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치로의 팀 장악력이 지나치게 커지자 팀워크를 저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연합뉴스 | ||
이치로는 WBC 대표팀 구성 단계부터 압도적인 영향력을 행사했다. 일본 시리즈가 끝난 후 이치로가 마음에 드는 선수의 이름을 들자 그 선수들이 그대로 1차 후보가 됐을 정도니 그의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WBC 감독을 누가 맡을 것인지 의견이 분분했을 때에도 이치로는 “WBC는 베이징 올림픽의 설욕의 장이 아니다”라고 발언하면서 WBC 감독 자리를 노리고 있던 호시노 감독을 물러나게 만들었다. 감독 결정에도 영향을 줄 정도니 코치진 인선은 말할 것도 없다. 야마다 히사시 투수 코치는 이치로가 오릭스 시절부터 존경하던 사람이고, 요미우리 자이언츠에서 좌천 대상이던 시노즈카 가즈노리가 타격 코치가 된 것도 그의 현역 시절 타격 폼에 이치로가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치로는 훈련장인 미야자키 캠프에서 기자들에게 “연습 시간이 너무 길어 피곤하다” “시간 배분을 바꿔야 한다”며 연습 메뉴에 대한 불만과 연습 시간 단축을 주장하곤 했다. 이는 어떻게 보면 대표팀 수뇌진에 대한 비판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는 발언이었지만 감히(?) 이치로에게 한마디할 배짱을 지닌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쯤되면 이치로에게는 선수들이 지켜야 할 상식이나 룰은 더 이상 의미가 없는 셈이다.
지난 2월 중순 타격 연습 때의 일이다. 이치로가 헬멧도 쓰지 않고 배터 박스에 들어왔다. 그러자 실수로 이치로를 맞히게 될까봐 잔뜩 얼어버린 투수가 너무 긴장한 나머지 스트라이크를 하나도 던지지 못하는 웃지 못 할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만일의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배터 박스에서 헬멧을 쓰는 것은 상식이지만 이치로에게 주의를 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베이징 올림픽 참패 이후 일본 야구팀의 주된 패인으로 특권 의식에 젖은 안이함이 지적됐지만 이것도 역시 이치로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모양이다. 다른 선수들과는 달리 이치로는 선수 숙소가 아닌 호텔에서 따로 지내고 있으며, 심지어 매일 밤 호텔을 빠져나가서는 다음 날 아침 집합 시간에 맞춰서야 돌아온다고 한다. 이런 행동에 대해서 이치로는 “혼자 집중할 시간이 필요하다”며 궁색한 변명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이치로의 독단적인 행동이 자칫 팀워크를 저해할 수 있음에도 팀 관계자들은 보고도 못 본 척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미 팀 내에 이치로의 폭주를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는 하라 감독도 마찬가지다. 라디오에 출연한 하라 감독은 “이치로와 핫라인으로 연결되어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그러나 정작 이치로는 하라 감독을 감독으로 인정하지 않고, 그의 지시도 따르지 않고 있다고 한다.
다음 WBC가 열리는 해는 3년 후인 2013년. 현재 35세인 이치로에게 있어 이번이 마지막 WBC 출전이 될 수도 있다. 그런 만큼 자신의 모든 열정을 쏟아 붓고 싶은 심정은 이해가 간다. 그러나 팀플레이가 생명인 야구에서 이치로 한 사람의 오만함과 지나친 자신감이 팀 전체에 악영향을 주지는 않을지 일본 언론들은 걱정하고 있다.
박영경 해외정보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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