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신적인 만족감을 얻기 위해 셋째, 넷째 딸을 숨지게 하고 다섯째 딸마저 사경에 몰아넣은 혐의를 받고 있는 비정한 어머니 다카기 가오리가 경찰에 체포됐다. | ||
그러나 이 사건이 더욱 큰 파장을 불러 일으키고 있는 이유는 그녀가 살인을 저지른 이유에 있다. 아동 학대나 육아 포기 때문이 아니라 사람들의 관심과 주목을 받기 위해 이런 끔찍한 사건을 저질렀기 때문이다.
다카기 가오리(35)가 중증의 감염증상을 보이는 딸을 데리고 교토의 대학병원을 찾은 것은 지난해 12월 2일이었다. 그 전까지는 기후의 대학병원에 입원하고 있었지만 상태가 점점 악화되어 더 큰 교토의 대학병원으로 옮기게 된 것이었다.
입원 직후 교토의 대학병원에서 아이를 검사한 결과 아이의 혈액에서 통상적으로 존재할 수 없는 여러 종류의 세균이 발견됐다. 지속적인 치료에도 불구하고 감염증상이 계속 악화되자 아이를 집중치료실로 옮긴 병원 측은 얼마 후 아이의 어머니를 수상하게 여기고 경찰에 연락을 취했다.
그리고 집중치료실의 카메라로 다카기의 행동을 감시했던 병원 측과 경찰은 12월 23일 그녀가 주머니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액체를 꺼내는 현장을 포착했다. 가방 안에서는 부패하여 세균이 득실거리는 스포츠음료와 함께 주사기가 발견됐다. 경찰의 질문에 다카기는 스포츠음료와 수돗물을 섞어서 1주일 정도 방치한 후 수차례에 걸쳐 면회시간에 딸의 링거 관에 주입한 사실을 순순히 털어놓았다.
그러나 정말로 충격적인 것은 그녀의 범행 동기였다. 그녀는 “아이의 증상이 악화되면 계속 아이 곁에서 병간호하는 모습을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진술했다. 아픈 딸을 정성스럽게 간호하는 자신의 모습을 주위에 보여줌으로써 사람들에게 칭찬과 격려, 염려의 말을 듣고 싶었다는 것이다.
이처럼 관심을 얻기 위해 주변의 가까운 사람들에게 위해를 가하는 증상을 가리켜 ‘대리 뮌하우젠 증후군’이라고 한다.
1994년 결혼한 다카기는 남편과의 사이에서 지금까지 다섯 명의 딸을 낳았다. 그중 둘째와 셋째, 넷째 딸이 모두 어린 나이에 사망했다. 둘째 딸은 어렸을 때부터 몸이 약해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다가 2001년 네 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딸을 잃은 후 충격으로 실의에 빠진 다카기는 의학에 관한 인터넷 사이트와 서적에 열중하게 됐다. 함께 생활하던 시아버지에 따르면 “웬만한 의사보다 의학 지식이 풍부했을 정도”였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노력과 헌신적인 간호에도 불구하고 그 후 태어난 셋째와 넷째 딸도 시름시름 앓다가 각각 두 살과 9개월이라는 어린 나이에 사망하고 말았다. 당시에는 모두 병사한 것으로 처리됐다.
이번에 꼬리가 잡히기 전까지 그녀는 가족과 이웃들에게 ‘좋은 아내이자 헌신적인 어머니’로 알려져 있었다. 오랜 시간을 병원에서 자녀의 병간호를 하며 보내야 했지만 한 번도 힘든 내색을 하거나 불평을 하는 일도 없었다. 이번 사건이 발각되지 않았다면 다섯째 딸도 죽음을 면치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녀는 헌신적인 병간호에도 불구하고 네 딸을 잃은 비극적인 어머니로 사람들의 관심과 동정을 받으며 살았을 것이다. 그러나 사건의 내막이 밝혀진 지금은 그녀가 아이를 다섯 명이나 낳은 이유조차 의심스럽게 보일 뿐이다.
경찰 조사에서 다카기는 병간호할 구실을 만들기 위해 아이를 아프게 만든 것은 인정했지만 죽일 의도까지는 절대로 없었다며 살인 미수 혐의를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셋째와 넷째 딸이 사망한 것은 살해가 아니라 ‘헌신적인 어머니’로 자신을 연출하는 과정에서 생긴 불상사라는 것이다.
그녀는 셋째와 넷째 딸의 링거액에 수돗물 등의 이물질을 주입한 것을 인정하고 있다. 이런 과거의 경험을 통해 이번에는 딸이 사망에 이르지는 않되 아픈 증상은 계속되도록 ‘사람의 체액과 비슷한 성분’인 스포츠음료를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녀가 비정한 살인마인지 아니면 관심을 갈구하는 ‘대리 뮌하우젠 증후군’ 환자인지의 여부는 수사가 더 진행되기 전에는 알 수 없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하다. 그녀가 ‘대리 뮌하우젠 증후군’ 환자이며 정말로 딸들을 살해할 의도가 없었다고 해도 아이의 생명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범행을 저질렀다는 점이다.
박영경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