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1일 국정감사 당시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LH로부터 제출받은 ‘여성안심주택 사업추진계획’이 논란에 불을 지폈다. 이 계획안에 따르면 LH는 서울 송파구 잠실동 197-6번지에 있는 국유지(산림청 소유 1082㎡)에 시범사업으로 여성안심주택(40호) 건설을 검토하고 있다.
LH 측은 “여성안심주택은 범죄에 노출되기 쉬운 여성가구의 안전과 생활패턴을 반영한 여성수요자가 안심할 수 있는 맞춤형 임대주택이다”며 “여성은 임금격차 때문에 주거비 부담이 가중될 경우 남성보다 주거빈곤계층으로 전락할 확률이 높다. 실질적 성평등 실현을 위해 임대주택 정책이 필요하다”고 추진 배경을 밝혔다.
LH가 여성안심주택 건설을 검토하고 있는 서울 송파구 잠실동 197-6 번지( 산림청 소유 국유지) 전경. 박정훈 기자
LH는 여성안심주택에 여성안심 무인택배함, 복도방범창, 창문 열림 감지벨, 복도 월담방지CCTV, 비상호출벨, 침입방지 방충망, 침입방지 배관커버 등을 설치할 방침이다. 입주자에 따라 공용세탁장과 빌트인 설비, 모자도서관도 도입할 계획이다.
안 의원은 “여성과 청년층 등 주거취약층을 위한 공적임대주택을 활성화해서 서민들의 주거안정을 지원해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LH 관계자도 “내부적으로 여성안심주택 건설을 검토 중이다. 잠실 지구가 사업 지역으로 최종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연내 사업승인 대상 지구는 맞다. 국토부와 합의해 시행 방향이 결정될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일부 남성들은 여성안심주택 사업승인 대상지역이 ‘잠실’이라는 점에 반발했다. 11일 남성 회원들이 대다수인 온라인 커뮤니티(MLBPARK)의 한 회원은 “정말 이따위 짓을 하라고 세금을 내는 줄 아나, 잠실이 접근성이 얼마나 좋은데 왜 여성들에게만 혜택을 주는지 모르겠다. 잠실에 40가구를 지어주고 여성들 반응이 괜찮으면, 계속 확대한다는데 어이가 없다”는 내용의 게시글을 올렸다.
일부 남성들은 이 글에 대해 격한 반응을 드러냈다. 다른 회원은 “왜 꼭 여성전용이어야 하는 걸까. 대한민국은 여자를 위한 나라인가. 남성 인권은 X밥 신세다. 이해를 못하겠다”는 댓글을 달았다. 또 다른 회원은 “신혼가구를 위한 주택이면 좋을 텐데, 왜 하필이면 여성 1인가구인가. 대학가도 아닌 직장인들이 거주하기 용이한 잠실. 이러다 여성전용 자동차와 여성전용 음식점도 나오겠다”고 비꼬았다.
실제로 서울 송파구 잠실동 197-6번지는 종합운동장역과 잠실새내역 사이에 있는 역세권 지역이다. 버스정류장이 반경 500m 내에 있는 곳으로 교통이 편리하다. 잠실동 인근의 한 공인중개사는 “여기는 다리만 건너면 강남이다. 교통이 좋고 먹자골목이 밀집한 지역이기 때문에 젊은 층들의 주거 수요가 높다”고 설명했다.
일부 남성들이 반대 입장을 취하고 있지만 여성들의 입장은 다르다. 여성 전용 온라인 커뮤니티(여성시대)의 한 회원은 “여자들이 언제 성폭행을 당할지 모르는 위험한 세상이다. 애초에 성범죄가 없었다면 안심주택은 만들지 않았다. 여성전용주택, 여성안심귀가서비스를 여성의 ‘혜택’으로 보는 남성들이 있다. 그러나 이들은 우리 사회가 여성에게 얼마나 위험한지 공감조차 못하는 XX가리다”라고 비판했다.
다른 여성시대 회원은 “남자들이 맥락 파악을 못 한다. 우리도 옥탑방 반지하에 살고 싶지만 그런 곳에 살면 범죄를 언제 당할지 모른다”고 밝혔다. 또 다른 회원도 “서울 주변에 집을 구하다보면, 안전하고 사람이 많은 곳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남성들보다 주거비 부담이 높다. 여성전용주택이 잠실에 생긴다고 역차별은 아니다”고 보탰다.
남성 회원이 대다수인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여성안심주택 비판 글이 올라오고 있다.
여성안심주택의 입주대상은 저소득층 1인 여성이다. 입주대상은 도시근로자 평균 소득의 70% 이하 여성 1인 가구(독신, 싱글맘, 사회초년생, 대학생 여성)가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안심주택은 국민행복주택 성격을 띠기 때문에 주변 시세의 60~80 수준의 임대료가 측정될 수 있다. LH 측은 “2017년 남성 임금 100% 대비 여성 임금이 78%로 임금 격차가 심화하고 있다. 빈곤의 여성화를 방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녀 갈등은 여성안심주택의 저렴한 ‘임대료’를 두고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수도권에 거주하는 A 씨(29)는 “남자도 돈이 없다. 왜 여자들은 사회적 약자로 취급받는 것을 자처하는지 모르겠다. 안심주택의 ‘안전’ 이전에 ‘생존’ 문제다. 한 달에 200만 원도 제대로 못 받는 남자들이 태반이다. 이들은 잠실에 집 하나 구하기도 힘들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B 씨(여·31)는 “여성안심주택은 임대주택이다. 남자들은 국가가 여성들을 위해 주택을 준다고 생각하지만 착각이다. 단지 빌려준다는 뜻이다. 임대주택에 신청을 한다고 해서 모든 여성이 들어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저소득층 여성을 위한 주택이다. 여자로 살아보지 않았다면, 임금 격차를 느끼지 못한다. 남성들이 과민 반응을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반박했다.
누리꾼들도 성별에 따라 제각기 다른 반응을 드러냈다. 대형 포털 사이트의 한 남성 회원은 “일용직 노동자로 뛰고 있다. 반 지하 원룸에서 월세 50만 원을 내면서 산다. 잠실에 발품을 팔아서 알아봐도 원룸은 월세 60만 원 이상이다. 여자가 특권층인가”라고 반문했다. 하지만 다른 여성 회원은 “남성들은 정말 XXX만도 못한 XX들이다. 그렇다면, 남자들이 남성전용주택 살고 월급도 적게 받고 고용차별을 당하고 승진도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잠실동 197-6번지 인근 주민들은 ‘여성안심주택’에 대해 엇갈린 반응을 드러냈다. 잠실에서 13년째 세탁소를 운영해온 50대 여성은 “적극 찬성이다. 여자들은 국가에서 정책적으로 보호해야 한다. 남성들은 취업도 잘 되고 급여가 올라가지만 여성은 전혀 아니다. 저소득층에게 혜택을 주려면 실수요자들이 밀접한 역세권에 지어야 한다. 외곽에 지으면 효과가 떨어진다. 애초에 소득이 적은데 경기도에 지어놓으면 출퇴근하느라 돈이 더 많이 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다른 40대 여성은 “비싼 땅인데 혜택을 왜 여성에게 주는지 모르겠다. 안심주택 말고 송파구 주민을 위한 시설을 지었으면 좋겠다. 여성안심주택을 짓는다고 불안감이 사라질까. 이곳은 매일 술을 먹고 깡통을 차는 아저씨들도 많다. 경찰 치안력 확보가 우선이다. 여성안심주택이 역할을 제대로 못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또 다른 40대 남성은 “우리 사회는 기본적으로 남성들이 할 수 있는 일이 훨씬 많고 대다수 여성들은 그런 기회조차 받지 못한다. 저소득층을 위한 임대주택이 꼭 필요하다. 안전문제도 마찬가지다. 덩치 큰 외국인이 가득한 슬럼가에 사는 왜소한 체격의 남성들도 불안감을 느낀다. 우리 사회 여성들이 늘 가지고 있는 불안감도 이와 비슷하다. 반드시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선재 기자 s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