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의 지분은 GM과 그 자회사가 76.96%, 산업은행이 17.02%, 중국 상하이기차가 6.02%를 갖고 있다. 그간 산업은행은 ‘주주총회 결정에 대한 거부권’을 갖고 있어 매각·합병·분할 등 구조조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난 10월로 거부권이 종료돼 GM그룹이 한국 시장 철수를 결정하면 산업은행으로선 막을 도리가 없다.
인천광역시 부평구에 위치한 한국GM 부평공장 앞. 박정훈 기자 onepark@ilyo.co.kr
한국GM 철수설이 다시 불거지면서 인천시는 안절부절못하고 있다. 인천시에 따르면 인천에서 근무하는 한국GM 직원은 약 9100명, 1차 협력업체 직원은 2만 6900여 명이다. 인천시 관계자는 “시에서 데이터를 갖고 분석한 건 아니지만 한국GM이 철수하면 30만 명의 인천시민에게 직간접적 영향을 준다는 이야기도 나온다”고 전했다.
인천시는 그간 한국GM에 많은 지원을 해왔다. 대표적인 것이 한국GM의 원창동 청라기술연구소다. 한국GM(당시 GM대우) 철수설이 불거지던 2004년, 인천시는 최대 50년간 무상임대로 원창동 부지를 제공했다. 인천시가 한국GM의 철수를 막기 위해 한국토지공사(현 한국토지주택공사) 소유 땅 41만㎡(약 12만 5000평)를 500억여 원에 매입해 제공한 것.
인천시는 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했을 때 한국GM 협력업체 138개 사에 7억 원을 대출해주는 한편 인천시 공직자와 시민을 대상으로 ‘GM차 팔아주기’ 캠페인까지 벌였다. 정부도 도왔다. 2013년 자동차에 대한 안전·환경규제를 강화하면서 한국GM의 다마스와 라보를 생산할 수 없게 되자 정부는 두 차종에 한해 2020년까지 적용을 유예했다.
정부는 한국GM의 철수를 막지 못하면 GM그룹에 이용만 당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또 인천시는 원창동 부지 처리라는 뒷수습까지 해야 한다. 후속 사업자를 찾자니 대부분 자동차 업체는 시설을 갖추고 있고, 매각을 하자니 높은 매각가가 걸림돌이다. 인천 부동산정보조회 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인근 지역의 공시지가는 ㎡당 186만 원 수준이다. 단순 계산으로도 7500억 원이 넘고 실제 매각가는 1조 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아직까지 한국GM은 뚜렷한 입장을 보이지 않아 인천시도 특별한 대책을 세우지는 않고 있다. 지난 10월 23일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은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산업은행, 기업은행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 한국GM 철수 여부를 묻는 질문에 “경영 정상화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다”고만 말했다. 인천시 관계자는 “철수설은 그야말로 설일 뿐, 시 차원에서 대책을 세울 상황은 아니다”라며 “한국GM도 회사 정상화를 위해 노력 중이라고 밝혔기에 떠나는 걸 전제로 일을 진행하지는 않는다”고 전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한국GM은 디자인센터, 연구소 등을 갖춘 중요한 거점 국가이기에 하루아침에 철수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이 지난 10월 23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한국산업은행, 중소기업은행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한국GM이 철수하지 않더라도 지난 3년간 2조 원 이상의 누적적자를 기록했고 오펠 수출마저 끊겨 대책이 필요하다. GM그룹 뉴스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매체인 미국 <GM Authority>는 “한국GM은 두 가지 선택 길에 놓였는데 전자는 구조조정을 통해 생산성을 줄이는 것이고 후자는 새로운 수출시장을 찾는 것”이라며 “후자의 경우 장담을 할 수가 없어 노조의 거센 항의가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전자가 더 쉬운 길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국GM이 구조조정을 단행하면 노조는 물론 시민단체와 정부에서도 거센 항의를 할 것으로 보인다. 안 그래도 올해 한국GM 노조는 임금 인상, 근무시간 단축을 요구하며 수차례 파업을 벌여왔지만 현재까지도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다. 한국GM 관계자는 “구조조정은 현재 고려하지 않으며 11월 하순 노사와 임금인상 및 성과급에 대한 교섭을 재개해 최적의 방안을 찾을 것”이라고 전했다.
정부가 과거처럼 각종 혜택을 부여함으로써 한국GM의 철수와 구조조정을 막을 수도 있지만 한국GM에만 혜택을 부여하면 형평성 논란이 예상된다. 한국GM 관계자는 “정부에서 도와주는 방안보다 스스로 자구안을 마련하는 방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자동차업계 전반의 의견처럼 환경규제 같은 각종 규제를 완화했으면 하는 원론적 수준의 요구만 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8월 한국GM은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최한 ‘GM해외시장 재편, 오해와 진실 토론회’에서 서면을 통해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해 CO2 환경정책이나 수출시장에서의 관세 인하 등 무역 장벽 해소가 필요하다”는 내용을 전달했다. 그러나 환경부 관계자는 “일정 기간마다 세계적인 자동차 배출가스 흐름에 맞춰 환경규제를 강화하고 있다”며 “규제완화는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전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