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서울 강남경찰서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부터 김주혁의 직접적인 사망원인이 두개골 골절이라는 소견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약물 검사를 진행한 결과도 ‘미량의 항히스타민제’가 검출됐을 뿐 알코올 등 특기할 만한 약물이나 독물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지난달 30일 불의의 사고로 숨진 배우 고 김주혁의 사인이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다만 김주혁이 운전 중 자구력을 잃었을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그가 사고 당시 가슴을 핸들에 기댄 채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교통사고 피해자(그랜저 운전자)의 진술에 따른 가능성이다. 정황상 실제 사망에 이르게 된 두개골 골절 이전에 행동 제어가 어려울 정도로 신경계 이상이 발생했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는 것.
그러나 결국 국과수의 최종 부검결과에서도 명확한 사인이 밝혀지지 않은 채다.
이날 경찰은 지난 2일 김주혁의 대파된 차량의 조수석 밑에서 블랙박스를 발견하기도 했다고도 전했으나 이 역시 사고 원인을 밝혀내는 유의미한 증거는 되지 못했다. 음성이 녹음되지 않은 상태로 녹화된 블랙박스 영상에는 사고 당시의 정황이 담겼지만, 목격자가 제출했던 영상과 거의 다를 바가 없기 때문이다.
영상에는 김주혁의 차량이 정상으로 주행하다가 그랜저 차량과 추돌 후 우측 차로로 급가속해 인근 아파트의 벽면에 들이박는 모습이 촬영됐다. 주행 중에 갑자기 속도를 늦추는 듯 이상징후가 발견되기도 했지만 음성이 녹음돼 있지 않아 정확한 상황을 분석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르는 상황이다.
경찰은 앞으로 국과수에 블랙박스 본체의 음성 녹음 여부와 김주혁의 차량 벤츠SUV 지바겐의 감정 결과를 통해 사건의 정확한 정황을 밝히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주혁을 사망에 이르게 한 갑작스런 급가속에 차량 결함 등의 가능성이 아직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역시도 정밀 검사로 결과를 확인하기 까지 약 한 달 정도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이미 사고 당시 목격자의 블랙박스 등으로 본 김주혁의 차량 주행에서 급가속의 근거로 볼 수 있는 정황이 발견되지 않았던 바 있다.
경찰은 이와 더불어 15일 도로교통공단과 합동으로 사고 현장에 남은 차량 스키드 마크 등을 조사해 사고 원인 분석에 나설 방침을 밝혔다.
한편 김주혁은 지난달 30일 오후 4시 30분께 서울 강남구 삼성동 영동대로 코엑스사거리에서 발생한 차량사고로 끝내 숨졌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