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가 현 이마리 시의 어느 저택. 피해자는 청소회사를 운영하던 A 씨(83)로 무슨 생각인지 지난 40년 동안 모은 현금을 집 마당에 묻어두었다고 한다. 은행 금리는 너무 낮고 집에 두면 화재로 타버릴 수도 있어서 노후를 위해 땅에 묻었다는 것. 일정 금액이 모이면 그 돈을 통에 넣어 구멍을 파고 묻어두기를 반복해왔다는 A 씨가 마지막으로 돈을 묻은 것은 2007년 10월이었다.
이후 매일 마당에 나가 이상이 없는지 확인을 해왔다. 그러던 지난해 10월 10일 아침 A 씨는 뒤로 나자빠지고 말았다. 마당이 파헤쳐지고 그토록 소중히 모아놓은 돈이 몽땅 사라진 게 아닌가. 경찰의 조사가 시작됐지만 A 씨는 결국 돈을 찾지 못한 채 지난해 12월 세상을 떠났다.
땅에 묻어둔 현금은 모두 1만 엔짜리 지폐였으며, 무게는 36㎏에 달했다. 경찰은 범인이 마당을 파헤치기 위해 도구를 사용했을 것으로 보고 있으며 두 명 이상의 범행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지만 범인의 윤곽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분명한 점은 누군가 A 씨가 마당에 돈을 묻어둔 것을 알고 있더라도 정확한 장소를 모른다면 돈을 훔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즉 범인은 A 씨의 ‘비밀 장소’를 아는 사람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이 때문에 근처 주민들과 회사 직원들부터 세금 관계자에 이르기까지 많은 사람들이 조사 대상에 올랐다. 그러나 경찰은 이들에게서 아무런 혐의점도 찾지 못했다.
수사가 진전을 보이지 않자 일부에서는 사건 자체를 의심하는 목소리도 일고 있다. A 씨의 이웃들은 “그는 평범한 차를 몰고 다녔고, 술이나 도박도 하지 않을 정도로 검소했다. 사건이 발표된 후 도난 사실보다 그가 그런 거금을 갖고 있었다는 사실 자체에 더 놀라웠다” “마당에 있던 굴삭기를 이용해 현금을 묻었다고 하는데 그가 마당을 파는 것을 본 적이 없다”며 의아해하고 있다. 또한 평소에 그렇게나 돈을 끔찍하게 생각하던 A 씨가 방범 카메라나 조명도 없이 거의 무방비 상태로 돈을 묻어 두었다는 것도 미심쩍은 대목. 즉 A 씨의 이웃들은 아무도 돈을 묻은 사실을 몰랐다는 얘기. 경찰도 도난 사실을 확인하느라 사건 발생 3개월여가 지난 1월 말에야 전모를 공개했다.
한편, 사건과 더불어 A 씨의 독특한 이력과 캐릭터도 언론에 소개돼 화제가 되고 있다. <주간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A 씨는 집도 현금으로 사고 보험도 들지 않을 정도로 철저하게 현금만을 맹신하는 사람이었다. 돈에 대한 집착으로 인해 그는 사람들과 점점 멀어졌다. 생전에 친척들과 왕래가 없었으며 그 때문인지 그의 장례식장에는 거의 조문객이 없어 썰렁했다.
A 씨가 운영하는 사업체의 직원들은 사건이 공개된 후 허탈감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박봉으로 연명하는 직원들로선 회사가 어려워서 월급을 깎을 수밖에 없다는 말을 밥먹듯이 했던 그가 집 마당에 그런 거액을 숨겨뒀다는 게 믿어지지 않았다고 한다.
A 씨는 가정에서도 문제를 일으켰다고 한다. 두 딸을 차별대우해 불협화음을 만들어냈던 것. A 씨의 이웃은 “자신에게 순종하는 작은딸만 편애하고 회사도 작은딸에게 넘겨줬다. 작은딸의 아들을 자신의 양자로 들여 교육비로 매달 수십만 엔을 쓰고 비싼 사립 의대에도 보냈다”고 한다.
13년 전에 사망한 큰딸에게도 자녀가 있었다. 작은딸의 아이를 자신의 분신처럼 편애한 반면 큰딸의 아이에 대해서는 주위에 언급조차 한 적이 없다고 한다.
생전 A 씨는 작은딸의 아들에게 병원을 세워주고 싶다고 지인에게 말했다고 한다. 만일 이 돈을 찾을 경우 법률적으로 A 씨의 재산은 아내가 반을 갖고 나머지는 작은딸과 대리상속인인 큰딸의 자녀, 그리고 양자로 들인 작은딸의 아들이 나눠 갖게 된다.
박영경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