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7 정상회담에서 만취 소동을 벌인 나카가와. | ||
일본 언론에 따르면 전부터 술꾼으로 소문난 나카가와 전 재무상의 평소 행실을 볼 때 이번 소동은 예견된 일이었다고 한다. 더구나 만취 회견에 이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난 황당한 사건들은 마치 한 편의 코미디와 같다.
이번 G7 정상회담에 동행한 멤버 중 한 사람인 다마키 린타로 국제국장은 ‘재무성의 소믈리에’로 불릴 정도로 유명한 와인 애호가이며 나카가와 전 재무상과는 술친구로 알려져 있다. 평소에도 한 달에 한 번은 함께 술자리를 가질 정도로 절친한 사이다. 만취상태로 기자회견장에 나타나기 직전 40분 동안 나카가와 전 재무상과 함께 있었던 유일한 사람이 다름 아닌 다마키 국제국장이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언론이 ‘감기약 이야기’를 의심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게다가 회견을 마친 나카가와 전 재무성이 ‘감기약에 취해’ 해롱거리는 발걸음으로 향한 곳은 호텔방이 아니라 바티칸의 관광지였다. 감기약 때문에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사람이 관광을 나가다니 이 또한 상식적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역시 술에 취해 판단력이 흐려진 상태가 아니었을까. 나중에 밝혀진 일이지만 나카가와 전 재무상은 바티칸의 한 박물관에서 미술품을 보호하기 위한 철책을 넘는 바람에 경보가 울렸는가 하면 미술품을 맨손으로 만지는 등 상식 이하의 행동을 보였다.
부창부수라고나 할까. 망신살은 나카가와 전 재무상의 부인에게까지 뻗쳤다. 이탈리아에서 귀국한 2월 16일 밤 나카가와 전 재무상이 집 앞에서 보도진들의 질문 공세를 받고 있었다. 이때 갑자기 나카가와 전 재무상의 부인이 나와 무슨 영문인지 남편을 향해 “힘내라, 괜찮아, 나카가와 일본 최고!”라고 소리쳤다. 그리고 이 모습은 그대로 TV에 방영됐다. 방송이 나간 후 인터넷에서 “뭐가 일본 최고라는 거냐”라는 비난이 빗발치면서 나카가와 전 재무성 부부는 졸지에 ‘무개념 부부’가 됐다.
만취 소동이 겨우 잠잠해지던 2월 말. 이번엔 호화판 외유 논란이 불거졌다. 중의원 예산위원회는 나카가와 전 재무상이 로마에 갈 때 4100만 엔(약 6억 4000만 원)을 들여 민간항공 전세기를 이용했다고 발표했다. 전세기는 정원이 여덟 명으로 나카가와 전 재무상을 비롯하여 경호원과 정무비서관, 재무성 직원 세 명 총 여섯 명이 탑승했다고 한다. 당시 일반 항공편을 이용한 재무성 직원 20명의 비행기와 호텔 숙박에 든 비용이 모두 1300만 엔(약 2억 원)이었다.
본래 나카가와 전 재무상은 소싯적부터 알아주는 술꾼이었다고 한다. 처음 출마한 선거 때는 술김에 자신에게 부정적인 말을 하는 기자에게 달려든 적도 있었다. 고이즈미 내각에서 경제산업상을 역임하던 시절에도 술 냄새를 풍기며 기자회견장에 나타난 적이 있는데 이때도 어김없이 “술을 마신 것이 아니라 감기약 때문”이라고 변명을 했었다.
이번 만취 회견을 두고 미국의 <타임>은 “나카가와가 사임을 하건 안 하건 일본의 경제와는 아무런 상관없다. 단 한 가지 상관이 있다면 아소 총리의 관에 또 하나의 대못이 박혔다는 것 정도다. 이 얼마나 부적격하고 무능한 각료들인가”라며 신랄하게 비판을 했다.
박영경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