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한미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 부부는 7일 오후 청와대 국빈 만찬이 끝난 뒤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한국을 대표하는 공예품인 방짜수저와 돌그릇을 선물했다. 청와대에 따르면 수저 뒷면엔 ‘2017.11.7. We go together’란 문구가 새겨져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일자와 한미동맹의 굳건함을 상징하는 ‘We go together’(같이 갑시다)를 새겨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의미를 극대화했다. 아울러 청와대는 돌그릇에 대해선 “큰 공을 세운 분에게 주는 선물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We go together’는 2014년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방한했을 때 용산 미군기지 연설에서 직접 언급하고 한국어로도 ‘같이 갑시다’라고 선언해 유명해진 문구다. 이후 한미동맹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5년 미국 워싱턴DC 펜타곤(국방부)을 방문해 미 국방부 관계자 앞에서 이 문구를 언급하고 미국 관계자들이 한국어로 ‘같이 갑시다’라고 화답한 적도 있다.
이날 수저와 돌그릇은 트럼프 대통령 내외와 참석자들을 위한 만찬 선물로 준비됐다. 트럼프 대통령 부부에게만 전달된 선물은 외교 의전상 공개되지 않았다. 하지만 외교 관례상 해외 정상을 위한 선물은 외교부 의전장이 목록을 만들고 대통령과 참모들이 이 가운데 선택하는 방식으로 결정된다. 일반적으로 한국의 특색이 담긴 물건을 선택한다.
선물은 의전장 등 의전 라인을 통한 간접 교환이 원칙이다. 과거 청와대에 수년간 근무한 한 관계자는 “직접 전달하면 즉석에서 보안·검색 등을 할 수 없어 경호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또 선물이 무겁거나 부피가 커서 전달이 어려울 수도 있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의전 직원을 통해 간접 교환한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특별한 경우엔 선물을 절차상 공식 환영 행사 또는 접견시 미리 진열해 직접 증정하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역대 대통령과 해외 정상이 주고받은 선물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먼저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9년 11월 버락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 방한 당시 태권도복과 태권도 단증을 준비해 직접 전달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일리노이주 상원의원 시절인 2001년부터 약 4년간 태권도를 수련했고 이 같은 사실에 착안해 이 전 대통령이 직접 선물을 준비한 것으로 전해졌다.
선물한 태권도복은 우측 소매에 태극기와 성조기가 새겨져 있고 ‘태권도’라는 문구가 뒷면 위쪽에 새겨져 있다. 또 중간에 양 국기가 새겨져 있다. 검은 띠와 도복 상하의에는 오바마 전 대통령의 영문 성명이 새겨져 있다.
또 이 전 대통령은 2008년 방한한 부시 전 대통령을 위해 전통 자개 무늬가 들어간 디지털 액자를 준비했다. 이 액자에는 이 전 대통령이 같은해 4월 미국 방문 당시 함께 찍은 사진 등도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또 부인 김윤옥 여사는 평소 ‘독서광’으로 알려진 부인 로라 부시 여사에게 십장생 무늬를 자수한 책 커버와 초충도(草蟲圖) 등 신사임당 그림 두 점을 자수로 새긴 북마크를 준비했다. 부시 미국 전 대통령은 이 전 대통령에게 골프용품을 선물했다.
빌 클린턴 미국 전 대통령은 1993년 방한해 김영삼 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사과모양의 크리스탈 조각을 선물했다. 또 매일 아침 달리기로 하루를 시작했던 김 전 대통령은 클린턴 전 대통령과 청와대 녹지원을 달렸는데, 두 나라 대통령은 운동을 마친 뒤 무궁화가 새겨진 모자와 미국 대통령 휘장이 그려진 모자를 서로 교환했다. 자유·민주·평화 번영을 향한 한미 양국의 동반자 관계를 더욱 뚜렷이 한 것이다.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내외와 만찬 참석자들에게 선물할 ‘돌그릇과 방짜 수저’를 7일 공개했다. 사진=청와대
박근혜 전 대통령은 해외 정상들을 만날 때마다 나이·성별·취미 등을 고려해 맞춤형 선물을 전달했다. 2013년 5월 박 전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했을 당시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에게 은제 사진액자를 선물했고, 부인 미셸 여사에겐 한식 요리책과 함께 반상기 세트와 유기 수저를 선물했다.
유독 해외 일정이 많았던 박 전 대통령은 ‘깜짝’ 선물을 받기도 했다. 지난해 9월 러시아를 방문한 박 전 대통령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쓴 신년 휘호를 선물로 받았다. 이 휘호는 1979년 박정희 전 대통령이 쓴 마지막 신년 휘호로 ‘총화전진(總和前進)’이라고 쓰여 있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은 아버지의 유품을 받고 상당히 감격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상훈 기자 ksanghoon@ilyo.co.kr
해외 정상들의 선물 어디에 보관할까…일부는 최순실 집에 ‘꼭꼭’ 국가 정상 사이에 오가는 선물은 개인이나 국가를 고려해 정해지지만 모두 대통령 개인이 가져갈 수는 없다. 역대 대통령이 해외 정상에게 받은 선물들은 대통령기록관에서 보관한다. 1983년 시행된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대통령도 외국인이나 외국 정부로부터 받은 선물을 의무적으로 신고해야 하고, 10만 원 또는 100달러 이상으로 값이 매겨지면 국가에 귀속된다. 대통령기록관은 역대 대통령 중 11명(권한대행 포함)이 받은 선물 4061건을 보관하고 있다. 공직자윤리법 시행 이전에 받은 선물은 신고 대상이 아니라 기증받은 것만 보관하고 있다. 이 가운데 외교 문화 심미적 가치가 높은 특별한 선물은 대통령기록관 전시관, 청와대 춘추관 홍보관, 청와대 사랑채, 청남대 등에서 전시되고 특별 전시회 등을 통해 대중에 공개되기도 한다. 하지만 모든 ‘선물’이 잘 보관되는 것은 아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 일부 선물이 최순실 씨 집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 중이던 검찰은 서울 신사동 최순실 씨 자택을 압수수색하던 중 박근혜 전 대통령이 외교 사절들에게 받은 기념품을 발견했다. 도자기나 조각품, 기념패 등으로 대여섯 점 정도 되는데 여기에 ‘각하’라는 뜻의 영문이 적혀 있어 검찰은 이를 대통령이 된 이후 받은 선물인 것으로 파악하고 재판에 직접 증거물을 제출하기도 했다. [훈] |
25년 만의 ‘국빈방문’ 미국 대통령…그 의미는? 이번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은 1992년 조지 부시 전 대통령 이후 25년 만의 국빈방문이다. 국빈방문은 ‘국가 귀빈 방문’의 약자로 영어로는 ‘State Visit’라고 일컫는다. 외교부 분류에선 국빈방문, 공식방문(Official Visit), 실무방문(Working Visit), 사적방문(Private Visit) 등 4가지 형태로 나뉘며 이 가운데 국빈방문이 가장 높은 격이다. 규정상 국빈방문은 대통령 임기 중 나라별로 한 차례에 한해 가능한데 그만큼 최고 의전과 대우가 뒤따른다. 지금까지 국빈 자격으로 한국을 찾은 미국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 이전에 6명이 더 있었다. 미국 대통령의 첫 방한은 1960년 한국을 찾은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전 대통령이다. 당시 서울시청에는 아이젠하워 대통령의 초상화가 내걸렸고, 기념 우표와 기념 담배가 만들어질 정도로 열렬한 환영 행사가 이어졌다. 이후 린든 존슨(1966년), 제럴드 포드(1974년), 지미 카터(1979년), 로널드 레이건(1983년), 조지 부시 대통령(1992년)이 차례로 국빈으로 한국을 찾았다. 한편, 역대 대통령 가운데 미국을 ‘국빈방문’한 사람은 이승만, 박정희,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이명박 전 대통령 등 6명이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월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방문했을 때는 공식 실무방문(Official Working Visit)였다. 공식 실무방문은 공식방문과 실무방문의 중간 성격으로 공식방문보다 의전이 간소화됐으나 내용상으로는 공식방문과 차이가 없다. [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