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어든 외식시장 공략‘남성용 도시락’
최근 일본에서는 ‘남성용 도시락’이라는 새로운 시장이 형성됐다. 그동안 도시락이라고 하면 여성들이나 아이들을 위한 작고 귀여운 디자인이 주류였다. 그러나 도시락을 갖고 다니는 남성들이 늘어나면서 이들을 겨냥한 심플한 디자인의 기능적인 도시락들의 판매가 급성장했다.
대형 유통업체의 도시락 판매코너에서는 지난해부터 남성용 도시락 판매가 꾸준히 늘면서 계속 두 자릿수 이상의 매출 증가를 보이고 있다. 서류가방에 쏙 들어가는 얇은 도시락을 비롯해 항균작용이 있는 은 이온 성분이 함유된 도시락, 옻칠이나 대나무 소재를 이용한 고급 도시락의 판매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지갑 얇아진 중상류층 품위 유지 명품 대여 서비스
지갑이 홀쭉해졌다고 행색까지 초라하게 다닐 수는 없다.‘폼생폼사’를 중시하는 사람들이 택한 방법은 명품 대여 서비스다. 동창회나 결혼식, 학부모 모임 등 가끔씩 한 번은 차려입고 가야 하는 자리가 있기 마련이다.
그 몇 번을 위해 수십만 엔을 호가하는 명품 백을 구입하자니 돈이 아깝고 그렇다고 ‘품위 유지’를 포기할 수도 없으니 자연스럽게 명품 대여 서비스 이용자가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초고가의 명품 백이 인기를 끌고 있다.
100만 엔(약 1400만 원)이 넘는 ‘에르메스’ 백의 경우 한 달 대여료가 13만 엔(약 184만 원)의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대기자명단까지 생길 정도로 인기가 있다고 하니 일반 서민들을 위한 불황 비즈니스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중산층 이상의 ‘좀 살던’ 사람들을 위한 틈새시장이라고 할 수 있다.
>> 단돈100엔이라고? 샐러리맨을 위한 '넷북'
일본의 대형 가전판매점에 가면 “노트북이 100엔(약 1400원)”이라는 광고 문구를 자주 볼 수 있다. 불황에도 불구하고 통칭 ‘넷북’이라는 저가격 소형 노트북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넷북은 일반 노트북에 비하면 성능이 떨어지지만 인터넷 검색이나 메일을 주고받는 등의 용도로 사용하기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 또한 모니터가 7~10인치로 작고 가벼워 부담 없이 들고 다닐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넷북의 가격은 일반적으로 5만 엔(약 70만 원) 전후로 우리나라의 최신형 휴대폰 가격과 비교해도 별 부담이 없다. 그러나 가격 경쟁이 심해지면서 최근에는 “월 2900엔의 고속무선인터넷 서비스에 가입하면 100엔”이라는 식의 더욱 싼 넷북이 등장했다. 위축된 소비자들의 구매 능력에 맞는 값싼 제품이 불황을 이기는 히트의 비결이다.
>>못생겨 과일.자투리쇠고기...
알뜰한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예전이라면 외면당했을 ‘사연 있는’ 상품들의 판매도 늘어나고 있다. ‘보기 좋은 떡이 맛도 좋다’는 말은 호황 때나 통하는 이야기다. 울퉁불퉁하고 크기가 제각각인 과일이나 유통 중에 다리가 떨어져나간 게, 최고급 쇠고기의 자투리 고기 등 생김새만 못생겼을 뿐 맛은 똑같은 제품들을 값싸게 파는 인터넷 사이트가 소비자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는 것.
소비자들은 50% 정도의 싼 가격에 고급 식재료를 살 수 있고 업체는 남는 상품들을 팔 수 있으니 서로 이득이다. 이와는 다른 ‘사연 있는’ 상품들도 있다. 도쿄의 한 슈퍼에서는 유통기한이 지난 통조림이나 주스, 조미료 등을 싼 값에 팔고 있다.
당당하게 유통기한이 지났다는 사실을 밝히고 파는 것이기 때문에 법적으로도 문제가 없고 건강에도 이상이 없다는 것이 슈퍼의 주장이다. 소비자들의 반응도 좋아 진열공간도 넓혔지만 보건소에서는 ‘가능하면 자제’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거래처 채무 불이행 보상 도산보험
올해 들어 일본에서는 ‘도산보험’에 대한 문의가 지난해의 두 배 이상 증가했다고 한다. 도산보험이란 ‘거래신용보험’을 일컫는 말로 거래처의 채무 불이행으로 발생하는 손실을 보상해주는 보험이다. 거래처의 도산에 따른 연쇄 도산을 막기 위한 상품으로 요즘과 같은 대량 도산 시대에 딱 맞는 비즈니스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아무 회사나 간단히 이 보험에 들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일단 보험사에 모든 거래처의 리스트를 제공하면 보험사는 신용조사회사의 평점을 참고로 보험 가입 여부를 심사한다. 이 심사에 몇 주가 걸리는 일도 있다.그러나 심사에 합격(?)했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불황으로 도산하는 회사가 많아지면서 보험료율(보험금에 대한 보험료의 비율)이 2%까지 올랐다. 가령 10억 엔을 보상받기 위해서는 매년 2000만 엔이나 보험료를 내야 하는 것이다. 이런 높은 문턱에도 불구하고 도산보험에 들기 희망하는 회사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박영경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