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광역시 중구 종가로에 위치한 한국산업인력공단 신청사 전경. 공단 측은 훈련 지원금 예산 부족으로 결국 일선 사업주 및 훈련기관에 ‘지원금 유보 결정’을 통보했다. 연합뉴스
<일요신문>이 입수한 ‘사업주 직업능력개발훈련 지원금 지급유보 안내’ 문서에 따르면, 공단 측은 지난 11월 1일부터 ‘별도 공지 시까지 사업주 직업능력개발훈련에 대한 지원금 지급을 유보한다’고 명시했다.
지원금 지급 유보 대상사업은 사업주훈련, 국가인적자원개발컨소시엄, 지역산업맞춤형 등 3개 사업이다. 고용노동부와 공단 측은 사업주훈련, 국가인적자원개발컨소시엄, 고용디딤돌, 지역산업맞춤형, 중소기업 학습조직화, 일학습병행제 훈련 등 6개 사업을 진행 중이다. 이 중 절반에 해당하는 지원사업에 문제가 발생한 셈이다.
안내서에는 금년 9월까지 14만 7594개의 사업장에서 325만 9000명의 근로자가 훈련에 참여하였고, 훈련비 등으로 2902억 원을 지급했음을 명시했다. 또 2016년 9월과 비교해 올해 9월 훈련 인원이 40.7%가 증가해 지원금이 조기 소진될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지원금에 대한 신청은 가능하지만 신청된 금액에 대해서는 예산을 확보하는 시점(별도 공지 시)부터 신청순서에 따라 지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일요신문’이 입수한 사업주 직업능력개발훈련 지원금 지급유보 안내문
이 때문에 중소 사업주와 훈련센터의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사업주는 자체 훈련비 또는 위탁 훈련비, 구직자와 채용예정자를 대상으로 훈련을 실시했을 경우 지급되는 훈련수당, 숙식비, 재직자 훈련 동안 지급해야 하는 임금을 감당해야 한다.
공동훈련센터도 마찬가지다. 훈련에 필요한 시설과 장비비, 인건비와 운영비, 프로그램개발비, 훈련비를 지원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영향으로 훈련생 역시 생계를 위협받을 가능성이 높다. 당장 최대 20만 원 정도의 훈련수당을 받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국가인적자원개발컨소시엄 사업의 경우 총 114개의 공동훈련센터 중 81개가 서울‧경기에 몰려있다. 희망하는 교육을 받기 위해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올라온 훈련생들은 앞이 깜깜해질 수밖에 없다.
이 사업들은 사업주 및 훈련센터가 훈련비용을 선 지급한 후 공단에 청구하는 방식이다. 그나마 대기업과 공공기관이 참여하는 고용디딤돌 프로그램은 선 지급할 여유가 있지만, 영세한 중소 사업주와 훈련센터가 운영하는 프로그램은 선 지급을 장담하기 어렵다.
한국산업인력공단 관계자는 “당해 회계연도로 정산하는 사업이 아니기 때문에 수요 예측 실패는 말이 안 된다. 예산 성격이 다르다. 특성을 감안해 달라”고 설명하면서 “날짜는 확정할 수 없지만 정부와 구두 협의를 마쳤으니 조기에 조치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1차 문제는 훈련 수당을 선 지급해야 하는 훈련기관에 있다”고 해명했지만, 역량 있는 훈련기관을 선정해야 하는 입장에서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책임을 회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편, 공단 측은 <일요신문> 보도 직후 “고용노동부로 부터 추가 예산 780억 원을 확보했다. 9일부터 지원금 청구 요청이 들어온 기관에 정상 지급하겠다”고 알려왔다. 하지만 <일요신문>이 직접 기관에 문의한 결과 여전히 일부는 지원금 지급 재개 사실을 공단 측으로부터 전달 받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종용 인턴기자 deep@ilyo.co.kr
20만~30만원 훈련 수당만 가지고 살라니…교육생 ‘알바 금지’ 논란 자습실에서 공부하고 있는 취업준비생들의 모습. 저소득층 국비지원 교육생들은 ‘알바금지’ 규정 탓에 생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지원하는 국비지원 교육생은 약 20만~30만 원의 훈련 수당으로 한 달을 버텨야 한다. 원칙상 아르바이트를 할 수 없다는 규정 때문이다. 국비지원 교육은 미취업자, 실직자, 저소득 취업취약계층 등을 대상으로 직업훈련 교육을 시켜주고 정부에서 교육비를 지원해주는 제도다. 고용노동부의 국비지원 교육은 내일배움카드, 취업성공패키지, 국가‧기간 전략산업 등으로 나뉜다. 사업 목적 중 일부는 저소득 취업취약계층의 빈곤탈출 촉진이다. 고가의 일반 학원비가 부담스러운 저소득 계층이 주 대상이다. 물론 이들 중에선 지방에서 서울로 상경한 학생도 다수 존재한다. 수도권에 교육이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이들 입장에선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아르바이트가 필수인 상황이다. 그런데도 고용노동부는 ‘교육 소홀’을 이유로 소득 활동을 금지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문의 결과 내일배움카드제 중 아르바이트를 하면 교육이 중단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교육이 아닌 구직자들의 단순 취업활동을 지원해주는 취업성공패키지의 경우도 주 15시간 미만, 한 달 60시간 미만으로 소득 활동을 제한하고 있다. 국가‧기간 전략산업도 마찬가지다. 근로소득 적발 시 반환 또는 추가 납입 조치를 당하게 된다. 김 아무개 씨(여‧23)는 교육을 받기 위해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와 월세 30만 원짜리 고시원을 계약했다. 교육 첫날 훈련기관은 근로소득 발생 시 부정 수급으로 수당 환수 및 국비지원 교육이 제한된다고 설명했다. 김 씨는 훈련수당 20만 원과 식비 보조금 10만 원으로 서울에서 살아야 했다. 미리 모아 둔 돈을 다 쓰자 그는 결국 교육을 포기하고 고향으로 내려갔다. 교육생 근무 제한은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하기도 한다. 훈련생 일부는 근로소득 적발을 피하기 위해 근로계약서 작성 없이 일을 하기 때문이다. 고용주가 임금체불을 해도 신고할 수 없는 입장이다. 취업준비생 김 아무개 씨(남‧27)는 독립 후 혼자서 월세와 생활비를 벌었다. 일반 학원비가 부담스럽던 그는 올해 2월 국비지원 교육을 받았다. 생계가 급했던 김 씨는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고 아르바이트를 했다. 우려하던 일이 발생했다. 4개월 가까이 임금체불을 당한 것이다. 노동부에 신고할 수도 없었다. 그는 취업도 되지 않아 소득이 없었기 때문에 대출까지 알아봤다. 고용노동부의 또 다른 산하기관인 근로복지공단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고자 직업훈련 생계비 대부 신청 제도를 마련하긴 했다. 직업훈련 생계비 대부는 직업 훈련생이 공부에 전념할 수 있도록 생계비를 대출해주는 제도다. 하지만 대부 대상이 비정규직 근로자 혹은 전직 실업자로 제한된다. 고용보험에 가입한 적이 없는 사람은 신청조차 할 수 없는 셈이다. 국비지원 교육을 받는 대부분의 교육생이 대학을 갓 졸업한 사회초년생이라는 점을 간과한 결과다. [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