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7년 사고 당시 당직사령 명령 없이 현장 달려가 구호활동 펼쳐
- 익산시 “평생 생명존중 사람중심의 가치로 살아온 삶에 존경”
- 윤 시장 “지난 삶 일깨워 줘 감사…연대 통해 아픔 치유 했으면”
윤장현 광주시장(사진 왼쪽)이 11일 오후 전북 익산역에서 열린 ‘이리역 폭발 40주년 추모행사’에 참석해 정헌율 익산시장으로부터 명예 익산시민증을 받은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윤장현 시장은 1977년 당시 육군 군의관으로 복무 중 이리역 폭발사고를 접하고 초동 대처해 많은 생명을 살리고 약 3개월간 사고 현장에서 환자들을 치료했다.<광주시 제공> ilyo66@ilyo.co.kr
[광주=일요신문] 박은선 기자 = 윤장현 광주시장이 명예 익산시민이 됐다.
윤 시장은 11일 오후 익산역에서 열린 ‘이리역 폭발 40주년 추모행사’에 참석, 정헌율 익산시장으로부터 명예 익산시민증을 받았다.
익산시는 “1977년 11월11일 이리역 폭발사고 당시 군의관으로서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는 초동대처로 많은 생명을 살렸다”면서 “평생을 생명존중 사람중심의 가치를 안고 살아온 윤 시장의 삶에 존경을 표한다”고 명예 시민증 수여 이유를 밝혔다.
이날 정헌율 익산시장은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깊은 슬픔 속에서도 우리가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것은 따뜻한 손길을 내밀었던 많은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며 “누구보다 먼저 현장으로 달려와 환자를 돌봐준 윤장현 시장님께 31만 익산시민의 마음으로 감사드리며 생명존중의 가치를 안고 새로운 40년을 함께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이에 윤 시장은 “누구나 그 상황, 그 위치에 있었다면 당연히 해야 할 일이었다”며 “육군 대위 윤장현을 기억해 주시고, 이로 인해 저의 지난 삶을 다시 깨워주신 익산시민들께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 “우리가 사건을 추모하고 기억하는 것은 연대를 통해 아픔을 치유하고 새로운 희망을 찾기 위함이다”면서 “이번 일을 계기로 익산과 광주가 미래의 동반자로 함께 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앞서 익산 민예총은 다큐멘터리 ‘이리 화약연화’ 제작자료 수집 차원에서 윤 시장과 인터뷰를 갖고 이리역 폭발사고 상황, 의료지원 활동 현황 등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인터뷰에서 윤 시장은 “당시 광주 국군통합병원 군의관으로 복무하고 있던 중 TV 뉴스를 통해 사고 소식을 전해 듣고 즉시 위생병과 간호부사관 20여 명을 모아 현장으로 달려갔다”고 회고했다.
윤 시장은 “당장 출동해야 하는데 병원장과 연락이 안되고 당직사령은 명령 없이는 출동할 수 없다는 ‘원칙’을 내세웠지만 사람부터 살리고 보자는 생각에 이리역 근처까지 가서 인근 남성고등학교 강당에 의료장비를 펼치고 구호활동에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명령 불복종에 따른 ‘징계감’이라며 우려의 시선을 보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생명이 먼저라는 평소의 철학대로 부상자를 치료하며 뜬눈으로 날을 샜다”고 덧붙였다.
윤 시장은 “다행히 다음날 현장을 찾은 군 고위 간부들이 ‘가까운 곳도 아닌 광주에서 빨리 출동해 초동대처가 잘됐다’며 격려해줘 덕분에 공식적으로 의료텐트가 차려지고 3개월에 걸쳐 부상자 치료에 전념할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익산 민예총은 이런 내용이 담긴 다큐멘터리를 40주년 추모행사에서 상영했다.
신귀백 익산 민예총 회장은 “다큐멘터리는 1977년 이리역 폭발사고의 안타까운 역사를 기억하고 치유의 과정을 통해 익산의 새로운 미래를 맞고자 제작하게 됐다”며 “민첩한 판단력으로 ‘선 조치’를 강행, 많은 생명을 구한 윤장현 시장께 감사의 뜻을 전하기 위해 추모행사추진위원회에서 명예시민으로 선정할 것을 제안했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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