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명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소송전에 휘말렸다. 연합뉴스 제공
BBQ와 bhc는 원래 한 식구였다. BBQ는 2004년 자금난에 시달리던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 bhc를 인수해 자회사로 편입했다. 그러다 BBQ가 해외 진출로 자금 상황이 악화되면서 2013년 7월 bhc를 미국계 사모펀드 로하튼에 매각했다. bhc는 매각 이후 빠른 성장세를 보이며 지난해에는 업계 2위였던 BBQ의 매출 실적을 뛰어넘었다. 자회사였던 곳이 분사 이후 모회사였던 곳을 추월할 만큼 폭발적으로 성장한 것이다.
두 회사의 잇단 다툼은 여기서 비롯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모자회사 관계에서 경쟁사 관계로 바뀌면서 ‘원-윈’은 사라지고 서로 흠집내기에 치중한다는 것이다. BBQ 입장에서는 매각한 자회사의 폭발적 성장세를 기분 좋게 바라볼 리 만무한 한편, bhc 입장에서는 당초 계약을 파기하는 것이 용납하기 힘든 일이다.
매각 당시 BBQ는 bhc와 함께 경기도 광주의 물류센터도 매각했다. BBQ는 당시 bhc를 1200억 원가량에 매각하면서 매각 조건을 맞추기 위해 물류용역과 식재료를 10년간 공급받는 계약을 체결했다. 매각 내용에는 10년 후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으면 5년을 추가로 연장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하지만 지난 4월 10일 BBQ는 지난 4년간 유지해온 물류용역 및 식재료 계약 공급을 해지했다. BBQ 관계자는 “처음에는 쉽게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경쟁업체가 함께하다보니 영업 기밀 유출의 문제가 발생해 물류계약을 해지했다”며 “요청에 따라 재빨리 물류가 해소되지 않다보니 가맹점들의 불만도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BBQ는 현재 동원물류와 계약하고 물류 서비스를 제공받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 식구였던 BBQ와 bhc의 갈등은 엄청난 소송액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번 사건의 원고소가(소송액)는 본래 136억 원이었으나 bhc는 지난 10월 26일과 지난 8일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신청서’를 제출, 원고소가를 2397억 원으로 대폭 상향했다. BBQ의 연간 물류 관련 비용이 100억 원 정도라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한 금액인 것이다. BBQ 관계자는 “중도에 계약을 해지한 건 사실이기에 위약금 자체를 무조건 못 내겠다는 게 아니라 납득할 수 있는 수준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라면서 “2300억 원이 넘는 금액은 미래성장성까지 자의적으로 책정한 터무니없는 금액으로, 대략 계산하더라도 30억 원 정도가 상식적”이라고 말했다.
BBQ와 bhc의 갈등은 분사 이후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2015년 로하튼은 BBQ가 bhc를 매각하는 과정에서 회사 가치를 부풀려 피해를 입었다며 국제중재법원에 중재를 신청했다. 그 결과 지난 2월 국제중재법원은 BBQ가 bhc에 총 98억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BBQ도 bhc가 배송차량에 붙어 있던 광고판을 임의로 교체했다며 소송을 제기했지만 1심에서 문제가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현재 BBQ는 해당 건에 대해 재심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BBQ가 물류센터 매각을 너무 간단히 생각한 측면이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 한 관계자는 “식품 프랜차이즈 사업은 거의 매일 식자재를 전국 가맹점으로 납품해야 하고 원재료가 워낙 많이 필요해 물류센터가 있고 없고의 차이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혜리 기자 ssssch333@ilyo.co.kr
bhc-네네치킨 소송전은? 치즈 치킨이 뭐길래… bhc는 네네치킨과도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지난 7일 네네치킨은 서울중앙지방법원에 bhc의 ‘뿌링클 치킨’이 자사의 ‘스노윙 치킨’의 특허권을 침해했다며 특허권 침해금지 청구소장을 제출했다. 네네치킨이 조사업체를 통해 뿌링클 치킨의 성분을 조사해본 결과 18개 원료 중 16가지가 야채맛 스노윙 시즈닝과 성분이 같고, 2가지 성분도 치즈맛 스노윙 시즈닝과 같다는 것이다. 네네치킨이 2009년 7월에 출시한 스노윙 치킨은 치즈맛 치킨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네네치킨은 올해 1월 ‘스노윙 치즈치킨 조리방법’에 대한 특허를 획득하기도 했다. 네네치킨 관계자는 “스노윙 치킨이 기존의 치킨과 다른 차별점은 치즈파우더가 포함된 분말양념이 혼합되는 것”이라며 “자사가 bhc에 비해 먼저 치즈맛 치킨을 냈음은 명백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bhc는 네네치킨의 주장에 대해 전면 부인한다. bhc 지난 7일 해명자료를 통해 “2014년 11월 출시 된 bhc의 뿌링클 치킨은 제조 방법뿐 아니라 제품의 콘셉트가 전혀 다르다”며 “일방적이고 전혀 근거가 없는 이번 소송에 대해서는 합리적이면서도 강력한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반박했다. 업계에서는 네네치킨의 이번 문제제기에 대해 감정적인 원인이 크다고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 다른 관계자는 “사실 우리나라에서 음식 관련 특허권 소송이 이길 가능성은 거의 없고 네네치킨도 이를 모르지 않을 것”이라며 “그동안 bhc에서 언론을 통해 뿌링클이 치즈맛 치킨의 시초인 것처럼 말했다는 점 때문에 네네치킨에서 감정이 상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