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2주도 채 못 가 이런 기쁨은 비난으로 바뀌었다. 그녀가 이미 6남매의 엄마라는 점, 자연 임신이 아닌 체외 수정이었다는 점, 아이에 대한 지나친 집착에서 빚어진 이기적인 출산이었다는 점, 더 나아가 정부 보조금으로 생활하는 무능력자라는 점까지 알려지면서 ‘8쌍둥이의 기적’은 빛이 바래고 말았다. 이제 무려 14남매의 싱글맘이 된 그녀는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일을 저지른 걸까.
▲ 8쌍둥이 출산 직전의 슐먼. 사진=TMZ캡처 | ||
어려서부터 외동딸로 자란 탓에 늘 외로움과 싸워야 했던 그녀는 입버릇처럼 “꼭 아이를 많이 낳아서 대가족을 이루겠다”고 말해왔다. 하지만 그녀의 이런 소망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스무 살이던 1995년 처음 유산을 경험한 그녀는 이듬해 멕시코 출신의 이주민인 마르코스 구티레즈와 결혼식을 올렸다. 하지만 다시 두 차례에 걸쳐 유산을 한 그녀는 결국 2000년부터는 남편과 별거에 들어갔다. 슐먼의 어머니의 말에 따르면 “딸이 구티레즈와 결혼한 이유는 잘생긴 외모 때문이었다. 예쁜 아기를 낳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렇게 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인공수정, 약물치료 등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해도 결국 정상적인 방법으로 임신을 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안 그녀는 다른 방법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바로 시험관 아기였다.
당시 정신과 병동에서 환자 상담원으로 근무하고 있던 그녀는 친구이자 동료인 데이비드 솔로몬에게 정자를 기증해줄 것을 부탁했다. 그렇게 해서 지난 2000년 마침내 체외 수정에 성공했고 이듬해 첫째 아들인 ‘엘리자’가 태어났다. 하지만 아이를 낳은 후에도 아이가 납치되면 어쩌나, 다치면 어쩌나 집착했던 그녀는 결국 불안한 마음에 아이를 더 낳기로 결심했다.
그렇게 해서 2001년부터 2006년까지 7년 동안 모두 다섯 차례 체외 수정으로 임신을 했고, 쌍둥이를 포함해서 모두 여섯 명의 자녀를 얻게 됐다. 현재 첫째가 일곱 살, 막내인 쌍둥이들은 두 살이다. AP가 입수한 출생 증명서에 따르면 첫째부터 넷째까지의 아버지는 솔로몬인 것으로 확인됐으나 막내인 두 쌍둥이들의 아버지는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슐먼 본인은 “14남매의 아이 아빠는 모두 동일 인물이다”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일부에서는 8쌍둥이의 정자와 두 쌍둥이의 정자가 동일 인물이 아닐까 추측하고 있다. 최근에는 전 남친이었던 데니스 보도앵이라는 남성이 자신이 8쌍둥이 정자를 기증했다고 주장하고 나섰지만 아직 확인된 바는 없다.
여섯을 낳고도 그녀의 욕망은 멈추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딸 하나를 더 낳고 싶다”는 소망을 품고 그녀는 다시 병원을 찾았다. 아직 냉동 배아가 여섯 개 남아 있는 상태였고, 그녀는 자신의 나이나 건강 상태를 고려해볼 때 최대 세 개까지가 적절한 데도 불구하고 여섯 개 모두를 착상시켜줄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착상 후 배아 하나가 분열해서 쌍둥이가 됐고, 출산 직전까지 일곱 쌍둥이인 줄 알았지만 어떻게 된 일인지 모두 여덟 명이 태어났다. 이렇게 30주 만에 제왕절개로 여덟 명의 아이를 무사히 출산한 그녀는 결국 자신이 그토록 원하던 ‘대가족’을 이루게 되었다.
▲ 슐먼이 출산 후 방송에 처음 출연한 NBC 쇼 프로그램 | ||
알려진 바에 따르면 출산 전 캘리포니아 주립대학에서 아동 상담 관련 석사 과정을 준비하던 그녀는 정부로부터 받는 양육 지원금으로 생활하고 있는 ‘무직자’였다. 게다가 5만 달러(약 7700만 원)의 학자금 대출 빚까지 있는 상태였다.
은퇴한 부모와 함께 방 세 칸짜리 집에서 살고 있었지만 부모도 이미 파산한 상태였으며, 실제 슐먼 가족이 벌어들이는 수입은 전무했다. 살고 있는 집도 10개월 넘게 대출금을 갚지 못하고 있어 5월이면 경매에 넘어갈 위기에 처해 있었다.
현재 슐먼 가족의 수입원이라곤 저소득층 가정에 지급되는 월 490달러(약 70만 원) 상당의 ‘푸드 스탬프(식료품 구입 쿠폰)’와 여섯 자녀 중 자폐증, 주의력결핍장애, 언어발달장애 등 장애 판정을 받은 세 자녀의 보조금으로 지급되는 월 2379달러(약 300만 원)를 포함, 총 2869달러(약 440만 원)가 전부였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앞으로다. 14남매를 키우려면 적지 않은 양육비가 들 게 뻔하기 때문이다. ‘무책임한 엄마가 아이들을 이용해 보조금을 받아 생활하려는 속셈’이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슐먼은 “나는 결코 무책임한 엄마가 아니다”라고 항변하면서 “졸업한 후 일자리를 얻을 것이다. 절대로 남에게 손을 벌리지 않을 것이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과연 그럴 수 있을까. 미 농무부의 조사에 따르면 미 서부에 거주하는 중산층 가정의 경우 한 살 미만의 유아를 키우는 데 드는 비용은 연 9171달러(약 1400만 원)다. 8쌍둥이라면 모두 7만 3368달러(약 1억 1000만 원)라는 계산이 나온다. 물론 아이가 자랄수록 돈은 더 든다. 17세가 되면 최소 아이 한 명당 연 1만 133달러(약 1500만 원)가 지출되고 여덟 명이면 총 8만 1064달러(약 1억 2500만 원)가 필요하게 된다. 태어나서 고등학교 때까지 드는 비용으로 계산하면 한 명당 17만 1926달러(약 2억 6000만 원), 8쌍둥이면 137만 5408달러(약 21억 원)라는 어마어마한 계산이 나오게 된다.
한 양육비 관련 웹사이트가 계산한 바에 따르면 2027년 18세가 된 8쌍둥이가 동시에 공립대학에 진학했다고 가정했을 경우 4년 동안 들어가는 학비는 1인당 8만 7200달러(약 1억 3000만 원), 총 70만 달러(약 10억 원)가량이다. 공립학교에 갔을 때 이야기지 한 명이라도 사립대에 진학하면 학비는 천문학적으로 늘어나게 된다.
하지만 만일 그녀가 정부 보조금을 염두에 두고 일을 저지른 것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현재 미국의 사회보장정책에 따르면 슐먼의 조건(싱글맘에 고정 수입이 없고 대가족인 경우)이라면 매달 수천 달러의 보조금을 지원받을 수 있다. 가령 아이 한 명당 육체적 정신적 상태에 따라 최대 793달러(약 120만 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는 것이다. 또한 각종 사회단체나 기부자들로부터 기저귀나 분유값을 무상으로 지원받게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에 사실 그녀가 걱정할 문제는 없어 보인다.
주위의 따가운 눈총 때문인지 그녀는 최근 자서전 출간이나 TV 쇼 출연 등 나름대로 돈벌이 방법을 궁리하겠다고 말했다가 되레 혼쭐이 나기도 했다. 아이들을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비난이 쏟아진 것이다. 또한 얼마 전에는 유명 포르노 제작사인 ‘비비드 엔터테인먼트’가 100만 달러(약 15억 원)에 포르노 영화 출연을 제의해 오기도 했다. 일단은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서 거절했지만 급한 마음에 언젠가는 응하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김미영 해외정보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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