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EU 의장국직을 맡고 있는 체코가 EU 회원국을 비롯한 주변 국가들과 미국 등 서방 국가들로부터 맹렬한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바로 성범죄자에 대한 가혹한 처벌 때문이다. 체코에서는 아직도 남성 성범죄자에 대해 궁형(생식기를 제거하는 형벌)을 시행하고 있는데 유럽에서 궁형이 남아있는 나라는 체코가 유일하다.
유럽의 정부간 협력기구인 유럽회의에 소속된 ‘학대방지 위원회’ 등 인권단체들은 이 처벌법에 대해 ‘인권 침해적이고 회복 불가능하다’며 ‘인간의 존엄성을 무시한 처사’라고 비난하고 있다.
이 같은 주변 국가들의 공격에 대해 체코정부의 반응은 무덤덤하다. 현행법에 따른 합법적 행위라는 것이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에 따르면 2000년부터 현재까지 체코에서 궁형을 시술받은 성범죄자는 모두 94명에 이르며 300여 명은 여성호르몬을 투여하는 ‘화학적 거세’에 처해진 것으로 보고되었다.
또 체코 정부는 시술이 당사자와의 동의하에 자발적으로 이뤄진다고 항변하고 있다. 그러나 유럽회의는 조사 결과 동의 절차가 종신형을 면하는 조건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사실상 강제되는 것과 마찬가지며 초범이나 노출증 등 폭력성이 낮은 변태성욕자 등에도 같은 처벌이 시행되고 있어 문제가 크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체코식 성범죄 처벌을 옹호하는 이들도 있다. 이탈리아의 한 여당 정치인은 최근 로마에서 벌어진 10대 소녀 강간 사건 등 자국에서 성범죄가 잇따르자 재발률이 높은 성범죄 해결을 위해 궁형을 실시할 것을 제안하고 나섰다.
그렇다면 이처럼 외과적 또는 화학적 거세가 과연 성범죄 재발방지에 효과가 있는 것일까.
한 가지 예로 1989년 독일에서 거세 시술을 받은 남성 109명에 대해 설문 조사를 한 결과 시술 후 성적 충동과 발기 등 성적 자극이 74%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러한 설문결과는 상당히 주관적이고 상황에 따라 유동적이라 100% 신뢰하기는 어렵다고 평가하고 있다. 여러 심리 연구에 따르면 성범죄자의 상당수가 성격이상자들이며 이들의 성적인 관심은 정신적인 문제라 수술로는 해결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체코처럼 극단적인 방법은 아니지만 전세계가 성범죄 근절을 위해 강력한 처벌과 관리를 시행하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미국에서는 성범죄자들을 등급에 따라 일정기간 각종 공공단체의 웹사이트에 얼굴과 이름, 거주지 등 신상을 공개하고 있다. 아동성폭력범이나 상습범의 경우 평생 ‘등록’이라는 낙인을 쓴 채 살게 된다.
특히 조지아주에서는 일명 ‘1000피트법’이라고 해서 성범죄자가 아동들이 모이는 학교, 교회, 공원, 놀이터 등에 1000피트(약 305m) 이상 접근하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있으며 텍사스주에서는 아동 성범죄자의 경우 집 앞에 ‘성범죄자가 살고 있다’는 푯말을 세우기도 한다.
중국은 성범죄에 대해 매우 엄중한 편이나 모두 사형을 받는 것은 아니다. 단순 강간범은 3~10년의 징역을 살고 집단 성폭력범이나 상습범, 아동성폭력범의 경우에는 사형에 처한다. 공식적인 형벌과는 별도로 성범죄자 등 일부 범죄자들은 거리에서 간강범이나 도둑놈이라고 쓴 푯말을 듣고 서있게 하는 일종의 ‘인민재판’ 사례도 있다.
얼마 전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성폭력 가해자뿐 아니라 피해자까지 처벌 대상이 된 다소 어이없어 보이는 사례도 있었다. 한 성폭력 사건 재판에서 피해자인 젊은 여성은 잘 모르는 남성의 차에 탔다는 이유만으로 6개월의 징역형과 태형(곤장) 20대에 처해지기도 했다. 당시 가해자들은 2년에서 7년의 징역형을 받았다.
이예준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