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문하는 다프타리의 가족들. 가운데 사진은 다프타리가 추락사한 아파트. 오른쪽 사진은 남편 자밀(왼쪽)과 다프타리 | ||
이유는 바로 ‘잘못된 결혼’에 있었다. 영국의 타블로이드지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사하르 다프타리(24)는 아프가니스탄 무슬림 집안 출신으로 런던과 맨체스터를 오가며 모델로 활동 중이었다. 그는 영국 최대 규모의 아시아계 모델대회인 ‘아시아의 얼굴(Face of Asia)’에서 우승할 만큼 눈길을 끄는 화려한 외모의 소유자였다. ‘파티의 퀸’이라 불리던 그는 맨체스터에서 만난 능력 있는 이슬람계 사업가 라시드 자밀(33)과 사랑에 빠졌다. 두 사람은 2007년 12월 런던의 한 호텔에서 200여 명의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성대한 이슬람 전통 결혼식을 올렸다.
그러나 모든 게 순조로워 보이던 행복한 결혼 생활은 오래 가지 못했다. 신혼의 단꿈에 빠져있던 다프타리에게 어느날 한 여성이 전화를 걸어왔다. 나리사 암자드(29)라는 이 여성은 자신이 바로 남편 자밀의 ‘현재’ 아내라고 주장했다. 다프타리와 가족들에게는 믿을 수 없는 일이었지만 놀랍게도 자밀은 세 번이나 결혼한 과거가 있었다. 다프타리와 결혼할 당시엔 세 번째 부인 암자드와 살고 있었으며 세 명의 자녀까지 둔 상태였다.
돌이켜보면 이들의 결혼에는 처음부터 석연치 않은 점들이 있었다. 우선 자밀의 부모가 결혼식에 참석하지 않았는데 당시 자밀은 부모님이 결혼을 반대하기 때문이라고 둘러댔지만 사실 그들은 유부남 아들의 ‘이중 결혼’을 반대한 것이었다. 또한 그는 그토록 사랑하는 여인과의 결혼에 성공하고도 혼인신고를 꺼려했다. 다프타리가 사망하기 직전까지 두 사람은 법적인 혼인 관계가 아닌 동거 상태였다.
유부남이라는 사실이 드러난 후에도 자밀은 다프타리를 놓아주지 않았다. 심지어 진짜 아내와 삼자대면을 하는 자리에서 그는 다프타리에게 사랑한다고 말하며 함께 살자고 매달렸다. 그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남편의 과거를 알게 된 다프타리는 이혼을 결심했으며 그 결심은 확고해 보였다.
사건 당일인 지난해 12월 20일에도 다프타리는 결별을 마무리 짓겠다며 자밀의 아파트에 찾아갔다가 결국 12층 베란다에서 몸을 던져 세상과 영영 이별하고 말았다. 당시 그의 비명소리를 들은 사람도 목격자도 나타나지 않았고 현장에 있던 유일한 목격자이자 사건을 신고한 남편 자밀이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되었다.
경찰 조사에서 자밀은 다프타리를 포함해 모두 네 번 결혼한 것으로 확인됐다. 고향 파키스탄에서 처음 중매로 결혼했다가 이혼했으며 1996년에는 사비나 말릭(32)이라는 변호사와 결혼해 딸 하나를 두고 결별한 후 지난 2007년 정식으로 이혼했다. 두 번째 부인 말릭은 이혼사유에 대해 자밀의 바람기와 과도한 음주를 들었으며 당시에도 수차례 외도를 했다는 사실을 털어놓았다. 자밀은 그 후 외도 상대 중 한 명이었던 암자드와 결혼해 두 자녀를 두었다. 이것이 영국 현행법상 정식결혼인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경찰에 체포된 자밀은 결백을 주장하면서 자신과 다프타리의 관계가 완전히 끝난 것이 아니었으며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으로 자신도 큰 충격을 받았다고 호소했다. 그는 현재 보석으로 풀려난 상태다. 이처럼 유일한 용의자에게서 별다른 혐의를 찾지 못하고 타살을 입증할 뚜렷한 증거나 목격자도 나타나지 않자 경찰은 이번 사건을 자살 또는 사고사로 잠정 결론지었다.
그러나 다프타리의 가족과 주변 인물들은 자살이 아니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그들은 우선 다프타리가 자살을 금지하는 수니파 이슬람교도이기 때문에 절대 스스로 목숨을 끊을 리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더구나 그가 새 출발을 위해 연말에 친구와 두바이로 여행을 갈 예정이었으며 회계학을 공부하기 위해 대학에 진학할 계획까지 세웠다고 밝혔다. 실제로 런던의 최고급 백화점인 해러즈에서 이슬람계 부유층의 쇼핑을 돕는 일을 하던 다프타리는 사망 전 직장을 그만두고 집 근처 대학교의 회계와 재무 과정에 등록한 것으로 밝혀졌다.
주변 사람들은 여전히 남편 자밀에게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다프타리의 친구는 그녀가 평소 자밀의 지나친 소유욕 때문에 괴로워했다고 밝혔다. 헤어진 후 다프타리가 미행을 당하는 것 같다고 호소한 적이 있었으며, 사건이 벌어지기 얼마 전에도 자밀이 다프타리에게 거액과 집을 제안하며 다시 합칠 것을 요구했다고 증언했다. 또한 결혼 전인 2007년 5월 다프타리가 자밀을 ‘성폭행’ 혐의로 고발한 적이 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경찰은 당시 신고를 접수했지만 피해자가 더 이상 협조하지 않아 수사를 중단했다고 전했다.
이 외에도 경찰은 다프타리와 관련된 또 한 건의 수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밝혔다. 최근 다프타리가 신원을 알 수 없는 한 남성과 성관계를 갖는 장면이 촬영된 포르노 비디오가 인터넷 사이트에 유포되었으며 경찰은 유출자가 누구인지 조사 중이라는 것이다.
사망 후 한 달이 넘도록 해결의 기미는 보이지 않고 사건을 둘러싼 주변의 엇갈린 주장만 넘쳐나는 가운데 얼마 전에는 다프타리가 남편에게 또 다른 아내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당시 임신 중이었으며 충격으로 유산한 사실이 밝혀져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다.
최근 가족들은 경찰에 2차 부검을 의뢰했으며 2월 중 자밀에 대해서도 2차 조사가 있을 예정이다. 미모의 모델이기에 앞서 꿈 많았던 젊은 여성의 죽음을 둘러싼 미스터리가 2차 수사에서는 밝혀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예준 해외정보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