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천북면 소재 에스엠 공장 내부 생산라인. 사진 에스엠 홈페이지.
[한승희 창윤산업 대표]
―다스와 어떤 인연으로 일하게 됐나.
“2010년 다스 하도급 업체에서 관리자로 일하던 중 2012년 업체 대표에게 “회사를 인수해 달라”는 제안을 받았다. 업체 대표와 친분이 있었고, 대표를 통해 김진 대표도 알게 돼 고민 끝에 인수를 결심했다. 김진은 2000년대 초까지 세광공업(현 한양실업)을 운영하다가 그 회사가 폐업하면서 다스로 갔다. 창윤 인수 후 2012~2014년 다스와 계약을 맺고, 사내 하도급 업체를 운영했다.
―에스엠 설립에 어떤 이유로 도움을 줬나.
”2014년 5월 다스 박OO 이사가 ‘현대차에서 우리(다스)보고 ‘단종된 차량의 부품을 만들라’고 하는데 창윤이 실력이 있으니까 공장을 세워주면 좋겠다’고 제안해왔다. 공장 부지는 경주 천북면에 있는 세광공업 땅을 쓰고, 설비는 다스가 빌려주는 조건이었다. ‘갑’의 요구를 거절하기 어려워 천북면으로 갔고, 원하는 대로 공장을 세팅했다. 다스에선 최소한의 인건비와 운영비만 받았다. 그때 내가 설비를 구입해서 쓰겠다고 했는데 다스가 거절하더라. 창윤이 만든 공장이 바로 에스엠이다.“
―에스엠 설립 과정을 말해달라.
”창윤이 천북면 공장을 만든 게 2014년 7월이다. 그리고 2014년 11월 다스에서 오더가 내려왔다. 추가 설비를 다스가 매입할 테니 천북면에 깔아달라는 것이다. 정학용 당시 다스 전무(현 부사장, 이시형 최측근으로 알려짐)가 ‘현대차에 납품하려면 품질보증서인 SQ가 필요한데 그걸 준비해보자’고 말했다. 내가 ‘SQ 인증에는 돈이 많이 들고, 사람도 필요하다’고 하니까 ‘일단 해보라’고 지시했다. 그렇게 2015년 3월까지 SQ에 투자했는데 갑자기 김진이 나타나 ‘내가 앞으로 공장에 많이 올 것’이라고 했다. 그땐 무슨 말인지 몰랐는데 2015년 4월 에스엠이 설립되자 다스 쪽에서 갑자기 ‘공장을 에스엠에 넘기라’고 말했다. ‘윗분’ 지시사항이고, ‘경영승계’ 할 거니까 양보하라고 했다. 공장 안 주려고 버텼는데 안 되더라. 나중에 일감 준다고 각서는 받았는데 휴짓조각이 됐다. 이시형은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에스엠에 회사를 뺏기고, 그 회사와 다시 도급계약을 맺었는데.
”2~3차 협력사 현실이 그렇다. 당장 먹고 살아야 하고, 일감 끊기면 데리고 있던 직원들 실업자 된다. 또 그렇게 버텨야 원청에서 아이템(일감) 받으니까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 또 당시 다스를 잘 아는 사람이 ‘에스엠이 앞으로 커질 것’이라며 ‘무조건 붙어 있으라’고 했다. 2015년 6월 에스엠과 도급계약을 맺었는데 얼마 못 가 김진이 ‘창윤 인건비가 과도하다’며 계약금을 깎았다. 같은 해 연말에는 ‘적자가 났다’는 이유로 에스엠이 부담하던 각종 운영비를 떠넘겼다. 나중에는 회사가 어려워져 직원 임금이 밀렸는데 김진이 회사 경영을 문제 삼으며 단가를 낮추라고 했다. 도저히 버틸 수 없어 계약을 해지했다. 이 얘기를 듣고 이동형 다스 부사장(이 전 대통령 조카)이 ‘이 등신아, 왜 뺐겼노. 버티지’라고 하더라.“
―에스엠이 어떻게 자산 규모만 40배에 달하는 회사(다온)를 인수할 수 있었나.
”내가 알기로 다스 협력사인 다온은 부채 규모만 500억 원으로 경영난을 겪었다. 다스에서 다온 아이템을 뺏었다는 말이 있다. 2015년 9월부터 김진이 혜암(현 다온)을 인수한다고 하더라. 다온 부채를 에스엠이 책임지지 않는 조건으로 250억 원을 썼다는 말이 있다. 그 돈이 어디서 났는지 나도 모른다. 에스엠이 요즘 혜암 설비를 빼서 천북면 공장에 넣은 걸로 안다. 다스 설비도 여럿 에스엠에 가 있다.“
―다스와 7년 가까이 일했는데 다스 실소유주는 누구라고 생각하나.
”이명박이다. 이상은 다스 회장은 ‘자금 관리인’이 아니다. 표면상 회장에 불과하다. 이 회장에게 실권이 없다는 여러 증언과 정황이 있다. 이시형이 해외 법인 대부분을 장악했고, 에스엠을 키워 또 다른 회사도 인수한다고 한다. 내가 인터뷰한 것을 알면 다스 쪽에서 나를 해칠까 염려된다. 그러나 진실을 꼭 밝혀야 된다고 생각해 용기를 냈다.“
[김진 에스엠 대표]
지난 7일 오후 4시 경주 천북면 에스엠 공장 앞에서 에쿠스 차량에 올라타던 김 대표와 만났다. 김 대표는 “한 대표가 자기 욕심을 부리다 그리 된 것”이라며 “나는 그런 일을 한 적이 없고, 언론에 보도된 내용은 대부분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요즘 뉴스를 보니까 사람들이 잘못 알고 말하는 게 많은데 여기 경주 사람들한테 물어보면 무엇이 잘못됐는지 알 것”이라고 했다.
인터뷰 요청에 대해 김 대표는 “오늘 저녁 약속이 있다”며 “나 본 것은 비밀로 해 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전 대통령(MB)은 다스와 아무 상관이 없고, 자꾸 사실을 왜곡해서 보도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