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변화에 대한 관찰은 밤 문화의 중심이 아닌 그 외곽분야부터 시작하려 한다. 유흥업계의 대표적인 외곽분야는 바로 ‘콜뛰기’다. 콜뛰기는 일반 자가용으로 행하는 불법 택시 영업을 의미한다. 과거 ‘나라시’라고 불리던 불법 택시 영업이 요즘들어선 ‘콜뛰기’라는 표현으로 더 많이 불린다. ‘콜뛰기’는 ‘콜대기’에서 유래한 속어로 고객이 전화로 ‘콜’을 하면 ‘대기’하고 있던 차량이 바로 오는 시스템에서 유래했다. 나라시로 불리던 시절에도 크게 다른 방식은 아니었다. 다만 과거 나라시라 불리던 차량이 일반 자가용이었다면 콜뛰기는 외제차를 비롯해 비교적 고급 자가용을 의미한다. 심지어 차량 안에 각종 편의 물품을 마련해놓는 등 특급 서비스가 특징이다. 정리하자면 고급 나라시가 바로 콜뛰기인 셈이다.
당연히 불법이다. 이로 인해 불법 콜뛰기 업체들이 경찰 수사로 적발되는 경우도 흔하다. 검거 업체에서 고객 리스트가 발견되기도 했는데 여기서 유명 연예인의 이름이 대거 발견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렇다면 왜 연예인들이 콜뛰기를 이용하는 것일까. 이에 대해 한 중견 매니저는 ‘편의성’을 언급한다.
일요신문DB.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무관하다.
“연예인이 어딘가 움직일 때면 모두 매니저의 도움을 받는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건 일부 톱스타의 얘기일 뿐이다. 대부분의 경우 활동을 위해 움직일 때만 매니저와 차량이 지원되고 개인적인 용무를 볼 때는 예외다. 연예인은 얼굴이 외부에 알려져 있는 터라 대중교통을 이용하기가 불편하고 매번 택시를 잡아서 타고 다니는 것도 만만치 않다. 이런 까닭에 매니저들이나 주변 지인들이 콜뛰기 번호를 알려주곤 한다. 그러다 보니 불법인 줄 모르고 콜택시 정도로 생각하는 연예인들이 꽤 많을 거다.”
콜뛰기가 불법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이용하는 연예인은 신인급에 국한된다는 얘기도 있다. 처음 몇 번은 콜택시와 유사하다고 여길 수 있지만 여러 번 이용하며 콜뛰기의 개념을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경우도 있고 주위 조언이나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콜뛰기의 정체와 불법성을 알게 되는 경우도 많은 것. 그럼에도 연예인들은 콜뛰기를 애용한다. 확연한 장점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콜뛰기의 가장 큰 장점은 확실한 보안이다. 그들이 어디를 가는지, 그리고 차량 안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에 대한 보안이 확실하다. 콜뛰기를 활용할 수밖에 없는 까닭에 대해 한 중견 방송인은 이렇게 말한다.
“연예인들은 직업의 특성상 모르는 사람을 꺼리게 된다. 전화 역시 모르는 번호는 아예 받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택시는 물론이고 대리운전도 꺼리는 편이다. 이런 부분이 연예인이 음주운전에 자주 걸리는 이유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반면 콜뛰기는 다르다. 일부 택시기사들처럼 먼저 말을 걸거나 연예인이라고 힐끔거리지 않는다. 또한 행선지에 대한 보안도 확실하다. 나름 톱스타로 평가받는 친한 동료가 한때 여성 톱스타와 열애를 하며 자주 그집에 드나들었는데 매번 콜뛰기를 이용했다고 한다. 지금은 헤어졌지만 비밀 연애로 완성된 셈. 언론에서도 콜뛰기를 탄 연예인까지 몰래 따라가서 열애 사진을 찍진 못할 거다. 콜뛰기 차량은 미행하기도 힘들다. 강남 쪽은 작은 샛길과 지름길도 훤한 기사들이 많다. 어지간한 기자들은 못 따라올 거다.”
실제로 연예계에서 좀처럼 접하기 힘든 부분이 바로 콜뛰기 발 루머다. ‘발레파킹 요원 발 루머’나 ‘대리운전 기사 발 루머’는 종종 있지만 ‘콜뛰기 발 루머’는 아예 그런 표현 자체가 존재하지 않을 만큼 별다른 얘기가 떠돌아다니지 않는다.
그래도 유의점은 있다. 특히 여자 연예인의 경우 늦은 밤에는 이용을 삼가야 한다. 자칫 술집에서 일하는 접대 여성으로 오해를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괜히 여자 연예인 누구누구가 술집에서 몰래 일한다는 잘못된 소문으로 확대될 위험성도 있다. 또한 너무 자주 이용해도 안 된다. 종종 강남권에서 불법 영업을 하던 콜뛰기 일당이 검경에 단속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고객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연예인이 등장하기도 했다. 자주 이용한 기록이 남아 있을 경우 괜한 구설수에 오르는 것은 물론이고 참고인 신분으로 수사 기관에 출두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이 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조재진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