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형표-홍완선 항소심서 2년 6개월 선고, ‘삼성합병’ 찬성 압력 혐의
[일요신문]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장관과 홍완선 전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이 항소심에서도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 받았다. 이들은 사실상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그룹 승계구도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삼성 측이 유리하도록 국민연금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서울고법 형사10부(재판장 이재영)는 14일 오전 10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문 전 장관과 홍 전 본부장에게 각각 1심과 같은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두 사람에 대해 “특정 기업의 합병을 성사시키려는 목적으로 국민연금공단의 의결권행사에 위법·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무력화시키고 국민연금에 손해를 초래했다”며 “국민연금공단의 전문적, 자율적 관리 운영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실추시켜 연금제도의 근간을 흔든 점을 참작하면 엄정하게 처벌할 수 밖에 없다”고 양형 사유를 밝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 3월 30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지검에서 대기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특히, 재판부는 박근혜 전 대통령으로부터 합병성사 지시를 받은 적이 없다고 말한 문 전 장관이 적어도 의결권 행사에 대한 내용을 인지하고는 있었던 것으로 보여진다고 판단했다.
이어 재판부는 “이재용 등 삼성 대주주에게는 재산상 이익을, 국민연금공단에는 손해를 가하게 해 그 죄질이 좋지 않다”고 강조했다.
한편, 문 전 장관은 2015년 박 전 대통령의 지시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국민연금이 찬성표를 던지도록 부당한 압력을 행사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홍 전 본부장은 국민연금 투자위원회 위원들에게 합병에 찬성하라고 지시해 국민연금에 1388억 원의 손실을 끼친 혐의로 기소됐다.
서동철 기자 ilyo1003@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