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그렇다고 자책할 필요는 없다. 귀가 따갑도록 들었던 말, 즉 ‘어딘가 짝은 있게 마련이다’라는 말이 정답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짝이 없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어울리는 짝을 찾지 못하고 엉뚱한 곳에서 헤매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나에게 어울리는 사람’이란 어떤 사람일까. 비슷한 성격의 사람끼리 만나야 좋은 걸까, 아니면 반대의 성격을 만나야 좋은 걸까. 가령 소심하고 수동적이며 내향적인 사람이 활달하고 예민하며 외향적인 사람을 만나야 잘 살까, 아니면 비슷한 성향의 사람들끼리 만나야 잘 살까.
최근 독일에서 싱글 남녀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 조사에 따르면 비슷한 성향의 사람들끼리 서로 더 끌리며, 이럴 경우에 더 이상적인 관계가 형성된다고 한다.
여기에는 소위 말하는 ‘성격과 사랑의 법칙’이 존재한다. 포츠담 대학의 프란츠 나이어 심리학 교수는 “성격이 연인 관계(사랑)에 지속적이고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반면, 연인 관계(사랑)는 성격에 짧고 미미한 영향을 미친다”라고 말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함부르크의 브룩하르트 안드레젠 심리학 교수는 “성격은 오래 남고, 사랑은 금세 지나간다”라고 설명했다.
처음 만나서 사귈 때에는 호기심과 애정이 앞서 서로의 다른 모습에 끌리지만 한 달, 두 달, 1년이 지나면서는 점차 내면에 있던 본연의 모습이 고개를 들게 되고 다시 옛모습으로 돌아가게 된다는 것이다.
‘사랑은 가고 성격은 남는다.’ 인정하기 싫을 테지만 현실이 그렇다.
이에 안드레젠 교수는 “가장 이상적인 관계란 서로의 성격이 비슷하고 잘 맞을 때 형성된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 서로가 상대의 성격을 잘 이해하고 받아줄 경우에는 만족스런 관계가 형성되지만 반대의 경우에는 불만족스런 관계가 형성되고 결국 헤어지는 지름길이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성격’이란 게 또 재미있다. 성격은 저마다 내면 깊숙이 잠재해 있는 고유의 특성이긴 하지만 상황에 따라서, 또 상대에 따라서 전혀 다르게 표출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연애할 때의 성격과 친구나 직장 동료 사이에서 나타나는 성격이 다른 것이 한 예다. 연인에게는 한없이 상냥하고 헌신적이며 희생을 아끼지 않는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도 꼭 그런 것은 아니며, 친구들이나 직장에서는 공격적이고 지배적인 사람이 연인 앞에서는 온순하고 다정하게 변하는가 하면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당당한 사람이 좋아하는 여자 앞에서는 수줍어서 제대로 말도 못 걸고 소극적으로 변하는 경우도 있다.
▲ 영화 <러브 액츄얼리>의 한 장면. | ||
아래는 독일 시사주간 <슈테른>에 최초로 공개된 안드레젠 교수진이 작성한 ‘연애 성격 진단 테스트’며, 모두 81개의 문항으로 이루어져 있다.
과연 정반대의 성격의 사람이 만나야 행복할까, 아니면 그 반대일까. 분명한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테스트 결과에 따라서 다음과 같은 결과를 유추해볼 수 있다.
어떤 사람들은 1번~9번까지 골고루 높은 점수를 나타냈을 수도 있다. 이런 사람들의 연애성격은 다소 복잡미묘하고 유연하며 여러 가지 면을 동시에 갖고 있는 사람이다. 반대로 대부분의 항목에서 낮은 점수를 나타낸 사람은 연애나 사랑에는 별로 관심이 없는 대신 다른 일에 더 우선순위를 두는 사람이다.
또한 대부분의 남성들은 2번과 8번 성격을, 그리고 여성들은 1번과 7번 성격을 나타내는 경우가 많다.
▶▷연애 법칙 1
양쪽 모두 9번 성격(행복, 믿음, 만족감)이라면 이상적인 관계가 형성된다.
▶▷연애 법칙 2
양쪽 모두 감정적이고 긍정적인 성격, 즉 5번 성격(배려심, 유머, 사교적)이거나 6번 성격(매력적, 유혹적, 카리스마)이면 이상적인 관계가 형성되며 잘 맞는다.
▶▷연애 법칙 3
양쪽 모두 감정적으로 부정적인 성격, 즉 3번 성격(예민함, 두려움, 의존적)과 4번 성격(공격적, 싸움, 지배욕)의 사람이 만나면 좋은 관계가 형성되지 않는다.
▶▷연애 법칙 4
양쪽이 전혀 상반되는 성격의 소유자(가령 1번과 8번 혹은 2번과 7번)들이라면 쉽게 욕구불만에 쌓이거나 갈등이 생기며 서로를 오해하는 일이 많아진다. 예를 들어 한쪽은 성욕이 강하고 정열적이며 모험심이 넘치는데(2번) 다른 한쪽은 충실하고 믿음과 도덕을 중시한다면(7번) 결과는 뻔하다.
▶▷연애 법칙 5
사람의 성격이란 것은 하루 아침에 바뀌거나 고칠 수 있는 것은 분명히 아니다. 하지만 서로의 차이점이나 갈등 요소를 알고 난다면 적어도 함께 고쳐 나가도록 노력할 수 있다
김미영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