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하노버 의과대학의 우베 하르트만 교수(57)는 최근 자신이 진행하고 있는 연구를 바탕으로 이와 같이 주장하면서 근 20년 동안 서구사회에서 급격히 줄고 있는 성관계 횟수에 대해 지적했다. 특히 성욕과 오르가슴의 비밀을 풀기 위해 진행되고 있는 그의 연구는 실험 대상자들로 하여금 실험실 안에서 직접 성관계를 맺거나 자위를 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최근 독일 시사주간 <포쿠스>는 지금까지 연구진이 밝혀낸 성욕과 오르가슴의 비밀은 무엇인지 보도했다.하르트만 교수가 진행해온 연구의 목적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오르가슴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무엇인가 둘째, 왜 한 번 오르가슴에 도달하고 나면 곧바로 다시 관계를 갖기 힘들까 하는 것 등이다. 하르트만 교수가 오르가슴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열쇠는 ‘프로락틴’과 ‘옥시토신’이라는 두 호르몬에 있다고 주장한다.
지금까지 프로락틴은 유즙 분비 자극 호르몬, 즉 산모의 유방에서 젖이 분비되는 것을 촉진하는 호르몬으로 아기에 대한 친밀감과 모성애를 증대하는 것으로만 알려져 왔다. 하지만 하르트만 교수에 따르면 프로락틴의 기능은 이것뿐만이 아니다. 남녀가 오르가슴에 도달한 이후에 만족감을 느끼는 동시에 성욕이 급격히 감퇴하는 것은 프로락틴이 다량 분비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남성과 여성 모두 오르가슴 직후 프로락틴 수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게 되며, 이로써 잠시나마 성욕이 채워지면서 만족감을 느낌과 동시에 서로에 대한 강한 애정을 느끼게 된다. 만일 남성이 절정에 도달한 후에 “우리 아기, 정말 근사했어”라고 말한다면 이것은 ‘엄마 호르몬’ 즉 일종의 모성애에 따른 행동이라는 것이다.
놀라운 사실은 자위를 할 때 진짜 관계를 맺을 때보다 프로락틴이 400%가량이나 더 적게 분비된다는 것이다. 하르트만 교수는 사람들이 자위보다 직접 섹스를 하려는 욕구에 휩싸이는 것도 바로 이 프로락틴 때문이라고 말한다.
예외적인 경우도 있다. 오르가슴을 맛본 후에도 프로락틴이 분비되지 않는 사람들도 있는 것이다. 이들의 경우 절정 후 급격한 욕구 감퇴가 덜하기 때문에 여성과 남성 모두 첫 번째 오르가슴 후 쉬지 않고 곧바로 두 번째, 세 번째 오르가슴에 도달할 수 있다. 하룻밤 새 여러 번 절정을 맛보는 사람들이 이런 경우다.
반면 프로락틴이 과다하게 분비되면 남성의 경우 발기부전의 한 원인이 되고, 여성의 경우 불임과 생리불순 등의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한편 오르가슴을 느낄 때 분비되기 때문에 흔히 ‘섹스 호르몬’으로 알려져 있는 ‘옥시토신’의 경우에는 어떨까. 옥시토신은 이미 여러 전문가들을 통해 수많은 연구가 진행된 상태며, 오르가슴과의 밀접한 관계도 널리 알려져 있는 상태다. 또한 옥시토신은 여성의 자궁 근육을 수축시켜 분만을 쉽게 하도록 유도하거나 젖의 분비를 촉진하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옥시토신은 스킨십 등을 통해 평상시에 분비되기도 하는데 이런 경우에는 서로에 대해 더욱 강한 친밀감을 느끼게 된다. 특히 여성이 남성에게 모성 본능을 느끼는 것은 옥시토신이 왕성하게 분비될 때 그렇다. 때문에 성관계 시에 옥시토신의 수치가 급격히 올라가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에 대해 하르트만 교수는 “인간관계에서 섹스만큼 강렬하고 친밀한 행동은 없다. 호르몬 분비가 이를 말해주고 있다”고 설명한다.
또한 연구 결과에 덧붙여 그는 “둘이서 하는 섹스가 홀로 하는 자위행위보다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라고 말한다. 성관계 후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호르몬 분비를 통해 느끼는 친밀감이나 교감은 자위행위에서는 절대로 느낄 수 없는 것이라는 것이다.
근래 사이버 섹스에 중독되어 실제 관계를 맺지 않는 부부가 늘어나는 것에 대해 그는 “섹스의 위기 시대가 도래했다”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또한 그는 오늘날 섹스가 다른 경쟁 상대에 밀려나고 있는 것을 염려하면서 “절대로 자위는 섹스를 대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미영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