향후 한류 콘텐츠의 가치가 상승할 것을 고려한다면 여전히 한류주는 매력적이라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