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날 시험장에서의 흡연, 과연 가능할까요?
수능을 나흘 앞둔 지난 12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수능 쉬는 시간에 담배를 피울 수 있느냐”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습니다. 1교시부터 5교시로 진행되는 수능 시간표 사이 20분씩 배정된 휴식시간 동안 교내에서 담배를 피워도 되냐는 내용의 질문이었습니다.
여기에 한 네티즌은 “(담배를) 피울 수 있다”라고 자신 있게 답변했습니다. 이 글 외에도 “수능 장에서 흡연할 수 있다” “(담배를 피울 때) 감독관이 지나가면서 발견해도 제재를 하지 않는다”는 댓글부터 “(내가) 운동장에서 담배를 피운 기억도 있다”는 경험담까지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수능날 담배를 피워도 되냐’는 내용의 온라인 커뮤니티의 게시글
수능 날 시험장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이 정말 가능한 걸까요? 기자가 확인해본 결과, 규칙상 ‘불가’입니다. 수능 날 시험장에서 담배를 피워선 안 됩니다.
‘수학능력평가’라는 특정 일자와 무관하게 학교라는 특정 공간은 담배를 피울 수 없는 곳입니다. ‘국민건강증진법’은 이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는데요, 제9조(금연을 위한 조치) 4조 7, ‘고등교육법’에 따라 교사(校舍) 전체는 금연구역입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하 ‘교과평’)의 ‘수험생 지침서’ 또는 ‘수험장 관리 매뉴얼’에는 흡연에 관한 항목은 찾아볼 수 없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흡연이 가능하다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교과평 관계자에 따르면, 학교라는 구역은 애당초 흡연을 해선 안 될 공간입니다. 너무 당연한 부분이기 때문에 명시하지 않은 것일 뿐입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질의응답’ 일부 캡쳐.
혹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다른 날도 아니고, 내 인생이 걸린 수능 날 담배 하나 못 피우게 하나요. 내가 미성년자도 아니고 성인인데”. 물론 모든 수험생이 미성년자란 법도 없습니다. 다 큰 성인이 시험에 집중하다 보니 담배가 생각날 수도 있죠. 하지만, 운항 중인 비행기에서 담배 피우고 싶다고 담배를 피울 수 있습니까?
그러면 학교 건물에서 50m 떨어진 공간까지 나가서 흡연을 피우는것은 가능할까요? 응시자가 학교를 이탈하는 순간, 그는 그해 수능으로부터 영원히 멀어지게 됩니다. 교과평 따르면 수험생은 본인이 선택한 모든 영역의 시험 기간 종료 ‘후’ 시험장을 나갈 수 있습니다. 그 전에 시험장을 나간다면, 다시 들어올 수 없습니다. 이는 갑작스럽게 몸이 아파 병원을 간다고 해도 예외는 없습니다.
온라인에 올라오는 게시글에 따르면, 교내에서 흡연하는 것이 위법행위임에도 불구하고 일부 감독관들은 화장실과 운동장에서 흡연하는 수험생을 눈 감아주는 것으로 보입니다. ‘학교 건물’이라는 금연구역에서 흡연할 경우 10만 원 이하의 과태료 부과가 응당하지만, 이를 못 본 체 한다는 것입니다.
한 사람의 인생이 달린 수능 날, 금단현상으로 시험을 망치면 누가 책임지냐고요? 반대로, 타 수험생의 담배 냄새로 시험에 집중할 수 없었다는 이들도 있었습니다. 서울특별시교육청에 올라온 항의 글입니다.
서울특별시교육청 홈페이지 캡쳐.
“(담배를) 안 피는 사람보다 피는 사람이 더 많았다. 복도나 화장실에서 피우긴 했지만, 너무 많은 사람들이 피우다 보니 교실에 있어도 목이 따끔거리고 답답했다. 수능 볼 때 담배를 피우지 못하게 하는 규정은 없느냐”라는 내용의 안타까운 사연이었습니다.
이 글에 당시 박수화 장학사는 “수능 시험 당일에는 시험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중략)…다음 (수능 시험) 시행 시 이같은 소음이 나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라고 친히 댓글을 달았습니다. 실제로 노력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기자가 직접 연락을 취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습니다.
이밖에도 입시 전문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독서실 옆자리 학생이 담배를 피우는데 머리가 아프다. 수능 시험장에서도 담배 냄새가 진동하는가”라는 글이 올라왔고, 댓글에선 “감독관에게 항의해도 어떻게 해줄 수 없다”(담배 냄새에 대한) 내성을 기르라“는 조언이 나옵니다.
이 게시글을 올린 네티즌은 ”지금이라도 담배 냄새를 맡으며 공부하는 것을 다행이라 여겨야겠다. 이것도 경험…“이라고 말해, 보는 이들로 하여금 안타까움을 자아냈습니다.
입시 전문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한 학생의 고충 글.
그렇다면, 이같은 경우에 감독관들은 어떻게 대처할까요? 서울특별시교육청 김양수 장학사에 따르면 특별한 대처는 없습니다.
김 장학사는 ”학교는 국민건강진흥법에 따라 흡연할 수 없는 곳입니다. 먼저 수험생들이 담배를 피워선 안 됩니다“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쉬는 시간에 흡연을 하는 수험생들 때문에 다른 수험생들이 피해를 볼 경우, 어떤 조치를 취하는가’라는 질문에는 ”글쎄요…. 그런 경우는 아직 없습니다“라고 답할 뿐이었습니다.
김 장학사에 따르면 ‘흡연을 했다, 담배 냄새가 난다’는 이유로 해당 학생에게 퇴실 조치를 내리지는 않습니다. 또, 다른 수험생들이 ‘담배 냄새 때문에 시험에 집중을 못 하겠다’고 해서 피해 수험생들을 다른 교실로 이동시켜주지도 않습니다. 그냥 참을 수 밖에...
2018학년도 수능 지원자 59만3527명 가운데 법적으로 흡연이 가능한 성인의 비율은 얼마나 될까요? 아쉽게도 수능 지원자들을 성인과 미성년자로 분류한 통계는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단순 계산 방식으로 그 인원을 추산해봤습니다. 전체 100% 가운데 재학생은 74.9%, 졸업생은 23.2%, 검정고시는 1.9%입니다. 이에 따라 정확하지는 대략적인 수험생의 구성은 100명 중 74명이 미성년자(재학생), 23명이 성인(졸업생)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시험장 시험실(교실)에는 흡연을 할 수 ‘있는’ 성인(졸업생)과 흡연을 할 수 ‘없는’ 미성년자(재학생)이 어떤 비율로 들어가게 될까요? 시험장 시험실에는 28명의 학생이 들어간다고 합니다. 위의 단순 계산법에 따르면, 결론적으로는 한 교실에는 흡연을 할 수 있는 성인 약 6명의 수험생이 입실할 수 있는 셈입니다. 참고로 건보공단(2012년 기준) 자료에 따르면 국내 20대 흡연율은 29.6%입니다.
나의 시험이 중요하듯 타인의 시험도 중요합니다. 굳이 위법 행위를 저지르며 다른 수험생들의 시험에 피해를 줘 남의 인생까지 책임지게 되는 일은 없길 바랍니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