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최순실 국정농단’ 국정조사 청문회에 증인으로 참석한 김재열 제일기획 스포츠사업 총괄사장. 김 사장은 지난 7일 장인 이건희 회장의 건강상태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대답을 피하며 황급히 자리를 피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김재열 제일기획 스포츠사업 총괄사장이 지난 7일 오후 서울 중구 서소문동의 대한항공 빌딩을 찾았다.
김재열 사장은 이건희 회장의 차녀 이서현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의 남편이자, 고 김병관 동아일보 명예회장의 차남이다. 현재 2018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 국제부위원장도 맡고 있다.
이날도 평창동계올림픽 개최와 관련한 일을 논의하기 위해 대한항공 빌딩을 찾은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 이날은 장인 이건희 회장의 건강 상태에 대한 최근 근황이 전해졌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 2014년 5월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삼성서울병원 VIP실에 입원치료를 받으며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지 벌써 3년이 넘었다. 이에 이건희 회장의 상태를 둘러싸고 ‘사망설’ ‘위독설’ 등 온갖 추측들이 제기됐다.
하지만 <TV조선>의 탐사보도 ‘세븐’팀이 이건희 회장의 최근 병상의 모습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세븐’에 따르면 이건희 회장은 병실 침대에 누워 일본 애니메이션을 시청하는가 하면, 팔을 움직이기도 했다.
의료진과 의사표시를 나누는 듯한 모습도 보이기도 했고, 다른 날에는 이건희 회장이 침대가 아닌 의자에 부축 없이 앉아있었다고 했다. 병상 주변에 인공호흡기도 보이지 않는 걸로 봐서 스스로 호흡하며 뇌사 상태는 아닌 것 같다고 유추했다.
이에 따라 이날 오전부터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에는 ‘이건희’ ‘이건희 건강’ 등 키워드가 최상단을 차지했다.
<일요신문> 본 기자는 빌딩을 나서는 김재열 사장에게 다가가 인사를 건넸다. 김재열 사장도 웃으며 인사를 받았다. 기자는 바로 “오늘 아침 장인 이건희 회장의 건강에 대한 기사가 나왔다. 혹시 보셨느냐. 기사 내용이 맞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김재열 회장은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기자가 “보도 내용처럼 이건희 회장이 TV를 보고 대화하실 정도로 괜찮아지셨냐”고 다시 물었다. 김재열 사장은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며 주차된 자신의 승용차를 향해 걸어갔다.
“이건희 회장 건강상태가 많이 호전되셨느냐”고 세 번째 물었다. 이에 김재열 사장은 곤란하다는 듯 아무 말 없이 웃으며, 승용차에 올라 문을 닫고 출발했다.
김재열 사장은 둘째 사위로 삼성 총수 ‘일가’에 속한다. 따라서 그가 이건희 회장의 현재 건강 상태에 대해 모른다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하지만 그는 이건희 회장의 현재 상태에 대해 언급을 피한 것이다.
“기사 내용처럼 많이 호전됐다”라고 답해주는 것이 그리 어려웠을까. 아니라면 이제 많이 호전됐다고 말할 수 없는 어떤 사정이라도 있는 것일까.
탐사보도 ‘세븐’에 포착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건강상태 근황. 사진=TV조선 ‘종합뉴스 9’ 방송화면 캡처
한편 삼성서울병원 관계자는 이건희 회장의 현재 건강상태에 대해 “환자 개인정보에 대해서는 말씀 드릴 수 없다”고 밝혔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