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관계자는 “2021년 보험사에 대한 새로운 지급여력제도가 도입되면 삼성생명은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 8.13%에 대해 최대 9조 원 가까운 준비금을 쌓아야 한다. 또 새 정부 들어 금산분리를 강화하는 법안이 속속 국회에 상정돼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 일부를 팔아야 할 상황도 다가오고 있다. 삼성전자 지분을 매입할 곳은 삼성물산이 유일하다. 현금이 절실할 수 있다”고 풀이했다.
2015년 삼성이 삼성종합화학을 한화에 헐값 매각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연합뉴스
실제 한화종합화학 지분은 삼성물산에 상당한 돈이 된다. 매각이 이뤄졌던 2015년 2656억 원이던 한화종합화학의 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EBITDA)은 지난해 5753억 원으로 121% 급증했다. 보통 석유화학회사의 총기업가치(EV)가 EBITDA의 6~8배라는 점을 고려하면 한화종합화학의 현재 가치는 약 3조 5000억~4조 6000억 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올해 실적이 더 개선될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삼성이 보유한 잔여지분 가치는 1조~1조 5000억 원에 달할 전망이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한화 입장에서는 1조 원이 넘는 현금을 당장 동원할 여력이 부족하다. 이 때문에 콜옵션을 포기하고 외부 투자자에 기회를 넘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향후 기업공개 등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하기가 쉬워 대형 사모펀드(PEF)들이 삼성 측 지분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2014년 삼성종합화학은 삼성석유화학을 흡수합병한다. 이때 삼성종합화학은 매수청구권을 행사한 주주들이 내놓은 합병법인 지분 158만 9540주를 735억 원에 사들인다. 주당 4만 6234원이다. 2014년 당시 삼성종합화학 주식 1주의 가치가 4만 6234원으로 평가됐던 셈이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의 삼성석유화학 지분 33%도 이때 삼성종합화학 주식 5.09%로 바뀐다.
2015년 3월 말 기준으로 작성된 삼성물산 분기보고서를 보면 삼성종합화학 지분가치를 주당 2만 1924원으로 평가했다. 채 1년도 안 돼 주식 가치가 절반 이하로 떨어진 셈이다. 2015년 4월 30일 삼성물산 등은 삼성종합화학 지분 3196만 847주를 주당 3만 2255원씩 총 1조 309억 원에 한화에 매각한다. 장부가 2만 1924원에 약 47%의 프리미엄을 얹은 가격이다. 언뜻 별 문제 없어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2015년 말 이름을 바꾼 한화종합화학은 한화테크윈이 보유 중이던 지분 1297만 973주를 주당 3만 4061원씩 4418억 원에 매입 후 소각한다. 보통 계열사간 거래에는 경영권 프리미엄이 붙지 않는다. 이때 거래한 가격은 말 그대로 회사의 가치만 반영한 것으로 보는 게 옳다.
익명의 회계전문가는 “삼성종합화학은 2013년까지 2053억 원의 순이익을 내다 2014년 235억 원의 적자를 낸다. 그리고 이 상황에서 한화로 매각이 이뤄졌다. 2015년 한화종합화학은 2388억 원의 순이익을 기록한다. 대부분 설비투자 비용을 2014년에 모두 반영, 주가가 가장 낮은 시기에 매각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삼성이 2015년 재무제표로 매각을 했다면 프리미엄 47%까지 주당 5만 111원씩 1조 6000억 원 이상을 받을 수 있었다. 이 사장도 당시 매각가 910억 원보다 많은 1400억 원 이상을 손에 쥘 수 있었다.
재계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 입장에서는 삼성종합화학을 비싸게 팔아도 직접 얻는 이득이 없다. 하지만 헐값에 매각하면 잠재적 경쟁자인 이부진 사장의 현금동원 능력을 제한시킬 수 있다. 헐값 매각 논란이 다시 일어난다고 해도 그 책임은 실제 매도 주체인 삼성 계열사와 그 책임자들이 져야 한다. 당시만 해도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 등기임원도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