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 8월 25일 국정농단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박 전 대통령이 수감되어 있는 서울구치소 측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구치소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 건강에 특별한 이상은 없다. 박 전 대통령이 단식투쟁을 한다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식사도 정상적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치소 관계자는 “우리는 박 전 대통령뿐만 아니라 모든 재소자의 건강을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면서 “박 전 대통령이 발가락과 허리가 아프다고 해서 의무과에서 진료를 받았고 민간 병원에서도 진료를 받았다. 특이소견이 없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이 어떻게 지내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세세한 내용은 박 전 대통령 사생활에 해당되는 영역이라 말씀드리기가 어렵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구치소에서는 평일 오후 4~9시까지 법무부의 ‘보라미 방송’을 볼 수 있지만 박 전 대통령은 TV를 거의 켜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통령은 3월 31일 구속된 뒤로 유영하 변호사를 제외하곤 단 한 번도 다른 사람을 접견하지 않았다. 변호인단이 총사퇴한 이후에는 유 변호사와의 왕래도 끊어졌다.
유 변호사는 사임계를 제출하고도 변호인 신분으로 박 전 대통령과 접견했지만 논란이 되자 구치소 측은 이를 금지시켰다. 변호인을 사임해도 하루 10분가량 허용되는 일반 접견은 할 수 있지만 유 변호사는 현재까지 접견 신청을 한 적이 없다고 한다. 남동생인 박지만 EG 회장 등 박 전 대통령의 가족들이 과거에 몇 번 접견을 신청했지만 모두 거절당했다. 박 전 대통령은 자신과 접견할 수 있는 사람을 유 변호사와 윤전추 전 청와대 행정관으로 제한해 놨다.
박 전 대통령이 인권 침해를 당하고 있다는 논란이 일자 인권위는 10월 19일 구치소를 점검하기도 했다. 인권위는 “박 전 대통령이 허리통증을 심하게 호소해 의료처우상 매트리스 1매를 추가 지급했으며, 의자도 지급했다”면서 전체적으로 특별한 문제는 없었다고 밝혔다. 다만 취침등이 너무 밝아 수면장애를 겪고 있다는 주장은 타당성이 있다고 보고 전구를 8와트에서 4와트짜리로 교체했다고 설명했다.
박 전 대통령 변호인단 중 일부는 외부에서 인권문제를 적극 부각시키는 활동을 하고 있다. 11월 8일(현지시간) 국제 법률단체 MH그룹은 스위스 제네바 유엔 본부에서 토론회를 열고 박 전 대통령이 인권을 침해당했다고 주장했다. 토론회에는 박 전 대통령 변호인인 도태우 변호사도 참여했다. 박 전 대통령 측은 당초 MH그룹과 자신들은 연관이 없다고 주장했었다. MH그룹은 “증거 인멸 가능성만으로 구금을 연장한 한국 법원의 결정이 매우 자의적”이라고 비난하면서 박 전 대통령의 수감 상태를 점검하고도 ‘특별한 조치가 필요하지 않다’고 밝힌 인권위의 판단을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도태우 변호사는“저도 초청받아 토론회에 참석하게 된 것”이라며 “저희가 MH그룹에 먼저 연락해 박 전 대통령 인권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도 변호사는 “국내 일부 언론이 토론회가 국제사회로부터 외면당했다고 보도했는데 유엔 인권이사회 산하 ‘자의적 구금에 관한 실무그룹’이 박 전 대통령 재판과정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인권문제에 대해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고 있다. 성과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도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 형사재판에 대해서는 사임계를 제출했지만 블랙리스트 보도와 관련한 민사소송은 여전히 맡고 있다. 도 변호사는 원한다면 박 전 대통령을 변호인 접견할 수 있지만 변호인단 총사퇴 이후 접견을 한 적이 없다고 했다. 도 변호사는 “변호인들이 총사퇴는 했지만 꾸준히 소통하며 박 전 대통령을 도울 방법을 찾고 있다”고 했다. 변호인들은 이에 따른 비용은 따로 받고 있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통령 재판을 외곽에서 지원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과 유일하게 소통이 되는 사람은 유영하 변호사다. 변호인들 중 유일하게 소통창구가 있다”면서 “어떤 방법인지는 모르겠지만 접견을 하지 않아도 박 전 대통령 측 소식을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유 변호사 측에 수차례 전화와 문자를 남겼지만 반응이 없었다.
법원은 박 전 대통령 재판을 담당할 국선 변호인을 모집했지만 지원자가 없어 결국 10월 25일 직권으로 5명의 변호인을 지정했다. 법조계에서는 국선 변호인들이 사실상 전의를 상실하고 재판을 포기한 것 아니냐는 말이 돌고 있다. 통상 재판 진행 도중 변호인이 바뀌면 새 변호인이 의뢰인 접견부터 하는 것이 관례인데 국선 변호인들은 아직까지 박 전 대통령과 접견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재판 관련 기록도 변호인들이 가지러 오지 않아 변호인이 선임된 후 10일이 지난 11월 6일에야 검찰 측이 가져다 줬다고 한다.
법조인 출신 정치권 관계자는 “당사자인 박 전 대통령이 향후 재판은 재판부가 알아서 하라며 보이콧을 선언했는데 국선 변호인들이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재판부는 국선 변호인을 선정하면서 명단을 기자들에게 공개했지만 재판이 다시 시작될 때까지 엠바고(보도유예)를 요청했다. 워낙 관심이 높은 사건이다 보니 명단이 공개되면 변호인들이 과도한 신상털기를 당해 사임할 것을 우려한 조치다.
이미 일부 언론은 한 변호인이 이번 재판과는 관련이 없는 환경 소송 분야 전문가라는 사실을 부각하며 재판부를 비판하는 보도를 하기도 했다. 국선 변호인 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접촉을 시도해봤지만 답변을 거부했다.
이에 대해 검찰 측 관계자는 국선 변호인들이 재판을 포기했다는 소문은 와전된 것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새로 선임된 변호인 측에서 재판기록을 가지러 왔었다. 그런데 분량이 12만 쪽에 달해 직접 가지고 갈 수가 없어서 우리 수사관들이 가져다 준 것”이라며 “변호인 접견이 늦어지는 것도 사건 기록이 방대하다보니 살펴보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려서 그런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이 재판 출석을 끝까지 거부할 경우 강제 구인까지 검토하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재판부가 판단할 일”이라며 “저희가 따로 재판부에 요청 드릴지 여부는 지금 말씀드릴 단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아직까지 재판 기일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일반적으로는 새 변호인이 선임된 뒤 2~3주 후에는 재판 기일이 잡힌다고 한다. 하지만 재판 기일을 촉박하게 잡을 경우 졸속 재판이라는 비판이 나올 수 있어 재판부가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통령 측 전 변호인은 “사건 자료가 너무 많아서 새 변호인단이 기록을 읽는 데에만 2달 이상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