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안 대표는 “당의 한 중진의원께서 대놓고 저를 공격했다. 이해할 수 없는 논법”이라며 “모두 함께 가기를 강렬히 희망하지만, 응당 가야 할 길을 비정상으로 인식한다면 끝까지 같이 못할 분이 있더라도 가겠다”고 했다. 호남 중진 의원들은 “우리 보고 당을 나가라는 것이냐”며 반발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11월 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 회의에 참석했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국민의당의 한 관계자는 “호남 중진들과 안 대표의 정체성이 너무 달라 생기는 일”이라며 “창당 당시부터 많은 사람들이 예견해온 현상이라 새로울 것도 없다. 안 대표가 이들을 안고 갈 수 있는 정치력을 발휘한다면 오히려 인정받는 계기가 될 수도 있겠지만 그런 정치력이 없다면 결국 갈라서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관계자는 “안 대표가 당권을 잡으면 지지율을 올릴 수 있다고 장담하더니 전혀 변화가 없다. 이대로 가면 내년 지방선거는 참패”라며 “안 대표가 대권 욕심 때문에 중도층 잡겠다고 그런 식(우클릭)으로 나가면 호남은 다 죽는다. 그러니 호남 중진들이 반발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 대표는 최근 지지층 확대를 위해 중도보수로의 외연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 반면, 호남 중진들은 이보다는 지역기반인 호남을 먼저 지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양측이 극한으로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민주당)은 국민의당과의 통합을 공개적으로 언급하기 시작했다.
설훈 민주당 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내년 6월이 되면 국회의장 선거와 상임위원장 선거 등등이 있는데 야당이 통합해서 우리보다 숫자가 많아지게 되면 곤란한 상황이 생긴다”면서 국민의당과의 통합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현재 민주당의 의석수는 121석이고 자유한국당(한국당)은 바른정당 일부 의원들의 복당으로 의석수가 116석까지 늘어났다. 바른정당 잔류 의원 중 일부는 추가 탈당을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당이 원내 제1당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설훈 의원은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지금의 121석으로는 대선 공약을 위한 입법도 어렵다. 현재 민주당 내에서 국민의당과의 통합을 원하는 의원들이 상당히 많다”면서 “(국민의당과의 통합에 대해) 우리(민주당 의원들)끼리 논의한 적은 당연히 있다. 조사를 안 해봐서 (통합에 찬성하는 의원 수를) 정확히는 모르겠는데 많은 사람들이 그런 생각(국민의당과의 통합이 필요하다는)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관계자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소속 의원 40명 중) 10명 안팎은 탈당에 생각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안 대표 측에서는 민주당 복당을 원하는 의원들이 명분 쌓기를 위해 당 대표를 흔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일부러 싸움을 걸고 있다는 판단이다. 안 대표 측 한 관계자는 “(일부 의원들이)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같은 당 의원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안 대표를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인신공격 수준이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상돈 국민의당 의원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안 대표를 “아마추어고 정치적으로 종친 사람으로 보고 있다”며 깎아내렸다. 이상돈 의원은 또 “국민의당은 이미 심정적으로 쪼개졌다”면서 “안 대표의 리더십은 회복하기 어렵고, 바른정당과의 통합은 처음부터 불가능했다. 민주당과 같이 가는 게 옳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한때 안철수계로 분류됐던 인물이다. 이상돈 의원 측 관계자는 “특별히 드릴 말씀이 없다”고 했다.
호남을 중심으로 하는 몇몇 국민의당 의원들이 민주당과의 연대나 통합을 원하고 있다는 것은 이미 공공연한 사실이다. 안 대표는 주위의 반대에도 전당대회에 출마하면서 “호남 중진이 당 대표가 되면 민주당과 합당하는 수순으로 가기 때문에 나온 것”이라고 주장했었다.
익명을 요구한 호남 지역구 국민의당 의원은 “민주당과 합당할 명분을 쌓기 위해 안 대표를 비판한다는 주장은 말이 안 된다”면서 “안 대표가 기본적으로 소통의 리더십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있다. 예를 들어 갑자기 국정감사 도중에 바른정당하고 합당을 타진한 것이나 지역위원장들에게 총사퇴하라고 하는 등 당내 의원들과 소통 없이 진행된 여러 가지 사안이 있다. 그런 상태에서 자꾸 우클릭까지 하니 누적된 불만들이 터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리더십은 권위가 있어야 발휘되는 것이고 권위는 한번 훼손되면 복구하기 어렵다. 안 대표는 현재 당내에서 권위가 훼손돼 리더십을 제대로 발휘하기 어려운 상황까지 온 것”이라며 “안 대표를 대표로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가 당내 일부에서 생긴 것 같다. 안 대표가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지 걱정되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 의원은 “그렇다고 당장 의원들이 탈당할 것이라고 보지는 않는다”면서도 “감정의 골이 더 깊어지고 상황이 악화되면 (탈당 안 한다고)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것이다. 안 대표가 아니면 대안이 없다는데 호남에서는 안 대표 말고 다른 사람 (대표로) 세웠으면 좋겠다는 그런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고 말했다.
현재 당내에선 안 대표를 사퇴시킨 후 집단지도체제를 구성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호남 중진 의원들을 비대위원장으로 내세우는 방안이다. 당내에서는 ‘개혁을 바라는 평당원 모임’이라는 단체가 안 대표 퇴출 서명운동까지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내년 지방선거를 뛰어야 하는 지역위원장들은 당의 내홍이 답답하기만 하다. 임승철 국민의당 시흥갑 지역위원장은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안 대표가 물러난다고 해결될 문제도 아니고 당원들의 투표로 선출된 대표를 물러나게 할 명분도 없다”면서 “안 대표 체제로는 지방선거에 희망이 없다고 하는데 호남 중진 체제로는 더 안 된다. 안 대표가 잘못한 점도 있지만 호남 중진들도 크게 잘한 것이 없다. 지금은 서로 협력해서 당을 이끌고 가야지 이렇게 싸워가지고는 다 망하는 길로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내홍에 휩싸인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간 통합이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때 양 당의 통합은 물 건너 갔다는 분석이 주를 이뤘는데, 극심한 내부 갈등이 빚어지면서 오히려 통합의 불씨가 되살아났다는 것이다. 바른정당의 한 의원은 사석에서 “유승민과 안철수는 최대 위기를 맞은 상황이지만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 둘이 손을 잡는 것 이외엔 별다른 대책이 보이지 않는다”라고 했다. 국민의당 한 관계자도 “안 대표가 SNS에 ‘모두 함께 가기를 강렬히 희망하지만, 응당 가야 할 길을 비정상으로 인식한다면 같이 못할 분이 있더라도 가겠다’고 하지 않았나. 더 이상 호남 눈치 보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안 대표 비서실장을 맡고 있는 송기석 의원은 “안 대표의 SNS글이 그런 식으로 해석될 수도 있지만 오해다. 우리 당 지역구 의원 대부분이 호남에 기반을 두고 있는데 어떻게 호남을 빼고 갈 수 있나”라며 “바른정당과 합당은 몰라도 지방선거 후보자 연대에 대해서는 호남 의원들도 긍정적인 반응이기 때문에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바른정당의 한 관계자는 “잔류파 의원들이 전체적으로 국민의당과의 통합에 긍정적인 입장이다. 국민의당만 입장을 정리해주면 통합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유승민 의원이 국민의당에 박지원 의원이 남아 있으면 통합 못한다고 했다는 보도에 대해서는 그는 “유 의원이 절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오보다. 통합 논의하면서 누구 안 나가면 못한다고 하면 통합 안하겠다는 거다. 당에서 그런 이야기(박지원 빼고 통합)가 나온 적이 한 번도 없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아직은 통합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당 지도부가 뽑혀야 논의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합당까지는 몰라도 내년 지방선거에서 후보단일화까지는 반드시 하겠다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다. 서로 지역구가 겹치지 않고 출마자도 부족한 상황이라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 최소한 3자 구도는 만들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