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도의회 의원이 입학 청탁을 거절한 고교에 보복성 갑질을 했다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전북도의회 홈페이지 캡처.
[일요신문] 전북도의회의 한 의원이 청탁을 거절한 지역구 내 고교에 감사자료를 요청하고 교장의 의회 출석까지 요구해 ‘보복성 갑질’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이 얘기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해당 의원은 갑질 논란은 물론 ‘김영란법’ 위반이라는 점에서 파문이 예상된다.
10일 군산지역 A 고교 교장에 따르면 지난 8월 전북도의원 B 씨로부터 중3학년 골프특기생을 내년도 신입생으로 받아달라는 전화를 수차례 받았다. A 학교는 B 도의원의 지역구에 있는 인문계 고교다.
A 교장은 체육 교사를 비롯한 관계자들과의 논의 끝에 ‘학교 여건상 골프특기생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리고 이를 B 도의원에게 전했다. 골프특기생을 받으려면 각종 시설과 지도자가 있어야 하지만 A 고교는 이를 갖추고 있지 않은 데다 그동안 골프특기생을 받은 적조차 없다.
그런데도 B 도의원은 이런 사정을 무시한 채 학교에 대한 압박을 가했다고 A 교장은 주장했다. 실제로 B 도의원은 청탁이 거절된 직후 전북교육청을 통해 이 학교에 최근 3년간의 ‘시설비 관련 예산 및 집행 현황’과 ‘물품 구매 및 용역 계약 현황’ 등의 행정사무감사 자료를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교장에 대해서는 전북도의회에 출석하라는 통보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정기 감사를 받은 학교 측으로서는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골프특기생 진학을 거절하자마자 이 같은 일이 발생하는 등 엄연한 표적 감사라는 주장이다. 또 수능을 앞두고 있는 인문계고등학교 교장에 대해 전북도의회 행정사무감사 출석요구를 하는 등 명백한 보복행위라고 덧붙였다.
A 교장은 “B 의원이 학생을 받아달라는 요청을 수차례 해왔고 학교 예산까지 들먹이며 압박해왔다”면서 “누가 봐도 골프특기생 영입 요구를 들어주지 않자 보복성 갑질을 하는 것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B 도의원은 ”지역의 우수한 체육 특기생이 다른 지역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협조를 요청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행정사무감사 자료 요구는 학교에 문제가 없는지 살펴보기 위한 것으로 의원의 당연한 권리이며, 의회에서 체육 특기생 문제에 대해 구체적인 논의를 해보려고 교장을 출석하라고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조현중 기자 ilyo66@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